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이종명’와 ‘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강제징집·프락치강요 국가폭력 사과와 국가배상 항소심 선고’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와 기독교대책위는 항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홍인식

“그 당시 국가가 가해자였으면 아빠와 같은 상황에 놓였던 모든 분들과 그 상황에 놓였던 모든 분들은 피해자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협박당했고, 맞았고,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더 이상 이 일로 저희 아빠처럼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분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는 ‘시효가 지났다’, ‘입증이 부족하다’ 등의 피해자들을 더 상처주는 말은 그만두고 이젠 정말로 사과해 주세요. 본인이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아야 했다는 이유로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이런 재판 과정 없이도 사과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날이 꼭 오길 바랍니다.”

29일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서울중앙지방법원 서문 앞에서 열린 ‘故 이종명’와 ‘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강제징집·프락치강요 국가폭력 사과와 국가배상 항소심 선고’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故 이종명 목사의 딸 ‘이봄’ 씨가 이같이 촉구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재판부의 간략한 기각 주문 낭독 후 5분 만에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과 ‘녹화공작·강제징집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이봄 씨는 또한 “오늘 기각됐다는 판결을 들으면서 금액만 달랑 얘기할 때 정말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 기각했는지 말도 안 해주고 왜 기각해야 되는지 말도 안 해주고. 이유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사과를 해 주세요. 참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2023년 5월 16일, 녹화공작(프락치 강요) 피해 당사자인 故 이종명 목사와 박만규 목사가 국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40년 만에 소를 제기한 사건의 항소심이었다. 1심에서는 국가가 각 9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으나, 이에 불복해 항소가 제기되었다. 특히 故 이종명 목사의 사망으로 유가족 이봄 씨가 소송을 승계해 진행되었다.

1심 판결은 국가의 불법구금과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 그리고 프락치 행위 강요를 인정해 피해자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국가의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항소를 통해 국가의 부작위를 명백한 위법행위로 규정하며, 국가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항소심을 신청한 피해자 측은 “재판 과정에서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며,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재판에서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와 희망이 철저히 짓밟혔다.”고 지적했다. 특히 “프락치 행위에 동원된 이후 오랜 세월 죄책감을 짊어져야 했던 피해자들이 다시금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故 이종명 목사는 항소심 판결을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유가족들은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있다. 항소심 기각 판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과 기독교대책위원회는 “항고를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정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40년 전의 가해를 국가가 다시 반복한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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