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은 바로 우리 보다 한 발 앞서 가시며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이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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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에 율법이 세 군대에 등장합니다. 레위기, 신명기 그리고 출애굽기입니다. 레위기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앞부분에는 제사장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사제법전이라고 부릅니다. 뒤편 17장 이후는 거룩한 삶에 대해서 성결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해서 성결법전이라 부릅니다. 신명기는 따로 신명기 법전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우리가 읽고 있는 출애굽기 20장에서 23장까지의 율법은 언약법전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만나시면서 ‘내가 너의 하나님이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다’는 언약을 하신 그 순간에 우리에게 주신 율법 말씀입니다.

출애굽기의 언약법전은 이제 막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하는 젊은이에게 주고자 하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인생의 커다란 대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집트 땅, 왜곡된 사회 질서 속에서 몸에 익어버렸던 변질됐던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권력이나 힘이나 지식으로 인해서 왜곡된 관계를 다 회복시켜 주십니다. ‘동등한 관계로 살아가십시오. 서로 책임지는 관계로 살아가십시오. 서로 사랑하는 사이 되십시오. 결국에는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정의에 관한 법, 복지에 관한 법, 안식일에 관한 법 등등 모두가 결국에는 인간들이 하나님 사랑하는 백성들이 서로 평등하고 동등하고 화목하며 사랑하고 지내라거 하는 하나님 나라의 대원칙을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들은 하나님의 땅에 가서 살게 될 텐데, 그 땅에서 살 때에는 지금까지 알아 왔던 삶은 벗어버리고 새로운 삶, 올바른 삶, 참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하고 섬기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당당하게 살라구요? 그런 거 누가 모릅니까? 우리가 몰라서 그렇게 안 사는 줄 아세요? 그렇게 사는 것이 좋은 줄 우리도 다 압니다. 서로에게 책임 있는 존재가 되어 주고 ,사랑하고 섬기고 공정하고 의롭고 당당하게 … 잘 압니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보니까 그렇게 잘 안 됩니다. 괜히 더 힘들어지고 피곤해지고, 오해받고 미움받고 손해보고 … 그러니까 그렇게 안 살았죠. 그렇게 살기 힘듭니다. 생각대로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도 때때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오늘 말씀의 핵심입니다. 바로 이런 마음이 오늘 우리의 고민이고 하나님의 대답입니다.

성경 말씀을 우리가 진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성경에 쓰여져 있는 말씀들을 가만 보면 엄청난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와, 이런 말들은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듣도 보도 못한 대단한 말씀이 성경 속에 쓰여 있네!’ 그러지 않습니다. 성경말씀과 비슷한 이야기들 불경 속에 논어, 맹자, 공자 속에 다 나옵니다. 심지어는 나이 지긋하신 동네 어르신들도 세상의 지혜가 많으신 분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우리가 구원을 얻고 새 삶을 산다’는 복음의 진리는 세상 유일무이한 구원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논점은 그게 아니니까 잠깐 옆으로 제쳐두고 이야기합시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이 사랑이라는데, 세상에 사랑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교회 다니는 사람만 사랑을 압니까? 아닙니다. 하나님 말씀의 진리가 정의와 공의라는데, 정의롭게 살아야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교회 다니는 사람만 깨달은 사실입니까? 성경 말씀에만 나와 있습니까?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의 핵심은 ‘삶의 진리를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해 주셔서 진리대로 살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침내 진리대로 사는 것이 복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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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속에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 앞에 한 천사를 보내서 너희 가는 길에 너희를 지켜주겠다. 내가 예비한 곳으로 너희가 갈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순종하고 그대로 잘 따라라.” 하나님이 어떻게 하신다고요. ‘저기가 내가 너희에게 주는 땅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저 땅에 가서 잘 살아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다 알려주었지? 잘 알고 있지? 그렇게 살지 않으면 혼난다!’ 그러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이 직접 천사를 보내셔서 우리가 그 땅에 갈 수 있도록 인도하시고, 그 땅에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도록 도우신다는 것입니다.

천사가 누구입니까? 누가복음의 말씀을 보면 마리아에게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고, 계시록에는 미가엘 천사장도 나옵니다. 구약의 말씀에는 세라핌, 케루빔 하는 천사들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천사라고 하면 특별한 존재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특별한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주교에서는 천사의 계보를 아홉 가지로 치지좌주역능권… 이렇게 말하는데요. 사실은 다 부질없는 이야기입니다.

천사가 누굽니까? 천사는 사실 하나님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나시는데 감히 하나님을 직접 만났다고 할 수 없어서 천사라는 존재로 에둘러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하나님이 따로 계시고 천사도 따로 존재해서, 천사가 심부름꾼으로 우리에게 온 것이지 하나님은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 계신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이미지는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게 설명해낸 것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직접 하십니다. 우리 성경의 전통이 천사라고 에둘러 표현할 뿐입니다.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던 나그네 세 명을 기억하십니까?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하러 가시던 하나님의 천사들입니다. 그 이야기를 주의깊게 읽어보면, 천사와 주님, 하나님이 혼용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누가 천사고 누가 하나님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곧 천사입니다.

모세가 미디안 광야 불타는 가시떨기 앞에서 누구를 만납니까? 하나님을 만납니까, 천사를 만납니까? ‘주님의 천사가 떨기 가운데서 이는 불꽃으로 그에게 나타났다(출3:2)’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다가 떨기 가운데서 하나님이 말씀하기 시작합니다. 나타난 것은 천사이고, 말씀하신 것은 하나님인가요? 아닙니다.

오늘 말씀 속에서 하나님은 선언하고 계십니다. 가나안 땅에 가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야되는데, 그렇게 살라고 하나님의 뜻을 일러주셨는데,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는데, 그거 모르는 것 아닌데, 그 삶을 인간들에게만 맡겨두실 수 없는 것입니다. 아까 말했지요? ‘하나님,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다 잘 압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기 힘드네요. 그렇게 못살겠네요.’ 이렇게 되어 버립니다. 기껏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들어가면 뭐 합니까?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는데요.

그래서 하나님은 천사를 보내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의 손을 붙들고 그 길로 가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가 하나님 말씀대로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마음의 각오와 기쁨과 평화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힘든 일 없애 주신다는 것입니다. 아모리 족속, 헷 족속, 브리스, 히위, 여부스, 가나안 족속들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게 막아서는 것들을 하나님께서 직접 없애주시겠다는 것입니다. 천사를 대신 보내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우리에게 오시는 것입니다. 임마누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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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돌아봅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뭡니까?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뭡니까? 몰라서가 아니고 알고 있는 그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 아닙니까? 우리를 더 크게 휘어잡고 있는 알량한 욕심이, 별거 아닌 나의 감정이, 나의 나태함이, 나의 오만함이, 하나님의 길을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하나님이 내 곁에 계신다고 하는 확신과 믿음이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 아닙니까? 하나님이 내 곁에 계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제 멋대로 살던 것 아닙니까?

우린 더 깊이 기도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가르쳐 주세요. 알려주세요. 천사를 보내주세요’ 하고 기도하시겠습니까? 하나님 내 곁에 계셔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내 곁에 계신 것 알고 있다고, 내 곁에 계신 주님을 인정하고 붙들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내고야 말겠다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과연 내 곁에 계시구나. 하나님의 천사가 내 손을 붙들고 계시는구나. 하나님의 천사가 내 삶을 끌어안고 계시는구나. 내가 어디를 가도 이미 하나님의 천사가 와계시고, 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하나님의 천사가 다 준비해 주시고, 그 모든 일이 사실 천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하시는 일이구나!’ 하는 체험을 우리가 해야 합니다.

그렇게 기도함으로써 내 곁에 계신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부끄러워야 하고, 무서워야 합니다. 두려워야 합니다. 이미 하나님께서 다 알려주셨는데, 그래서 다 알고 있는데,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다 돕고 계셨는데,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무섭고 두렵고 부끄러워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십니다. 이집트가 어디입니까? 우리를 억지로 압박하던 세상 사탄의 세력입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압제하고,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얽어매고, 알고 있는 대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나태함과 오만함과 욕심에 젖어있었던 우리의 삶입니다. 그것을 하나님께서 직접 깨뜨려 주십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직접 하나님의 복된 삶의 자리로 인도해 주십니다. 우리에게 그냥 맡겨두지 않으시고 하나님이 직접 행동하십니다. 지금 우리는 바로 그 하나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구원입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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