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9회 총회가 개회하기 전부터 3대 쟁점 헌의안은 찬반 양측이 기대하던 결과는 아니었다. ⓒ이정훈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9회 총회 둘째 날인 25일(수) 오후에 진행된 헌의안 심의 보고 중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이단대책위원회 신설”, “교육사 제도 도입” 그리고 “목회자 성윤리강령 준수 서약서 이행” 등이 유보되거나 부결되었다.

3대 쟁점 헌의안에 대한 갈등의 속내

특히 2개 노회에서 헌의안을 올린 이단대책위 신설은 이른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해 온 교회와 그 활동들을 이단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했던 가운데 “선교위원회로 이관해 한 해 더 연구하는 것”으로 유보되었다.

박상규 신임 총회장 또한 헌의안 심의 보고 시간에 “저도 어젯밤 늦게까지 정치부 안건 심의에 참여해 긴 시간 동안 토의했다.”며 이 사안이 쉽게 처리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헌의한 토의 시간 후 장외에서도 이단대책위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을 대표하는 총대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도 연출했다.

일부 총대들에 의하면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이 헌의안이 악용될 소지가 많은 걸 알기 때문에 이단대책위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귀뜸했다.

“교육사 도입”에 대해서도 토의 시간에 제기된 문제는 교육사의 위치였다. 일부 총대들은 “교육사 제도는 단순히 신설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헌법 자체를 수정해야 할 문제”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즉 교회 교육을 담당하는 목사, 부목사, 전도사 등과 더불어 교육사를 명기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헌법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 자체에 대해 회의를 가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국 대부분의 신학대학들이 겪고 있는 가파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신학과 입학생들 숫자 문제를 감안할 때 한신대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부 심의 안건이었던 양성평등의원회의 ‘목회자 성윤리강령 준수 서약서 이행’ 안은 열띤 토의와 표결까지 이른 끝에 찬성 175 반대 178로 부결됐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것은 서약서 1항과 2항이었다. 1항은 “나는 모든 사람이 다양하면서도 동등하게 창조된 하나님의 형상임을 고백하며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것과 2항의 “나는 어느 한 성이 다른 성을 차별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평등한 그리스도 공동체를 이루어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총대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 두 항목은 이미 제103회 총회 시 통과되었기에 토론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반동성애 측에서 악용했다.”고 비판하며 나섰다.

또한 일부 총대들은 “정작 문제가 되었던 것은 12항이었다.”고 했다. “매년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이 매년 서약서를 쓰고 노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보수 교육도 2년이나 3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데 매년 교육을 받고, 거기에 서약서를 매년 노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에서 “반발과 부담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넷 방송을 통한 현장 중계를 지켜본 기장 측 한 교우는 ‘목회자 성윤리강령 준수 서약서 이행’안 부결에 대해 “모든 사람, ‘한 성’이나 ‘다른 성’이라는 표현은 이미 사회에서는 보편적인 표현인데, 이것을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시키는 것은 넌센스”라며 안건 부결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박소영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연합회 총무는 청년 총대의 확장을 촉구했다. ⓒ이정훈

청년 총대 제도, 개선한 점은 없을까

또한 지난 9월 10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9회 총회를 앞두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본부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신도 총대 참여를 강조한 것에 대해 실제적인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청년 총대를 만나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제109회 총회에 참석한 청년 총대 2인은 모두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 전국연합회(이하 기청) 소속이었다. 이들 중 박소영 기청 총무는 청년 총대 선출 방식에 대해 “이미 기청이 청년을 대표하고 있기에 현직 전국 회장과 총무가 총대로 참석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참석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난 총회들에서는 언권 위원으로 참여한 것과 총대로 참여한 것에 대한 차이를 묻자, “언권 위원일 때보다 안건들에 대해 더 자세하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되었다.”고 답했다. 특히 “심의 부서에 속해져 안건들을 세밀하게 따져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커다란 차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회 현장에서의 발언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청년 총대 제도에 대한 보완점으로 “여·남신도회는 특별히 평신도 총대라는 제도 없이도 파송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청년 총대 수가 조금 더 확장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청년 장로들도 많이 배출되고 총회 총대 연령대가 좀 낮아졌으면 좋겠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총회 둘째날을 마무리하며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와 청년들이 약자 그룹에 속해 있는 현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제도적 보완을 위해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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