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조사를 실행한 죄를 범한 다윗은 백성을 버리는 죄를 더했다. 왜 그랬을까. ⓒGetty Images

다윗은 숱한 전쟁 끝에 국경을 안전하게 정의와 공의의 정치로 평화를 수립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왕이었다는 칭송을 들을 만 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생각만큼 바람직한 왕은 아닙니다. 심각한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고 백성에게 큰 피해를 가져다 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성서가 그의 양면을 다 수록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크든 작든 잘못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잘못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그에게는 남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잘못을 이렇게든 저렇게든 깨닫게 되면, 회개하고 돌이킵니다. 이 점에서 그는 용기있는 믿음의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의 잘못을 성서가 기록한 이유는 권력자의 일탈을 경고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위 본문은 다윗이 요압의 충언에도 불구하고 금기시된 인구조사를 감행했던 사건의 끝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백성의 수가 많다는 것이 왕의 자긍심을 높이고 권위를 세우는 일인지 그는 이제까지 하지 않던 그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역대기 기자는 이 일을 이스라엘이 범죄하는 것이라고 했지만(대하 21,3), 다윗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고집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그 일의 성격을 모를리 없지만 한사코 고집하는 것은 마치 눈에 무엇이 씌웠나 보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다윗의 이런 상황을 역대기 기자는 사탄의 충동이라 했고 사무엘하 기자는 하나님의 충동이라고 했습니다(대하 21,1;  삼하 24,1). 이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지금은 단지 그가 그 무엇으로도 억제할 수 없는 강력한 충동에 휩싸여 그렇게 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해명이라고 하는 선에서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결과는 사흘 동안의 전염병으로 무려 칠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자신을 향한 벌 대신 그는 이 재앙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이 적군에게 쫓기는 것을 피하고자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일종의 책임 회피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계속 잘못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안 그럴까요? 백성을 지키고 백성을 섬겨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그는 백성을 재앙에 내동댕이 쳤습니다. 이것이 대부분의 권력자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가 이 참상을 겪은 다음 뒤늦게나마 그가 재앙을 내리는 하나님의 사자에게 범죄하고 악을 행한 자는 자신이니 백성이 아니라 자신과 그의 집안에 벌을 내려달라고 청탁을 합니다. 이렇게 한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행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무고한 희생이 있었습니다.

회개하는 다윗에게 하나님은 갓을 통해 오르난의 타작 마당에 제단을 쌓으라고 명령하십니다. 그가 제단을 쌓고 제사를 드렸을 때 하나님은 그의 제물을 불사르는 것으로 응답하셨습니다. 권력자의 회개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었기에 하나님도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먼훗날 아합이 엘리야의 심판 선언을 듣고 회개의 모습을 보았을 때 하나님이 엘리야에게 그를 보라고 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하나님의 응답을 경험한 다윗의 탄성이 위의 본문입니다. 훗날 그 자리에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집니다. 하나님이 나타나셨다는 사실이 그곳을 성전터로 만들었겠지만, 동시에 그곳은 다윗의 범죄로 죽어간 칠만명의 이름이 새겨진 곳이기도 합니다. 그 성전을 보며 이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뜻이 성전에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위로와 기억의 자리가 성전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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