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시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뵈뵈’ 집사에 대한 바울의 언급은 그가 교회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 짐작케 한다. ⓒGetty Images

파리 올림픽이 현재 열리고 있습니다. 그 개막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성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10명의 여성들이 소개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개막식의 한 순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파리 올림픽 참가자 수를 남녀 동일하게 한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이 숫자가 상징하는 현재에 이른 것은 저절로 된 것도 아니고 남성의 아량으로 된 것은 더더욱 아니며 수세기에 걸친 여성들의 기나긴 노력 끝에 얻어진 것임을 그 순서는 보여줍니다. 그것은 평등한 사회를 지향합니다. 이것은 참 아름다운 말이지만 정말 어려운 목표입니다.

상호인정과 공정한 분배로 평화를 이룬 평등 세상은 근본적 변헉 없이 가능할 수 없음을 누구나 압니다. 그래서 그것은 근본적 변혁을 향한 지속적인 노력입니다.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미래에도 계속되어야 할 일상적인 과제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성서 안에서도 확인됩니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발언들이 성서에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디모데전서 2,11-15입니다. 여성 억압적이고 여성 비하적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성서 인용은 너무나 피상적입니다. 저자가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는지 상관없이 그의 발언은 성서와 교회를 구세대의 유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작 시기를 놓고 보면 이보다 조금 빠를 수 있는 로마서 본문에서 바울은 집사(디아코노스) 한분을 소개합니다. 그의 이름은 ‘뵈뵈’이고 여성이고 많은 사람들을 돕는 자였고 바울 역시 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가 로마교회에 가게 된 연유는 모르지만, 바울은 그를 성도의 예절에 따라 환대하고 그가 필요한 것을 모두 도와주라고 로마교회에 부탁합니다.

그의 도움 활동이 어떠했을지 이 말에서 넉넉히 짐작할 수 있고, 교회가 그를 ‘집사’로 임명했다는 사실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대변해줍니다. 교회의 기둥입니다. 집사의 기준을 이야기하는 디모데전서 3,8-13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뵈뵈를 기억하고 디모데전서 저자의 여성에 대한 편견 내지 이중적 인식이 혹시라도 오늘날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빕니다. 이와 관련해서 집사에 대해 조금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우리는 초대교회의 직분이 둘로 분화되는 것을 봅니다. 하나는 매일의 섬김 곧 ‘식탁에서 시중드는 것’ 내지 ‘음식 나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말씀의 섬김입니다(행 6,1-6).

섬김은 디아코니아라는 말의 일반적인 번역입니다. 그런데 분화 이전에도 디아코니아라는 말이 교회 안에 있었을까요? 물론 복음서에 그 말이 동사로 나오고 예수도 자신과 자신의 일을 그 말로 나타냅니다. 그렇지만 그 말이 명사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초대교회에서는 그 말의 명사형이 여기서 처음 나옵니다.

매일의 섬김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도들이 그 일에 간여했겠지만, 아마도 교회 안에 있었을 히브리파와 헬라파의 구별이 헬라파 과부들에 대한 히브리파의 불공정한 처사를 야기시켰고 사도들을 이를 방지하지 못했습니다.

공동체의 생명은 공정과 공평, 좀더 크게 말하면 정의와 공의에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의 훼손은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러한 사태에 직면한 사도들은 심각한 위기감에 사로잡혔을 법합니다. 그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런지요?

그런데 사도들과 초대교회가 자신들이 하던 일을 디아코니아로 이해했던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구체적으로 식탁 시중드는 일을 그들이 했다는 것은 예수께서 하셨던 일을 이어가는 것으로 자신들을 예수께서 말씀하셨던 디아코논(섬기는 자, 시중드는 자: 일종의 동명사)으로 이해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디아코니아는 이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예수께서 하신 일 가운데 하나이지 전체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교회 규모가 커져서 직분을 나누지 않고는 교회가 뜻하지 않게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탓에 직분이 분화된다고 해도 사도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을 말씀 디아코니아로 명명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합니다. 말씀과 식탁 시중은 모두 디아코니아의 한 부분들입니다. 그러므로 디아코니아는 그 모두의 합을 넘는 조화로운 전체입니다. 이를 상징적으로으로 보여주는 것이 양자의 유기적 결합으로 말씀이 더 널리 퍼질 수 있었고 제자의 수가 늘어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식탁 디아코니아’ 없는 말씀 디아코니아는 공허하고, 말씀 디아코니아 없는 ‘식탁 디아코니아’는 뿌리가 없습니다. 양자가 관계가 혼란스러우면 그 자체가 혼돈입니다. 말씀 디아코니아는 ‘식탁 디아코니아’로 육화되고, ‘식탁 디아코니아’는 말씀 디아코니아의 동력입니다.

이런 점에서 디아코니아를 식탁 디아코니아에 한정시키고 말씀 디아코니아를 단순히 말씀으로만 말하고, 양자를 대립시키는 것은 적절치 못한 일입니다. 식탁 디아코니아를 맡는 사람들의 자격을 보아도 그렇고 그들이 하는 일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예컨대 일곱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인 빌립은 동시에 복음 전도자로 불리기도 하고(행 21,8) 스데반은 죽음 앞에서 말씀의 증언자가 됩니다(행 7장). 그러므로 식탁 디아코니아는 보다 폭넓게 이해되어야 하고, 반면에 말씀 디아코니아는 너무 좁게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뵈뵈 역시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바울은 그녀에 대해 어떤 편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고린도후서 11장에서 보는 대로 바울 역시 시대의 편견을 벗어나지 못한 면이 분명 있음에도 뵈뵈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그가 나름대로 자기의 편견과 씨름한 결과일 것 같습니다. 그 단초는 고린도후서 11장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안에서는, 남자 없이 여자가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가 있지 않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도 여자의 몸에서 났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다 하나님에게서 났습니다.”(고후 11,11-12)

누가 먼저냐는 물음에 계속 매달릴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성서의 여성 창조 이유나 과정을 살펴보면 성서가 여성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하와는 뱀과의 대화에서 좋고 나쁜 것을 아는 나무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 앎에 따라 그가 하나님의 명령을 그토록 진지하게 받아들여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그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아담에게 줍니다.

그것을 받아먹는 아담의 이 소극적인 태도가 그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습니다. 아담은 하와 때문에 마찬가지로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인간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다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지만, 그 때문에 그때부터 인간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간만의 역사가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때부터 하나님은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셔서 인간의 역사를 함께 이루어가십니다. 인간의 앎이 커져가고 그 일에 있어 우리 중의 하나처럼 되었다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점차 보다 넓은 차원에서 현실화되어 가고 있어서 인간이 마치 신이 된 것 같고 하나님을 불필요하게 여길 정도가 되었다 해도, 하나님은 그 역사에 개입하시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으십니다. 민중 속에서 사건을 일으키시며 역사의 방향을 그때그때마다 수정하십니다.

파리 올림픽이 기억하는 여성의 힘이 그 방향과 일치되게 작용하고 있음을 봅니다. 물론 그 힘은 프랑스라는 한 나라에 국한된 것으로 표현되었지만, 그것은 거기에만 한정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을 계기로 그 힘이 세계 구석구석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새삼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 힘이 모두에게 인정되고 공유되고 그 힘의 운동에 참여할 때 세상은 하나님께서 세우시고자 하는 세상에 좀더 가까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하나님과 인간은 저 에덴에서와는 전적으로 다른 참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을 것입니다. 그 관계의 세상은 세상 창조시 하나님이 꿈꾸셨던 세상으로 그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실현될 것입니다.

이 세상을 향해 창조 때 부여된 여성의 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 운동이 멈춰지지 않기를 빕니다. 자유의 힘으로 섬기는 여성 뵈뵈의 모습이 오늘 교회의 모습이 되고 이를 통해 새세상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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