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원 김찬국 교수의 사랑을 받으며 학문에 매진했던 제자들이 김찬국 교수 15주기 추모예배와 출판기념회를 진행하고 스승의 사랑과 뜻을 되새기를 자리를 마련했다. ⓒ장성호

“선생님은 해직 기간 10여 년간 해직 기간 내내 가방 속에 여러 책을 넣고 다니면서 이거 한 권 사고 돈 내라고 하셨습니다. 판매 대금으로는 옥에 갇힌 제자들 영치금 넣으셨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그에게서 이사야가 묘사한 고난받는 종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김찬국 기념사회업회’가 주관해 19일(월) 저녁 7시 연세대 신학관 예배실에서 진행된 ‘소원 김찬국 교수의 15주기 추모행사’ 중 추모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민영진 전 총무(대한성서공회)는 이렇게 자신의 스승을 회고했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성경 학도가 된 것에는 구약학자였던 선생님의 동행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민 전 총무는 “김찬국 교수가 예언서의 말씀을 공동번역으로 읽고 가르치고 난 뒤 군사정권에서 성경을 검열하기 시작했다.”며 “만약 김찬국 교수께서 공동번역으로 성경을 읽지 않으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선생님도 옥고를 치르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고 김 교수의 고난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추모예배 후 이어진 추모음악회에서는 정승민 군과 어린이 노래그룹 ‘작은 평화’, 김다영 님과 바리톤 최현철 님 등의 동요와 고 김민기 씨의 노래들로 채워져 함께 자리한 사람들에게 잔잔한 기쁨으로 추모의 자리를 뜻깊게 만들었다.

이어 출판기념회를 시작하며 허호익 ‘김찬국 기념사업회장’은 《창조신학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개신교 창조신학의 정립을 위하여》의 출간 취지를 밝혔다.

“소원 김찬국 교수의 15주기를 맞아 평소 김 교수가 강조했던 창조신학을 기억하고, 김 교수의 박사논문이 ‘제2 이사야의 창조신학’이었던 것, 그리고 얼마전 자신의 저서에서 유신진화론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서울신대에서 해임된 박영식 교수의 사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김 교수의 창조신학을 재조명하기 위해 박사논문을 정리해 소개하고 아울러 쟁점이 된 관련 주제에 대한 필자들의 글을 모아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창조신학 어떻게 볼 것인가》는 김은규 전 성공회대 교수, 박영식 전 서울신대 교수, 이상목 평택대 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 교수, 허호익 대전신대 퇴임 교수 등이 참여해 한국 창조신학의 재정립을 위해 기획된 것이다. 또한 기념사업회는 “이 책의 출판에만 머무르지 않고 김 교수 기념사업으로 이후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출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 소원 김찬국 교수

민주화운동과 제자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으로 기억되는 ‘소원 김찬국 교수’는 192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5년제 서울중앙중학교를 거쳐, 연희전문학교 신학과에 입학, 1954년에 대학원을 졸업했다. 졸업 후 이듬해 1955년 미국 뉴욕유니언신학교 대학원으로 진학, 유학 1년 만에 신학석사 학위를 취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모교인 연세대로 돌아와 1980년 2월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54년부터 연세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감리회 목사로도 봉사했다.

특히 김찬국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시설 민청학련 사건에 연류되어 1975년 긴급조치 1호와 4호 위반으로 구속 수감되었다가 옥고를 치르고 1975년 3·1절 특사로 석방되었다. 그후 9년 동안 해직 교수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복직되어 연세대 신학과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김 교수는 해직 기간 중에도 정권의 탄압과 회유에 굴하지 않고 민주화운동에 투신해 실천적 삶을 살았다. 평화시장대책위원회 위원장, 인천 동일방직긴급대책위원회 부위원장, KNCC 인권위원 및 부위원장, 양심수월동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한 것이다.

또한 1990년대 당시 재단 분규로 어려움을 겪던 있던 상지대 총장으로 부임해 학원 정상화와 발전을 도모했으며, 이어서 총장직에 연임되었으나 건강 문제로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후 연구에 매진하던 김 교수는 2009년 8월 19일 82세로 별세했다. 군사정권에 대항해 옥고를 치루던 자신의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걸고 그들을 돕고 함께 싸우던 사랑이 많은 선생님이었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