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주의와 대체 노동인력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갈등의 현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영 신부 제공

한국은 이주노동에 대해 유출·입의 역사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인천 제물포항에서 1903년~1905년까지 64회에 걸쳐 7,415명이 하와이의 사탕수수농장에서 이주노동을 하였습니다(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1954년에 세워진 인하대학교(인천과 하와이의 첫 자)의 설립 배경에도 이주노동자의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이후 1963년~1977년까지 8,000여 명이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가게 되었고, 1970년대는 중동지역의 건설 현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해외건설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1973년부터 시작되어 1978년 8만 4천여 명에서 1982년 17만 1천여 명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을 품고 미국으로 가서 세탁업, 청소 등을 하면서 이주노동을 하기도 했습니다(미연방 센서스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한국인은 총 205만 1,572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중 대략 약 20~25만 명은 미등록 체류자로 추정됩니다).

이주노동을 유출하던 국가에서 경제의 급성장을 이룬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1988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고, 동남아시아 지역의 이주자들이 유입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1990년대 20~40만에 이르던 이주자가 이제 100여 개국의 200만이 넘는 국가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2007년 100만, 2016년 200만, 2019년 250만으로 증가). 체류자의 자격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주축을 이루었지만, 이후 2000년 초부터는 결혼이민자, 중도입국자녀, 유학생, 난민 등으로 다양화되었습니다. 

체류 이주민과 내국인의 비교를 살펴보아도, 코로나 이전 5%에 육박하던 이주민이 코로나 이후 4%대 미만으로 내려갔다가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년 평균 10만~20만 이상의 이주민이 증가하다 보면, 조만간에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기준에 따른 다문화사회에 조만간 진입하게 됩니다. 이제는 이민 국가로서의 위상에 맞는 이주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이민 국가’ 채비를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

▼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현황

하지만 선진이민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체류 이민자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다문화·공생사회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첫째로는 증폭되고 있는 혐오와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주민을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을 찍어 사회적 불온 세력으로 내몰아서는 안 됩니다.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은 엄연히 내국인이 회피하는 3D업종으로 국한되어 있습니다. 범죄에서도 사실 확인이 되기 전에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주민의 초기 유입 때에는 ‘동정주의’를 기반으로 하던 인식이 점차적으로는 ‘혐오주의’로 변색하였습니다. 이주민을 사회적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사회의 주변인 또는 이방인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주민도 함께하는 사회적 구성원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통합보다는 갈등이 더 심화할 것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둘째로는 이주민을 단순한 ‘활용’(출산, 가사, 간병 등 노동)의 가치로만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노동 수요가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모든 사업 현장에 이주민으로 대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주민의 취약한 노동권과 노동환경 개선이 없이 저임금 구조로 이주민을 내모는 것은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제사회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또한, 내국인의 노동시장에도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 여건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내외국인 노동자 모두가 안전한 노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한국은 선진 이민국가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해외 이주노동의 역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야 할 다문화·공생사회 실현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형제들을 꾸준히 사랑하십시오. 나그네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를 대접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히브리서 13:1~2)

이영 신부(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eotjde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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