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colas Poussin,「 The Israelites gathering Manna in the Desert」 (1637-1639) ⓒWikipedia

이것은 바울이 마케도니아 교회의 상황을 들어 고린도 교회를 격려하고 지독한 가뭄과 극심한 가난 및 지속적인 종교적 탄압 때문에 고통을 겪는 예루살렘 교회를 자원하는 마음으로 계속 후원하게 하려고 쓰는 글의 끝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출애굽기 16장 만나 사건을 일단락 짓는 말의 인용입니다.

이집트에서 나온지 얼마 안돼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당연히 먹거리 문제에 부딪힙니다. 대책 없이 광야로 뛰어들었고 또 광야에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집단 아사의 위기에 봉착한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의 불평과 원망은 이러한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도해야 된다고 그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 교조적이고 너무 비인간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한 비난은 쉽기는 하지만 인간에 대한 무지 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오해도 동시에 드러냅니다.

이 사건의 해결에 모세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합니다. 이 순간의 그에 대한 보도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의 마음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그들 앞에 서있지만, 그도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없어 막막했을 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시며 개입하십니다. 그들의 모습에 대해 한마디 말씀 없이 해결책과 음식소비 규정을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전하며 모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원망을 들으셨다고 세번이나 반복합니다. 그들의 원망이 하나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던 것일까요?

하나님은 이 일로 자신이 누구인지 곧 해방의 주이셨음을 다시 한번 이스라엘에게 각인시키시려고 합니다. 해방의 하나님이 이 문제로부터 이스라엘을 또다시 건져내시는 분임을 알리려 하십니다. 더나아가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시고자 하십니다.

만나를 거두는 것은 사람에 따라 많고 적어 보이기도 했지만, 거둔 것을 보니 많이 거둔 사람도 남은 것이 없었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는 것이 없습니다. 능력과 일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하루를 살 수 있는 양식이 보장되고 내일을 걱정해서 쌓아두어야 할 이유가 없는 삶입니다.

이런 이상적인 사회의 삶은 그렇지만 저 먼 옛날의 일이 되고만 현실이지만, 바울은 이를 기억하고 그 사건을 현재화하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예루살렘은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모금을 여러 교회에서 했고 지금 고린도 교회에도 이를 위해 그 행위의 의미를 밝히고 있습니다.

고린도 교회의 경제적 형편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그들은 모금에 이미 자발적으로 참여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바울은 이를 더욱 북돋고 더 가속화시키기 위해 그들에게 그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의 넉넉함으로 저들의 부족함을 채워 평등하게 또는 공평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또 훗날  저들의 넉넉함이 그들의 부족함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계산적인 것이 아닙니다. 행동과 변화, 공감과 연대의 열매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를 만나 사건의 말로 갈무리합니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희망의 미래가 그들의 이 행동으로 재현됩니다.

이 행동이 하나님의 미래를 현재로 당겨옵니다. 그래서 나눔은 평등과 공평을 위한 행동입니다. 그리고 그 행동의 동인은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을 보고 공명함으로 고통을 나누는 나의 속사람입니다. 자기의 한계를 넘어가도록 타인의 고통은 우리의 문을 두드립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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