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채수일의 ‘기고만장’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삶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그의 신비사상을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에크하르트에 대한 해설서와 에크하르트의 번역된 저서들

에크하르트에 대한 한국어 연구서나 해설서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출간되었습니다. 길희성 교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 사상》(분도출판사, 2019), 메튜 폭스의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김순현 역, 분도출판사, 2006), 게르하르트 베어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이부현 역, 안티쿠스, 2009), 올리버 데이비스의 《신비신학자 마이스터 엑카르트》(이창훈 역, 분도출판사, 2010) 등이 나와 있습니다.

에크하르트 자신의 글도 번역되었는데요, 레이몬드 블레크니가 편역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1, 2》(이민재 역, 다산글방, 1994), 요셉 퀸트가 편역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독일어 논고》(이부현 역, 누멘, 2009), 《하느님과 하나 되어 – 논고, 설교, 강의 선집》(김순현 역, 분도출판사, 2014), 《독일어 설교선집》(김재현 역, 키아츠, 2023), 《중세 고지 독일어 작품집 1-5》(이부현 역, 메타노이아, 2023), 《영혼의 경이로움에 관하여》(박규태 역, 감은사, 2024) 등입니다.

《독일어 논고》⁽¹⁾를 중심으로 본 에크하르트의 신비사상과 그 의의

우리말로 번역된 에크하르트의 글 가운데, 오늘은 그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독일어 논고》를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독일어 논고》는 요셉 퀸트(Joseph Quint)가 편역한 세 편의 설교와 소책자를 모은 것입니다. 〈영적 강화〉, 〈신적 위로의 책〉, 〈고귀한 사람〉, 그리고 한 편의 부록(버리고 떠나 있음)이 실려 있습니다.

〈영적 강화〉(Die Reden der Unterweisung)는 수도원장으로서 에크하르트가 젊은 수사들을 가르치는 내용인데요, 서두에 실린 글, “다음은 튀링엔 관구의 관구장 대리이며 에어푸르트 수도원 원장이며 설교수도회 수사인 에크하르트가 젊은 수사들과 나눈 대화입니다. 젊은 수사들은 저녁의 강화 때, 나란히 앉아서 에크하르트에게 많을 것을 물어보았다”라는 글은 이 글의 형식과 내용, 그리고 목적을 잘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에크하르트가 독일어로 쓴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2)

〈신적 위로의 책〉은 1308년에 죽은 합스부르그 왕가의 알브레히트 1세의 딸인 헝가리의 왕후 아녜스(1280년경-1364년)를 위해 쓴 ‘위로의 책’입니다. 당시 관구장 대리로서 뵈멘 관구를 이끌었던 에크하르트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3)

〈고귀한 사람〉은 누가복음 12장에 대한 설교이고, 부록인 ‘버리고 떠나 있음’도 설교입니다. ‘버리고 떠나 있음’이라는 표현은 본래 신비주의 시대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은 말인데, 에크하르트에 의해 다듬어진 표현으로 그 뜻은 “인간과 세계로부터 돌아선 영혼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 머무르고, 자기 자신과 하나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피조물과 나로부터 ‘벗어난다’, ‘돌아선다’는 소극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신으로 돌아선다’, ‘신으로 향한다’는 적극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4)

에크하르트의 〈영적 강화〉에 대하여

모두 23편의 가르침으로 구성된 〈영적 강화〉는 ‘참된 순종에 대하여’, ‘가장 힘 있는 기도와 가장 고귀한 행위에 대하여’, ‘고집에 가득 차 있어 그냥 놓아두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가 내적, 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그냥 놓아두고 있음(Lassen)의 유용성에 대하여’, ‘무엇이 본질과 근거를 선하게 하는지 주목하라’, ‘버리고 떠나 있음(Abgeschiedenheit)과 신을 소유하는 것(Besitzen Gottes)에 관하여’, ‘어떻게 사람은 자신의 행위를 가장 이성적으로 행할 수 있는가?’, ‘최고로 성장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관하여’, ‘인간이 신을 그리워하는데 신이 모습을 숨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주제에 대한 에크하르트의 생각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 가운데 오늘의 우리 마음에 와 닿는 말들을 중심으로 에크하르트 자신의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영적 강화〉의 첫 문을 여는 주제는 순종입니다. 젊은 수도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이기에 그 주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크하르트는 “참되고 완전한 순종은 모든 덕행에 앞서는 덕행이다. 어떠한 위대한 행위도 순종이라는 덕행 없이는 생길 수도 이루어질 수도 없다.”고 합니다.(5) 완전한 자기 포기라는 의미의 참된 순종 안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기도에는 “저에게 이러한 덕이나 지혜를 주소서.” 또는 “주여, 저에게 당신 자신이나 영원한 생명을 주소서”라는 기도가 포함되어서는 안 되고, 다만 “주여, 당신이 원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저에게 주지 마시옵고, 모든 방식으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하소서”라는 기도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에크하르트는 가르칩니다.(6)

다시 말해 가장 힘 있는 기도, 거의 전능에 가까운 기도와 가장 가치 있는 행위는 텅 비어 있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텅 비어 있는 마음’이란 어떤 마음일까요? ‘텅 비어 있는 마음’이란 “어떤 것에도 동요하지 않고, 어떤 것에도 묶여 있지 않는 그러한 마음이다. … 텅 비어 있는 마음이란 결코 자신의 것을 바라보지 않는 마음이다. 텅 비어 있는 마음이란 신의 가장 사랑스런 뜻에 온전히 침잠하는 것이며, 자신의 것에서 벗어나 있는 마음이다. … 원컨대 인간의 모든 지체들과 능력들, 즉 눈과 귀, 입, 심장과 모든 감각 기관이 신과 하나 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우리는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 신과 우리가 하나 되어 머무는 것을 우리가 느끼기 전까지 우리는 그분께로 향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7)

그런데 인간이 마지막까지 놓기 어려운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에크하르트는 “어떤 사람이 왕국이나 세계 전체를 손에서 놓았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그대로 움켜쥐고 있다면, 그는 아무 것도 놓은 것이 아닐 것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 자신을 놓는다면, 그는 부든 명예든 또는 그 무엇이든 간에,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놓은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8)

에크하르트는 마치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이 《소유냐, 존재냐》(9)로 인간 존재의 지향성에 따라 유형을 구분한 것처럼 ‘행위와 존재’를 구분합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 많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신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만약 사람들이 선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이 선하다면, 그들의 행위 또한 밝게 빛날 것이다. 만약 그대가 옳은 사람이라면 그대의 행위도 옳을 것이다. 우리는 성스러움의 근거를 행동으로 삼고자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성스러움의 근거를 존재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행위가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행위를 거룩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0)

알려진 것처럼, 에크하르트는 이단 심문 과정에서 두 방향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설교를 통해 분별없이 공공연하게 단순한 대중들을 가르쳤다는 비난이고, 둘째는 그 반대로 단순하고 배우지 못한 민중에게 고상한 스콜라적 교육 체계를 가르쳐 스콜라적 교육 체계를 모독했다는 비난입니다.(11)

그러나 에크하르트는 “만약 우리가 배우지 못한 사람을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면, 어느 누구도 결코 배울 수 없을 것이다.”(12)라고 하면서, 배우지 못한 사람이건 배운 사람이건 “사람이 진리와 같아지지 않는 한, 진리를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진리는 신의 마음으로부터 매개 없이 도래하는 감추어지지 않고 드러나 있는 진리이기 때문이다.”고 말합니다.(13) 배운 사람이라고 진리를 깨닫고, 배우지 못한 사람은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배운 사람이건 배우지 못한 사람이건 진리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진리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에크하르트가 이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크하르트는 “신은 이성에서 비로소 자신의 성전에 있는 것이다.”고 말합니다. “이성이 신의 성전이고, 이성에서보다 더 본래적으로 신이 머무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14)

반지성주의와 배타적 독단주의, 근본주의가 지배하는 한국교회가 새겨 들어야 할 말입니다. 이성과 지성을 강조하는 에크하르트는 그의 선배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콜라 신학전통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에크하르트 신비사상의 형이상학적 토대는 토마스주의의 체계인 것이지요. 그래서 에크하르트의 독일어 저작의 편집자인 요셉 퀸트는 에크하르트를 “스콜라적 신비가”라고 주장합니다.(15)

토마스 아퀴나스와 마찬가지로 에크하르트도 “신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을 완성하시는 분이다. 초자연적인 은총도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완성시킨다. … 우리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갖고 있다. 우리는 자유 의지를 갖고 선악을 선별할 수 있다. 신은 인간에게 악행에 대하서는 죽음을, 올바른 행위에 대해서는 생명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선택하도록 하셨다.”고 합니다.(16)

이성이 신적 존재의 성전이라면, 인간이 부여받은 이성에도 신의 최고의 고귀성이 자리한다고 에크하르트는 생각합니다. 영혼의 최고의 부분, 즉 영혼의 정점, 영혼의 전 존재를 통합하는 영혼의 중심을 에크하르트는 최상의 이성 또는 영혼의 불꽃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최상의 이성, 이러한 영혼의 성전에 인간의 신적 형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17)

그런데 이런 영혼의 불꽃은 자기추구와 피조물에 속박되어 있고, 매여 있고, 사로잡혀 있는 자아의 여러 층들 아래 파묻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신비적인 ‘벗어남’에 의해, 시간과 공간에의 속박, 신체라는 감옥에의 구속, 자기추구에의 속박 등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면, 최고의 이성, 신적 불꽃이 인간 영혼의 깊은 곳에서 다시 자유롭게 된다고 합니다.(18)

이런 ‘신비적인 벗어남’, 자유에 이르는 방법을 에크하르트는 ‘버리고 떠남’(Abgeschiedenheit), ‘그냥 놓아두기’, ‘벗어나 있기’ 등으로 표현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죽으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에크하르트는 말합니다.

“그대가 일의 성사를 위해 또는 선, 명예, 안락한 생활, 즐거움, 내면성, 성스러움, 보상 또는 하늘나라 등을 위해 일을 하는 한, 그대의 성전은 시끄러운 시장바닥이 된다. 자기 이익을 위해 영원한 신과 거래를 하고자 하는 장사꾼들과 상인들로 가득 차 있는 그런 시장바닥이 된다. 그러나 신은 이러한 소매상인들과 함께 하지 않고, 성전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19)

신을 자기 욕구나 욕망의 충족 수단으로 여기고 신과 거래하려고 하는 이들을 성전이라는 시장의 소매상인이라는 에크하르트의 질책이 무섭게 다가옵니다. 신을 팔아먹고 사는 모든 종교인들, 도매상인 정도의 큰 종교 사기꾼부터 소매상인 정도의 삯꾼들에 이르기까지 시장 종교가 된 그리스도교가 특히 새겨 들어야 할 것입니다.

신비주의의 특징은 매개되지 않은 신과 인간의 합일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영혼의 불꽃이 신과 하나가 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 심지어 합일에의 희망 자체도 버려야 합니다:

“가장 내적인 나와 신적 사막의 고요한 근저 사이에 파고드는 모든 매개물은 신과 나의 하나 됨을 방해한다. 인간의 의지와 추구라는 구속만이 아니라, 사유, 표상, 신앙, 공상과 희망 등의 구속들도 신과 인간이 하나 되는 것을 방해한다. … 우리의 눈이 색을 보기 위해서는 모든 색으로부터 자유롭고 비어 있어야 하듯이, 성전은 비어 있어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상들과 표상들은 그대의 눈 속의 들보이다. … 정말이지, 그대는 생각된 그대의 신을 버려야 한다.”(20)
“그대가 그대의 신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것은 신이 아니라, 오히려 그대 자신이다. 그대는 신을 모독하고 있다.”(21)

참으로 무섭고 두려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신을 믿는다고 하면서 사실은 신을 모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렇다면 신을 모독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에크하르트는 “침묵하라”고 합니다. “신에 대해 개처럼 컹컹 짖어대지 말라.”고 합니다. 술어와 속성의 옷으로 신을 치장하지 말고 오히려 아무런 속성 없이 신을 취하라고 합니다. 신은 자신의 옷집에서, 즉 자신의 고요한 사막에서 이름 없이, 존재를 넘어서는 존재이자 존재를 넘어서는 무(無)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에크하르트는 성 디오니시우스(St. Dionysius, ? - 250?)(22)가 “내적인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침묵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신에 관해 가장 아름답게 말하는 자이다.”라고 말한 것을 상기시킵니다.(23)

신비(mystik)의 고대 헬라어 어원은 ‘닫다’(close/myo)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을 생각하면, 신비 체험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고, 귀와 입을 막아야 들을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 달라고,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해 달라고 매달리면서 한 없이 재잘거리는 이들은 신비 체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정신적 가난 이외에 어떤 것도 이러한 신적 근저(깊이)로 이끌어가지 못합니다.(24) 그렇다면 ‘정신이 가난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에크하르트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 것도 알지 않고, 아무 것도 갖지 않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가난한 사람”이라고 합니다.(25) 그리고 이것은 내적으로 홀로 있기를 배울 때 가능해집니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지 간에 내적으로 홀로 있기를 배워야 한다. 그는 사물들을 꿰뚫고 파고들어 그 가운데서 자신의 신을 포착해내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는 본질적인 방식으로 힘차게 신을 자신 속으로 모시고 들어와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바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마치 글쓰기를 배우려는 학생의 경우와 같다.”(26)

영성은 갑자기 위에서 주어지거나,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마치 글쓰기를 배우는 것처럼 오래,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성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 쉽게 성취되는 영성은 모래 위에 세운 집, 값싼 은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크하르트는 “사람은 이성과 의지, 두 개의 능력을 갖고 계속 자신을 드높여야,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합니다.(27)

놀라운 것은 “신을 자신 속으로 모시고 들어와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바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에크하르트의 주장입니다.(28)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1824-1864)의 ‘시천주’(侍天主)를 연상시킵니다. 후에 에크하르트가 이단 심문을 받은 이유의 하나가 그가 범신론자라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이 점에서 에크하르트가 동아시아 종교전통의 빛에서 더 잘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유에 대해서 에크하르트는 모든 것이 신이 은총의 선물로 주어진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것이 잠시 우리에게 대여된 것일 뿐이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 몸이든, 영혼이든, 능력이든, 외적인 재산이든, 명예든, 친구든, 친척이든, 집이든, 뜰이든 그리고 그 어떤 것이든 관계없이, 우리는 어떤 것도 내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29)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사들에게만 타당한 가르침이 아니지요. 세상 안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소유해야 하는 평범한 우리도 소유에 대해서 가져야 할 근본태도, 즉 모든 것은 은혜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권면이지요.

이 외에도 에크하르트의 신비 사상을 조명해주는 주제들, 특히 오늘의 한국교회와 동아시아 종교전통과의 대화를 더 풍요롭게 하는 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면 관계상 여러분 스스로 에크하르트를 읽으시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과의 내적인 합일을 추구하는 신비주의는 신 체험의 강렬함과 충만함, 제도화된 종교에 대해 도전적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사적이고 개인적 영성이라는 점에서 한계도 있습니다. 신비체험이 역사적 변혁의 상상력과 힘으로 작동한 예는 16세기 유럽 종교개혁 좌파들, 특히 토마스 뮌처(Thomas Muenzer, 1489?-1525)의 농민전쟁과 재세례파 운동 등을 기다려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토마스 뮌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1260-1328)에 이어 다음 시간에는 동시대 인물인 알리기에리 단테(1265-1321)와 그의 《신곡》을 살펴보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에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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