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ca Giordano, 「Dream of Solomon」 (c. 1694-1695) ⓒMuseo del Prado, in the public domain

솔로몬은 지혜로 유명하지만, 그 지혜의 근원은 그의 겸손함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에게 지혜를 주십니다. 겸손은 그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겸손은 하나님의 뜻을 담는 그릇입니다. 솔로몬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추측컨대 다윗의 교육이 빚어낸 결과일 것입니다. 이것이 솔로몬의 생애 1기에서 볼 수 있었던 그의 모습입니다.

그 다음 2기는 왕으로서 안팎으로 큰 성과를 거두던 때입니다. 그렇지만 세력의 확장은 늘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안정, 군사력 증강과 영토 확대, 부의 증대와 대건축 공사 등이 그 시대를 대변하는 말들입니다. 이는 다른 한편 백성에게 과도한 군역과 노역을 요구하고, 그 열매는 왕의 사치에 기여합니다.

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한 혼인외교는 다른 신들의 유입 통로가 되었습니다. 한 현상에는 늘 명암이 있기 마련이므로, 어두운 면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것은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겸손, 지혜, 경외이며, 굳이 하나를 더한다면 절제가 될 것입니다. 그래야 자기를 반성할 수 있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3기에 들면서 그 모든 것들을 잃었습니다. 혼인외교는 하나님 배반의 씨앗이 되었고, 이를 두 차례나 경고하는 하나님의 명령도 듣지 않습니다. 멈춘 그의 겸손은 그에게서 지혜도 앗아갔습니다.

다른 신들과 다른 여인들에게 파묻힌 솔로몬을 향한 백성의 원성이 높아져 가는데, 그는 이를 듣지 않았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상태인데도 그에 대한 과거의 약속 때문에 그를 즉각 응징하지 않으시고, 그 이후로 미루십니다. 이것 또한 솔로몬에게는 착각의 또다른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솔로몬은 참으로 얄팍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기 때는 그럭저럭 지나간다는 것에 안심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 때문에 그의 후손들이 당할 일은 그다지 큰 관심사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돌이킬 기회를 영영 상실하고 맙니다. 하나님의 심판 유예에 만족하는 하루살이 같은 처지가 된 솔로몬입니다.

솔로몬의 지혜는 백성의 고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위에 명성과 부와 권력을 쌓아갔고, 그것에 익숙해졌습니다. 한 여인의 아픔에도 귀기울였던 그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백성의 고통에서 멀어져간 그는 그 백성의 하나님에게서도 멀어져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남북분열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감동케 했던 그가 하나님의 명령을 외면하게 된 것은 그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겼던 아담과 하와가 그의 명령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오랜 배반의 역사가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도 이어집니다. 그 역사를 언제까지 허용하실지는 모르지만 언제까지나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그 역사를 끊는 새로움이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되기를 빕니다. 하나님과 함께 새세상을 향해 걸어가며,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보고 희망을 나누며 뚜벅뚜벅 갈 수 있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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