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이표 목사와 박문수 소장은 아시아종교평화학회와 원광대 평화연구소 공동 국제학술회의 두 번째 세션에서 한국에서의 적 개념 자체가 어떻게 변화되어 있는지 역사적 상황을 재구성했다. ⓒ장성호

지난 8월 30일(금) ‘아시아종교평화학회’와 ‘원광대 평화연구소’가 “적의 계보학: 우리에게 적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학술회 두 번째 세션에서는 홍이표 목사가 “한국 개신교의 적 개념 형성사 개관”을, 박현도 교수(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가 “팔레스타인 단상: 정치적 손실을 따지는 비참한 전장”을, 마지막으로 박문수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이 “적의 계보학: 6.25전쟁 전후 일어난 민간인 학살을 중심으로”를 각각 발표해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짚어 보았다.

먼저 홍이표 목사(전 야마나시에이와대학 준교수, 일본기독교단 선교사)는 “한국 개신교의 적개념 형성사 개관”에서 한국 개신교가 근현대사 속에서 다양한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적개념을 형성해 왔음을 설명했다. 특히 개신교가 종교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가톨릭, 제국주의, 공산주의 등 다양한 대상을 적으로 규정하며 투쟁해 왔다고 분석했다.

홍 목사는 이러한 적대적 태도가 단순한 종교적 갈등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가 종종 신앙의 본질보다 특정 이념이나 국가적 목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신앙 공동체가 본래의 역할을 잃고 배타적인 태도를 강화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한국 개신교는 때때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거나, 오히려 평화와 화합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현도 교수(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는 “팔레스타인 단상: 정치적 손실을 따지는 비참한 전장”이라는 주제로 발표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전쟁이 토지, 정치적 분쟁, 종교적 긴장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이란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 박현도 서강대 교수는 현재도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이스라엘 국내 상황이 어떻게 전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짚어봤다. ⓒ장성호

박 교수는 또한 이스라엘 내 정치적 갈등과 극우 정당의 강경 노선이 전쟁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시온주의가 종교적 주장이라기보다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존과 관련된 논의도 전쟁 지속에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문수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은 “적의 계보학: 6.25전쟁 전후 일어난 민간인 학살을 중심으로”에서 6.25전쟁 초기 남북 양측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통해 적의 계보를 탐구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자행된 학살이 공동체의 상태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고 보았다.

박 소장은 학살이 발생한 지역의 공동체 특성을 분석하며, 평소 주민 간의 평화적 관계와 공동체 형성이 학살을 방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쟁 후 화해를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6.25전쟁 당시 학살 규명의 어려움과 정치적 과정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박 소장은 이념 문제보다는 주민들 간의 원한과 갈등이 학살로 이어진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갈등 상황에서 학살을 방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개신교의 적개념 형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홍이표 목사는 한국 개신교가 짧은 선교 역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적대적 태도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통적인 유교, 불교, 도교, 샤머니즘 등과의 대립에서도 나타났으며, 이러한 태도가 한국 개신교의 성장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장성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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