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데 있어 때와 장소와 사람을 가려야 하는 것일까. ⓒGetty Images

내가 느꼈던 사립학교의 무서움은 바로 내 목줄을 위에서 쥐고 있고 얼마든지 그의 뜻대로 조이거나 자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학생을 때려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공금을 횡령하고 어마어마한 촌지를 받지 않는 이상, 교사의 목숨은 참으로 질긴 것이라 들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사립이라는 세계에선, 이 말은 그저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렸다.

어떤 사유인지 모르겠지만 재단의 눈 밖에 난 교사가 있었다. 내 생각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징계위원회가 소집되었고 중징계가 의결되었다. 학부모의 투서가 교장의 E-mail로 왔고 그것을 토대로 해당 교사의 비위와 잘못을 징계하겠다는 논리였는데 이 투서 자체가 요즘말로 ‘주작’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하지만 20년 전의 한국사회는, 그리고 사립학교는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와 비슷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으니 말이다. 해당 교사는 당연히 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재단은 징계에 불복하는 그를 파면시켰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를 부당한 징계로 판단하고 학교에 복직 명령을 내렸으며, 다행히도 그 교사는 파면된지 약 3개월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진짜 커다란 폭풍은 그 뒤부터 시작되었다. 

교장은 수시로 회의를 소집했고, 항상 그 교사는 회의소집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사실 회의의 내용은 별것 없었다. 다만 핵심 메세지는 이것이었다.

“그는 우리 학교를 망치기 위해 작정을 하고 우리학교를 음해하는 사람이다. 너희들은 절대 그에게 가까이 가지 말고, 말도 걸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메세지의 말미에는 꼭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다. 그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으로 감싸주려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이 모순된 메세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상당히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나는 중간의 메세지는 다 삭제하고 맨 마지막의 말만 받아들였다.

“사랑으로 감싸주라, 아멘!”

평소에 그 교사와 친분을 좀 쌓은 것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 교사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고, 나만이라도 좀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교사에게 접근도 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나는 그 분의 교실에 들렀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분의 억울한 사정도 들어드렸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교장이었다.

“선생님, 지금 어딥니까? 뭐하고 있어요?”

분위기가 이미 내 소재를 파악하고 전화한 눈치다. 거짓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네. 지금 O학년 O반 교실에 와 있는데요.”
“당장 교장실로 오세요. 지금 당장!!!”

교장실에 도착하니 교장이 무서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지금 뭐하자는 거죠? 제가 회의 때 뭐라고 했습니까? 왜 그 교실에 갔죠?”
“…”
“어서 대답하세요!!!”
“저… 교장 선생님께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감싸주라고 하신 말씀 때문에, 전 그 마음을 품고 찾아갔습니다.”

순간 교장의 살짝 멈칫하는 것을 느꼈다. 이후 그의 말투와 태도가 살짝 변했다.

“아, 그쵸. 그건 맞는데… 그는 우리 학교를 음해하려는 사람입니다. 선생님께서 그 사람과 가까이 하면 선생님께 얻은 정보를 가지고 더 학교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으라는 말은 마음으로 그를 위해서 기도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으라는 말씀을 제가 잘못 이해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그렇게 그 교사는 철저한 고립과 배제의 시간을 겪다가, 다음해 교장이 퇴진한 뒤에야 비로소 얼굴에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자신의 명예를 회복했다고 판단한 뒤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명예퇴직을 했다.

아이들에게는 ‘서로 이해하고 용납해라, 왕따 시키면 안 된다.’고 가르치던 사람들이 권력의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한 사람을 왕따시키는데 앞장서는 모습, 그리고 나 또한 비겁하게 굴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담했고 슬펐다.

“하나님의 사랑이 진정 이런 것인가!”

그렇게 그곳에서의 내 남은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홍경종 교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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