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 탄생 전후 유럽과 중동에서 ‘복음’은 로마 황제에 관한 것이었기에 하나님의 복음 혹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반제국적인 표현이었다. ⓒGetty Images

마가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1절)이라는 말로 그의 복음서를 시작합니다. 이 말은 이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이 사실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으로 풀어서 말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다 해결이 되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위의 14-15절에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14절에서 예수는 복음의 내용이 아니라 복음의 선포자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1절의 의미를 규정할 수 있을런지요?

좀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라는 말은 이러한 상황을 다 포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는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자로 그의 사역을 시작했지만, 그 복음의 담보가 되었기에 최종적으로 그 복음의 내용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복음의 내용은 하나님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가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는 동시에 그 복음의 보증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복음이란 무엇인지요? 복음이란 말은 본래 로마가 사용하던 말로 온 세상을 다스리는 황제의 탄생이나 즉위 또는 승리 등이 백성에게 복음이었고 황제 숭배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이란 말은 황제 이외의 누구에게도 쓸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복음은 황제의 복음과 비교하면 곧 이해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자는 현재 세상 최고 권력자인 로마 황제가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고 하나님의 나라는 황제의 권력 기반인 폭력, 억압, 살륙, 전쟁 등이 아니라 사랑, 존중, 생명, 평화입니다. 예수는 황제로 대표되는 세상의 권력과 그 권력 아래 있는 세상에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를 복음으로 선포함으로써 황제와 그의 복음을 거부합니다.

복음은 처음부터 반제국적이었고, 이 점에서 이집트로부터의 해방과 지배권력 없는 하나님의 왕권을 지킨 사사시대는 이 복음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음은 우리 시대에 와서 왜곡·편향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복음은 미래를 앞당긴 현실로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가까이 왔다는 증언을 빼놓으면 껍데기만 남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개하라는 것은 황제의 나라에서 나와 가까이 온 그 나라를 향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마치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졸지에 떠나는 것처럼 황제의 나라가 상징하는 모든 것들을 뒤에 두고 일어나 가까이 온 그 나라를 맞이하고 그 나라가 주는 기쁨을 얻고 그 나라의 백성으로 다시 사는 것 그것이 회개입니다. 나를 사로잡았던 모든 어둠으로 부터 벌떡 일어나 앞에 있는 빛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입니다.

그 복음을 예수는 전령처럼 우리를 향해 외칩니다. 그 복음의 자리로 오라는 초대장을 이렇게 우리에게 보냅니다. 바로 이것도 황제의 나라에서 복음이라고 일컬어지던 것입니다. 복음은 그 내용과 초대장을 모두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수가 전하는 그 복음의 내용이 하나님의 현실임을 믿고 그가 보내는 초대장을 받으라고 예수는 오늘도 맘몬과 권력의 세상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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