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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식, 모두가 기뻐하는 자리서울퀴어퍼레이드 무지개축복식을 마치고: (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30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 승인 2024.06.07 03:38
▲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기독교인과 목회자들도 함께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로뎀나무그늘교회 ‘뉴노멀’

1.

6월 1일에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습니다. 이미 몇몇 기독교 언론에서 보도된 대로 오전 11시 30분에 행사장 출입구 부근에서 30여명의 목회자들이 모여 퀴어퍼레이드 무지개축복식을 진행했습니다. 3명의 목회자가 모여 최초로 퀴어퍼레이드 축복식을 진행했던 2014년 축복식을 10년 후 더 많은 목회자가 모여 재현한다는 의미도 함께 담는 행사였습니다.

30여명의 목회자의 교단은 예장통합, 감리교, 기장, 성공회, 성결교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저는 소속 교단이 기장이라 기장 목회자의 일원으로 참여했구요. 같은 교단의 10여명 가까운 목회자들끼리 행사 직전까지 많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수고하시는 것을 봤습니다.

전체 축복식이 끝난 이후에는 1시간 간격 릴레이식으로 행사장을 순회하는 축복단과 부스에 상주하는 축복단이 운영되었고 저는 후자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퍼레이드가 시작된 후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혐오를 반대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퀴어 길벗들과 함께 걷는 종교인]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행진에도 참여하였습니다.

2.

축복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이 축복식 자리에 서 있는 나에게는 이 축복식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를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이 ‘목회자’이기 때문에 이 분들이 축복이란 행위를 하면 그 때까지는 그 자리에 없었던 복이 새로 생겨나서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그 복을 받게 된다 이런 건 아니겠죠. 복의 근원은 목회자가 아니라 하느님이실 테니 말이지요. 그 자리에 있었던 목회자들은 하느님의 복이 흘러가는 통로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느님의 복이 흘러가는 통로라면 그 통로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복이 영향을 미치긴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니 축복식에 참여해서 복이 흘러가는 통로가 되는 일은 참여하는 사람에게도 축복을 받는 일일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하느님의 축복이야 사실 축복식을 하고 안 하고에 따라서 달라질 일이야 없겠지만, 축복식을 함으로써 그 자리가 축복식에 참여하는 사람과 축복식을 맞이하는 사람 모두가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음을 알고 기뻐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3.

무지개축복식에 대해 보도하는 어느 기독교 언론 페이스북에 어떤 분이 댓글을 단 것을 보았습니다. 각 교단에서는 저 축복식에 참여한 목회자들을 색출해서 엄중하게 징계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런 악담이야 코웃음 한 번 치면 될 일입니다만, 그 댓글을 단 사람의 프사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진이어서 잠깐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했더니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프사 달고 성소수자 혐오 댓글 다는 경우도 많더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얼마나 사람을 버려 놓는가야 익히 잘 알려진 일입니다만, 이태원 참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들이라면 그나마 좀 그 악영향을 덜 받은 분들일 것 같은데 그런 분들까지도 끝끝내 버려 놓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런 분들이라고 하느님의 축복이 비켜 가지야 않겠죠. 하느님의 축복은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비켜 가는 법이 없다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이기도 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성소수자건 아니건, 성소수자 축복에 참여하건 아니건, 자신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았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는 것이겠지요.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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