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기에 여기에 머물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Getty Images

주일예배에 참여하신 한성교회 모든 성도님들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나 자신보다 나에게 더 가까이 계신 우리 하나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크신 은혜와 평화 가득 내려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길 위에서 만난 하나님’이란 주제로 말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여섯 번째 시간으로 ‘안전에서 도전으로’라는 제목으로 은혜 나누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사람 안 변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실망했을 때 주로 쓰는 말입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가 ‘역시나’ 하고 실망했을 때 말입니다. 이 말은 한편으로 ‘그 사람 원래 그래’ 하고 받아들이면서 감정을 해소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나 자신에게 적용하는 경우, 변화를 자꾸 회피하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나 원래 이렇게 생겨 먹었어’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대체로 내가 처한 상황과 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입니다. 또는 외모, 경제력, 지위, 명성, 이미지와 같은 외적 변화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적 변화는 대체로 두려워합니다. 물론 환경 변화을 두려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은 내적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자신의 내적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이 일종의 심리적 죽음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내적 변화의 핵심 중 하나가 무엇입니까? 정체성의 변화입니다. 정체성이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인식입니다. 나를 누구로 설명하고 서술하느냐가 곧 나의 정체성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내가 나와 동일시하고 있는 것, 나에게 속해 있다고 믿는 것, 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그것이 곧 나의 정체성입니다.

그렇다면 이때 정체성이 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내가 나와 동일시하고 있던 것, 내가 나라고 여기고 고수하고 있던 그것을 내려놓고 나를 다른 맥락과 관점 속에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라고 여기던 것들을 내려놓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요? 그것은 우리에게 마치 심리적 죽음과 같이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저도 스스로에게 한 번씩 묻습니다. 현재 제게 이 목사라는 직함이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그래서 스스로에 묻습니다. ‘내가 더 이상 목사가 아니라면 그때 나는 누구이고, 그때도 나는 나이고, 나인 게 좋을까? 그때도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기쁠까?’

우리 성도님들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없는 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게 혹시 있습니까? 그것이 무엇입니까? 만약 그것이 내게서 사라진다면 그때도 나는 여전히 나인가요? 그때도 나는 나인 게 감사하고 기쁠 수 있나요?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때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엄청난 상실감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대체로 내적 변화와 성숙을 위해 기꺼이 심리적 죽음을 감행하기보다는 이 심리적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더욱 큰 힘과 에너지를 쏟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하는 한 자기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심리적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있습니다.

오히려 그게 우리에게 더 큰 불안과 두려움, 분노와 좌절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에 있습니다. 우리가 정체성으로 삼는 것, 우리가 나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 진짜 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저 나에 대한 단편적 사실이나 기억 또는 피상적인 이미지나 인상일 뿐입니다. 진짜 나도 아닌 것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게 행복할 리 없습니다. 언제라도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것에 의존하고 있느니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알기 전까지 우리가 진짜 누구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을 통해서만 우리가 진짜 누구인지 압니다. 바울은 로마서 3장 9절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알기 전까지 모두 죄 아래에 있다고 선언합니다. 죄 아래에 있을 때 우리의 자아는 분열되어 있습니다. 알렉스 룽구는 “의미 있는 살을 위하여”라는 책에서 우리가 진정한 나라고 착각하고 있는 가짜 나는 크게 둘로 분열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증명해야 하는 가짜 나’와 ‘드러내면 안 되는 나’로 말입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하는 가짜 나는 내가 뒤집어 쓰고 사는 가면, 남들 눈에 비추고 싶은 자기이미지라 할 수 있습니다. 드러내면 안 되는 나, 나 자신에게조차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는 억압되거나 숨겨진 내 어두운 이면, 그림자, 자기 자신에 대한 지독히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밑바닥 신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짜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이 가면과 그림자는 서로 어떤 관계입니까? 예를 들면, ‘나는 못났어’라는 자아상을 마음속 그림자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는 잘난 사람이야’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마련한 가면을 쓰고 살 수 있습니다. 그는 이 가면으로 학위를 택할 수도 있고, 지위를 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 가면을 마련하기 위해 불안에 떨면서 강박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가면 마련에 성공했다면, 어떻게든 이 가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쓸 수 있습니다. 잘난 사람이라는 가면을 썼으니 모든 일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일을 자꾸 뒤로 미룰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하면 더 완벽하게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자위하면서 말입니다.

이게 죄 아래에 있는 우리의 자아가 흔히 겪는 비참한 현실입니다. 이게 다 하나님 없는 가짜 나를 진짜 나로 착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비참한 자아 현실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까? 바울은 고린도후서 5장 17절에서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선언합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바울은 로마서 6장 5-6절에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죽어 다시는 우리가 죄에서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한마디로 우리의 가짜 자기를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야 하나님과 연합된 진짜 나로 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가짜 자기를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 박으려면,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바른 인식과 확신이 필요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구원의 결정적이고 궁극적인 길로 제시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십자가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곧 우리의 구원을 좌우하는 핵심이라 말합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16장 24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십자가를 외면한 채로는 주님께로 나올 수도 없고, 주님의 은혜를 힘입을 수도 없으며, 주님과 동행할 수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동시에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곧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란 말씀입니다.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나라고 여기는 모든 것들보다 주님을 더욱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주님을 사랑하려면 먼저 주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알고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곧 우리를 향하신 주님의 그 사랑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조차, 우리가 주님을 알지 못하고 부정했을 때조차, 우리가 주님 없이 홀로 고군분투하며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조차, 우리가 주님을 외면하고 스스로 주인되어 살 때조차,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당신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굳이 무엇이 되려 하지 않아도, 우리가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해내지 않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우리 자신으로 존재해도 우리는 이미 주님의 그 사랑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가슴 깊이 인지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도 주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사랑하면 할수록 우리가 나라고 여기는 모든 것들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사람이 주님의 십자가에서 삶의 희망과 구원을 찾고 보는 게 아니라 그저 세속적 성공과 외적 성취에서 그것을 찾고 보려 합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한 청년을 보십시오. 예수님께서 로마의 군인들에게 잡히셨을 때, 그 모습을 지켜봤던 이 청년은 두르고 있던 베 홑이불마저 버리고 벗은 몸으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누군가 두르고 있던 옷이라도 건드렸나 봅니다. 잡히면 무슨 해를 당할지 모르니, 아니 죽을지도 모르니 체면 불사하고 옷을 벗어 제끼고 도망친 것입니다.

이 모습이 당시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 앞에 제자들이 취한 행동의 전형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물론 살고 싶어서겠죠. 그럴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살려고 도망쳤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예수님의 실패로 여겼다는 데 있습니다. ‘메시아가 어떻게 저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 있지? 저렇게 무기력하게 죽어서야 어떻게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이지?’ 이렇게 말입니다.

예수님의 수제자로 소문난 베드로는 어떻습니까? 그는 예수님께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물으셨을 때,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고 바르게 고백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연이어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예고하시자 붙들고 만류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베드로를 향해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꾸짖으셨습니다. 베드로조차 주님의 십자가를 구원의 길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베드로만이 아닙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장 23절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고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라 말합니다. 유대인들에게 십자가는 하나님의 저주에 불과했습니다. 이방인들에게 십자가는 패배에 불과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십자가는 어떻습니까? 고귀한 희생이라고 생각은 하겠지요. 하지만 굳이 내가 가야 할 길로 여기진 않습니다. 나를 죽이는 길을 왜 가겠습니까? 내가 더 강해지고 부해지고 높아지고 완벽해지는 길을 가겠지요. 그러나 그래봐야, 그렇게 애쓰고 수고해봐야, 그저 죄 아래에 있는 가짜 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모르겠지요. 인정하지 않겠지요. 진짜 나로 살려면 가짜 나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요. 믿음은 이것을 인정하고 예수님의 십자가에 가짜 나를 못 박는 행위입니다.

본문의 청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성경학자들은 이 청년이 바로 마가복음의 저자일 것이라 추정합니다. 이것은 곧 십자가 앞에 줄행랑쳤던 이 청년이 십자가의 은혜와 사랑에 붙잡혀 참된 변화에 이르게 되었고 하나님과 연합된 진짜 나로 살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성경학자들은 이 청년을 요한 마가로 추정합니다. 바울과 바나바와 함께 일차 선교여행을 떠났던 그 인물 말입니다. 바울의 선교 열정에 못 미쳐 이차 선교여행부터는 바울과 헤어지긴 했지만, 그는 바울과 베드로의 순교 이후 마가복음을 집필하는 데 혼신을 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 앞에서 줄행랑쳤던 이 청년이 기록한 마가복음이 말하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마가복음은 크게 두 주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기적이야기와 예수님의 수난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예수님의 기적이야기는 그분이 하나님의 권능을 부여받은 메시아임을 보여줍니다. 기적이야기 속에서 예수님은 슈퍼히어로이십니다. 그러나 반전이 뒤따릅니다. 수난이야기 속에서 예수님은 순하고 흠없는 어린 양이십니다. 예수님의 수난이야기는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기적과 권능이 아니라 십자가임을 보여줍니다.

기적과 신적 권능을 통해서만 예수님을 보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오직 십자가를 통해서 예수님을 보는 사람들만 예수님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온전한 신앙고백은 십자가 고난을 만류했던 베드로가 아니라 한 백부장의 입술을 통해 나왔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모습을 현장에서 보고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고백했습니다. 이 고백이 바로 오늘 본문에서 벗은 몸으로 도망쳤던 한 청년의 고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고백은 바로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슈퍼히어로에 열광하고 슈퍼히어로를 꿈꿉니다. 보다 강한 나, 보다 우월한 나, 보다 완벽한 나를 강박적으로 추구합니다. 그러나 슈퍼히어로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슈퍼히어로가 된다고 해서 구원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주님은 슈퍼히어로가 되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신 게 아닙니다. 주님은 당신의 희생으로,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슈퍼히어로의 길이 아니라 십자가의 길입니다. 우리의 가짜 나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게 도리어 우리에게 위험이자 죽음입니다. 우리의 가짜 나를 십자가에 못 박고 주님을 내 주님으로 온전히 모시는 모험과 도전을 감행하는 것만이 우리에게 기쁨이자 영원한 생명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자기가 열광하는 연예인들을 밤낮 없이 들여다 보듯, 끊임없이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우리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확인하십시오. 그 사랑의 힘으로 주님을 더욱 사랑하십시오. 그 사랑에 기대어 우리가 나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으로부터 거리를 두십시오. 그 틈에서 주님을 내 주인으로, 내 본질로 모시어 들이십시오. 그 틈에서 주님을 찬양하며 주님의 임재를 기다리십시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십시오. 주님께서 부여하신 사명에 반응하십시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을 내 주인으로 모신만큼 우리는 강해집니다. 우리의 강함은 우리에게 있지 않고 우리를 다스리시는 주님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아가 강해지는 데만 힘과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 주님과 하나가 되는 데 우선적으로 우리의 힘과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주님을 내 본질로 인정하는만큼 우리는 부요해집니다. 우리의 부요함은 우리에게 있지 않고 우리에게 임재하시는 주님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부풀리는 데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주님과 사랑하는 데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주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주님을 사랑하는 일에 장애가 되는 것이 있다면 과감히 끊어내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이 도전이 우리에게 심리적 죽음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죽음은 반드시 우리의 부활로 이어질 것입니다. 주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충만한 삶의 부활로 이어질 것입니다.

본문의 청년은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벗은 몸으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청년은 벗은 몸이었기 때문에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온전히 수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자기 안전을 위해, 자기 사랑을 위해 걸치고 있던 것들이 많았다면, 그것들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었더라면, 아마도 십자가의 은혜를 끝까지 외면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알몸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알몸이 주님이 사랑하셨던, 주님이 사랑하시는 우리 자신입니다. 알몸으로 주님을 모셔야 주님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슨 삶이든 살아낼 수 있습니다.

김현주 목사(한성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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