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반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9, 캔버스에 유채, 72×92cm, 오르세미술관, 파리)

스무 살 양치기는 라브리라는 개를 데리고 혼자 산에서 양들을 돌보았다. 두 주마다 한 번씩 주인집 노라드 아주머니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양치기는 아주머니가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도 귀를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주머니 대신 식량을 가지고 온 것은 스테파네트 아가씨였다. 양치기에게 아가씨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가씨는 식량을 주고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폭우로 불어난 강을 무리하게 건너다가 물살에 휩쓸려 물에 흠뻑 젖은 채 두려움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양치기는 자기의 잠자리를 내어주고 문밖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잠이 오지 않았는지 아가씨도 밖으로 나왔다.

“참 많기도 하다.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까! 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 적이 없어.”

아가씨와 양치기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하나가 길을 잃고 양치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양치기에게는 평생 간직할 아름다운 별밤이었다.

한 양치기가 주인집 아가씨에 대하여 느끼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그린 알퐁스 도데(1840~1897)의 ‘프로방스 양치기가 전하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별》(1873)의 이야기이다. 도데는 파리에서 활동하였지만, 자기 작품의 대부분은 고향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문학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투르게네프 등과 교분이 두터웠다.

빈센트가 에밀 졸라의 소설 《삶의 환희》를 <성경이 있는 정물>(1885)에 묘사한 것을 보거나 그가 평소에 성경은 물론 찰스 디킨스와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의 예술혼을 불사르는 아를이 속한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했다는 면에서 빈센트가 도데의 《별》도 읽었다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억지만은 아니다.

그래서였을까? 빈센트는 밤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여러 점 그렸다. 그중에 하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1888)은 예술가 공동체에 오기로 한 고갱을 기다리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다. 프로방스의 맑은 공기와 고즈넉한 마을 아를, 인심 좋은 이웃들, 더 뜨거워지는 예술혼, 그리고 예술인 공동체를 함께 꾸려갈 고갱이 온다니 그의 가슴이 얼마나 벅찼을까! 화면 아래에 그려진 남녀는 빈센트와 고갱이 펼쳐갈 예술인 공동체의 희망처럼 보인다. 화면 가득한 블루는 ‘우울한 블루’만은 아니다. 별이 있기 때문에…

밤을 대낮처럼 사는 이들에게 별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에게만 별은 보인다.

최광열(기독교미술연구소 연구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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