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일상에서 발견한 것

본문 말씀은 그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두 개의 비유가 연이어진 본문 말씀은 하늘나라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말하고 있고, 하늘나라는 마치 소중한 보물을 간직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평생 신학을 하고 목회를 해 온 한 목사님이 어느 순간 허전하고 뭔가 빠트린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늘 말씀을 전해야 하는 게 목사의 숙명인지라 강단에 섰는데 그때 나눈 말씀이 본문이었다고 합니다. 본문 말씀을 함께 읽고 난 후 그 목사님은 대개 이런 취지의 말씀을 전했다고 합니다.

‘과연 우리는 보물이 묻혀 있는 그 밭을 사기 위해 가진 것을 다 팔 정도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그 보물이 어떤 보물이고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모르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 보물을 찾은 사람이 있거든 지금 설교하는 이 목사를 위해 대신 설교를 해달라.’ 그리고 강단을 내려왔다고 합니다.

오늘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말씀의 뜻은 알겠는데 실제 삶에서 체험하기 어려우니 무슨 말을 더해야 할지 난감해 그랬겠지만, 과연 말씀의 뜻이 그런 것인지 자명해 보이지 않기에 씨름을 좀 하고자 합니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의미에 의심을 품고 본래 말씀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유일한 무오류의 해석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성서의 말씀을 숙고하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편견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주는지 헤아려 보기 위해서입니다.

비유의 말씀이 등장하면 종종 도마복음과 비교해 보곤 합니다. 특히 해석하기 난감한 비유가 등장할 때는 더더욱 그렇게 비교해 봅니다. 본문 말씀과 유사한 비유가 도마복음에도 등장합니다. 진주를 구한 상인 이야기(76절)와 밭에 감추어진 보물 이야기(109)가 등장합니다. 진주를 구한 상인 이야기는 거의 비슷하고 그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밭에 감추어진 보물 이야기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그 의미 역시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본문 말씀의 역순이지만,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진주를 구한 상인 이야기부터 그 의미를 새겨보고자 합니다.

도마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상품을 많이 가진 상인이 진주를 발견한 것과 같습니다. 그 상인은 현명하여 자기의 상품을 다 팔아 자기를 위해 그 진주 하나를 샀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없어지지 않고 오래 갈 보물을 구하십시오. 그것은 좀도 쏠지 않고 동록도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76)

도마복음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수없이 많은 번다한 것들을 버리고 오직 소중한 한 가지를 갖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 진정한 구원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상인의 현명한 투자를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인이 가지고 있던 많은 재물은 팔아야 할 상품이지만, 신중하고 현명하게 지금 구한 것은 자신을 위한 보물입니다.

곧 더 많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향유하고자 하는 소중한 것을 구하는 태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것을 향유하는 행위라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투자자로서는 빵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소중한 것, 좀먹고 녹슬지 않는 진정한 삶을 구가하는 데 마음을 쏟으라는 것입니다. 더 간결해진 마태복음의 비유 또한 그 의미가 다르지 않습니다.

밭에 감추어진 보물 이야기는 도마복음에 이렇게 전해집니다. “그 나라는 자기 밭에 보물이 묻힌 것을 모르고 그 밭을 가지고 있던 사람과 같습니다. 그가 죽으면서 그 밭을 자기 아들에게 그 밭을 물려주었습니다. 그 아들은 보물이 묻힌 것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는 유산으로 받은 그 밭을 팔았습니다. 그 밭을 산 사람은 그 보물을 찾았습니다. 그는 그 돈을 원하는 사람에게 이자를 받고 빌려 주기 시작했습니다.”(109)

아주 비슷해 보이지만,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마태복음이 밭에 보물이 밭에 감추어진 것을 알고 그 밭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도마복음은 밭에 보물이 감추어진 줄도 모르고 밭을 일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마복음은 밭에 보물이 감추어진 줄 모르고 여일하게 밭을 일구는 그 사람에게 하늘나라가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이라는 것입니다. 그 밭을 사서 보물을 찾은 사람이 이자놀이를 했다는 것은 진정한 보물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적 의미를 지닙니다(도마 95 참조).

▲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The Parable of the Hidden Treasure (Oil on panel, Executed in 1630) ⓒCollection Esterhazy, Museum of Fine Arts, Budapest

이 이야기는 이솝우화 가운데 훌륭한 농부 이야기와 상통합니다. 한 농부가 자식들이 농사를 익히도록 밭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 말하자 자식들은 열심히 밭을 가는데 보물은 나오지 않고 대신에 그 밭이 몇 배의 수확을 안겨 주었습니다. 수고로부터 얻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배라는 것을 일깨우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임진왜란 이후 우리 민담과도 상통합니다. 빈집으로 이사한 양반집 안주인이 부엌 바닥을 고르다가 보화를 발견했으나 이를 덮어버리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덕분에 오히려 그 집안에서 훌륭한 자제들이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연히 보물을 횡재한 사람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물에 아랑곳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그 농사의 터전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여일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그 여일한 삶의 과정에 있지 횡재한 보물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마태복음이 전하는, 밭에 묻힌 보물을 발견한 사람 이야기는 너무 단순화되어 그 의미를 곡해할 소지를 남긴 것입니다. 마태가 통념에 매여 곡해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곡해할 소지를 남긴 것입니다. ‘땀흘려 일구는 그 밭에 보물이 숨겨 있다. 그렇게 여일하게 밭을 일구며 땀흘리는 수고 가운데 하늘나라가 있다.’ 그것은 마치 ‘상인이 자신이 향유할 보물을 구하고 기뻐하는 것과 같다.’로 부연되는 진실을, 하나의 사물적 대상으로서 ‘보물’을 찾고 기뻐하는 것처럼 곡해해 버릴 소지를 남긴 것입니다.

비유는 비유일 뿐이지만, 그 비유를 말했을 때 예수께서 어떤 상황을 유념하였을까 깊이 헤아려야 합니다. 비유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삶에 대한 성찰 없이 그저 알고 있는 통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곡해될 비유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 번 돌이켜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진실이지만, 사람들이 그 진실을 잊고 있을 때 그 진실을 환기해 줌으로써 삶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 하늘나라를 누리게 하는 지혜를 예수께서는 일깨워 주신 것입니다. 여일한 일상의 삶 가운데 하늘나라의 보물이 감춰져 있는 진실을 깨달으라고 예수께서는 일깨워 주신 것입니다.

지난 주간 가수 김민기 선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수라기보다는 작가라고 해야 할까요? 한국 현대사에서 대중문화의 상징과 같은 분이었습니다. 지난 주간 SNS에는 온통 추모의 물결이었습니다. 모두 그분의 삶을 기억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한마디 보탠 것 없지만, 이 시간 한마디 보탭니다.

그분의 노래가 때로 비장한 것이 없지는 않지만, 대개 노래의 특성이 어떻습니까? 전혀 전투적이라 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시대의 불의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에게 애창되는 저항가요가 되었을까요? 너무나 평범한 언어에 결코 격정적이지도 않은 노랫말에 실린 진실한 인간에 대한 생각들, 진실로 소중한 삶에 대한 통찰이 주는 힘 때문일 것입니다.

그분의 얼굴 표정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해맑고 티가 없을 수 있는지 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겸손한 사람이라도 이름을 얻으면 어느 순간 젠체하는 티를 언듯언듯 드러냅니다.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서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런 티를 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겉멋을 드러내고자 하는 티가 전혀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티 없는 어린아이같은 표정이라고 할까요? 그 얼굴에 삶의 철학이 표현되어 있고, 그의 노랫말에 역시 그 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뒷것’이라 불렀듯이 남의 뒤를 따라가는 삶,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뒤를 돌봐주는 삶, 그로부터 사람들의 희망을 찾고자 했던 가인이었습니다.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통찰이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희망의 언어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뒤에 밀린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의 삶과 애환 가운데서 오히려 놀라운 희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노래로 엮어냈기에 사람들에게 주는 호소력이 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삶 속에 감추어진 하늘나라의 보물을 찾을 것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위대한 시인이거나 위대한 현인이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저마다 삶 속에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그것이 누군가를 짓밟거나 배제해야만 성취할 수 있는 욕망덩어리가 아니라 모두가 아름다운 삶을 누리는 데 절실히 필요한 그 어떤 것이기를 바랍니다. 저마다의 일상의 삶 가운데서 스스로에게 기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 보물을 발견하고 소중히 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chm1893@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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