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 창조의 시작인 가족

계속해서 창조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창조절을 시작하며 기후위기 등 지구촌이 심각한 위기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제 욕심대로 살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노아 때와 같이 홍수로 심판하실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태풍 14호 풀라산(2024. 9.20-21)이 그렇습니다. 엄청난 폭우로, 저 역시 군산에서 열리는 세미나를 가려다가 포기했습니다. 가을에 열대화 현상과 태풍이라뇨? 지금 지구온난화를 넘어서 지구열난화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별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시대에 하나님의 집(벧엘)을 발견하기 위해(창조절 둘째 주일) 우리는 새 창조의 희망으로 새로운 가족과 공동체를 지난주에 살펴보았습니다(창조절 넷째 주일). 이것은 ‘표면적 기독교인’이 아니라, ‘이면적 기독교인’이 될 때 가능하죠? 또한 남성중심적 가부장제 사회를 극복하고(창조절 셋째 주일). ‘사이존재’로서 서로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헤아림이 동물과 식물까지 이어질 때, 제대로 된 창조절기를 보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창조절 첫째 주일).

오늘 말씀 역시, 새 창조의 시작으로 가족 구성의 기본이 되는 결혼과 이의 확장인 영적 공동체의 구성, 그리고 복음 전파를 통한 영적 가족과 신앙공동체 확장에 관한 말씀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이러한 공동체가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게 됩니다(제사장 행동 규정, 성만찬, 주기도문). 이렇게 창조절기를 관통하는 하나님 말씀의 뜻을 바로 깨닫고 우리 후손들에게 태풍과 지구열난화라는 공포의 계절이 아닌, 아름다운 가을날을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2. 가족의 시작,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

반백의 나이가 되어 모국에 귀국한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창비, 1995)로 유명한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입니다.(1)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무역회사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중, 1979년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로 망명했다가 20년 만인 1999년 6월14일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그는 돌아와서 본 한국 사회를, “부자 되세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초등생의 꿈이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보고 놀랍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회주의자’와 ‘사모펀드’의 기이하고 엄중한 조합에 대한 법적 찬반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놀라운 세상을 경험하고(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또한, “지난 정권인 ‘위선적인 문재인 정권’과 현재의 ‘독선적인 윤석열 정권’이 똑같이 어떤 정치철학을 펼치려고 집권했는지 알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희망은 오로지 자연의 비자발적 반란에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소박한 자유인’ 홍세화 은행장의 마지막 당부가 2023년 초 「한겨레 신문」에 홍세화 칼럼으로 실렸습니다. 한번 읽어볼까요?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빌려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라는 어설픈 말을 마지막 한겨레 칼럼에 쓰게 한다. 각자의 삶은 각자가 맺는 사회적 관계의 총화라고 했는데, 오늘 닥친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자연과의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자연이 인간의 지배, 정복, 소유, 추출의 대상일 때, 인간도 다른 인간의 지배, 정복, 수탈, 착취의 대상이었다. 자유를 지향하는 인간이 최악의 날들을 끝내기 위해 자발적 반란을 끊임없이 일으켰지만 결국은 모두 실패로 귀결됐다. 그렇다면 자연의 비자발적 반란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우군이 된 자연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도 소유주의가 끝없이 밀어붙인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성숙하는 것이다.”([홍세화 칼럼] 마지막 당부: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 2023년 1월 12일)

노동의 이중구조, 불평등의 세습구조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홍세화 대표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를 따라, 신자유주의를 ‘(신)소유주의’로 명명하며 소유주의를 향해 한국 사회 전체가 집단적으로 몰입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사회를 비관적으로 봅니다. 여기에는 진보나 좌파를 말하는 이들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합니다. 홍세화 대표의 말입니다.

“진보나 좌파를 말하는 것과 진보나 좌파로 사는 것은 다르다. 말할 수 있는 것도 특권에 속하는데, 적잖은 입이 말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삶은 신자유주의를 산다. 대부분은 부자이기도 하다. 소유하라. 소유하라. 소유하라. 소유만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제로섬 게임의 소유주의에서 벗어나 연대의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인간성의 항체 요구는 취객이 어쩌다 내지르는 헛소리이거나 루저의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게 됐다.”

저는 작년 새해 벽두, 벼락같은 홍세화 은행장의 절필 선언에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양비론으로 가면, 그리고 또 가장 좌측에서 이야기하면 모두가 극우로 보이고 비판 덩어리투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안 없이(물론, 실현 불가능한 대안을 말하지만) 비판하는 것은 쉽습니다. 따라서 홍세화 은행장 말대로, 소유에서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관계’를 정말 제대로 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아가 (신)소유주의적 성장에서 가치의 ‘성숙’으로 가기 위해서는 치열한 현실 분석도 더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파리의 택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우주선’을 개발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작년에 홍세화 은행장의 글을 읽고, 쓴 글에서 저 역시 이렇게 마지막 당부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절필을 통해, 변화된 시대 읽기를 포기하지 마시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철수와영희, 2016)에서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했듯이, 홍세화 은행장님 역시 그런 삶을 사시기를 바랍니다. 실례였다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유보하되,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다. 목표를 뒤흔드는 혹독하고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향한 열정을 잠시 멈추더라도, 절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 “자문해 봐야 해요. 우리는 민주시민인가, 고객인가.” 홍세화 은행장은 2024년 4월 18일 작고 나흘 전인 14일 오후 서울 녹색병원에서 한겨레 후배 기자들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그래요, 지금은 자유롭습니다.”였다.

따라서 홍세화 은행장이 이야기한 ‘취객’과 ‘루저’의 헛소리와 자기 위안인 ‘연대의 가치’는 제대로 된 공동체로부터 시작합니다. 성경은 그것을 ‘가족’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죠? 오늘 세본문 말씀이 바로 이것을 보여줍니다. 먼저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첫 번째 편지에서 새 창조의 시작으로, 가족 구성의 기본이 되는 결혼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구약 출애굽기 말씀을 통해서는 가족의 확장인 영적 공동체의 구성인 성막 중심 공동체에 관해, 그리고 복음서 말씀을 통해서는, 복음 전파를 통한 영적 가족과 신앙공동체 확장에 관한 말씀이 이어집니다. 먼저 고린도전서 말씀부터 볼까요?

3. 음행을 피하기 위하여 남자마다 자기 아내를 두고 여자마다 자기 남편을 두라!

“너희가 쓴 문제에 대하여 말하면 남자가 여자를 가까이 아니함이 좋으나, 음행을 피하기 위하여 남자마다 자기 아내를 두고 여자마다 자기 남편을 두라. 남편은 그 아내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 아내는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그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 서로 분방하지 말라. 다만 기도할 틈을 얻기 위하여 합의상 얼마 동안은 하되 다시 합하라. 이는 너희가 절제 못함으로 말미암아 사탄이 너희를 시험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고전 7:1-5)

오늘 서신서 본문 고린도전서 7장 말씀은 바울이 결혼에 관한 원칙론을 제시하는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이 그렇죠? 이후 독신생활에 대한 교훈과 이혼에 관한 권고와 조언(10-17), 그리고 처녀의 결혼에 관한 권면의 말씀(25-26), 과부의 재혼에 관한 훈계의 말씀으로(39) 올바른 결혼과 부부생활을 고린도 교회 교인들에게 권면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남녀칠세부동석’과 같은 입장이지만, 음행을 피하기 위하여(혹은, 사탄이 시험하지 못하게 하도록) 결혼을 권면합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것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음)’이라고 생각하는 MZ세대(20~30세대)의 뇌리에 새겨진 것은 음행이 아니라, ‘부동산’입니다. 이것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걱정과 근심이, 현재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사실 연애할 시간과 돈도, 아니, 음행할 여유조차 없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소득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아 MZ세대가 투기성 짙은 암호화폐와 주식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러한 미래의 불안과 연결됩니다.

사실, 고린도 교회는 부자교회였습니다. 초대교회가 대부분 그렇듯이, 가정교회로 모이는데, 고린도는 가부장적이고 돈 많은 부자 유력자의 집에서 모였습니다. 따라서 ‘고린내’ 나는 고린도 교회의 모든 갈등 원인은 교회의 부자 교인들의 가부장적 질서와 부를 과시하기 위해 음식을 먼저 먹는 자기 탐욕 때문입니다(고전 11:17-22). 가난한 이들은 먹을 것을 가져오지 못해 소외감을 느꼈고, 나아가 배고픔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결국 리더십이 붕괴하여 교회가 분열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고린도 교회는 먹고 살 만하니, 음행이 문제가 됩니다. 바울은 그런 고린도교회의 주축 세력들에게 “음행을 피하기 위하여 남자마다 자기 아내를 두고 여자마다 자기 남편을 두라!”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MZ세대는 어떤가요? 열심히 일해도 부모 세대보다 잘 살지 못합니다. 따라서 바울의 다음의 말은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 말을 함은 허락이요, 명령은 아니니라. 나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기를 원하노라. 그러나 각각 하나님께 받은 자기의 은사가 있으니, 이 사람은 이러하고 저 사람은 저러하니라. 내가 결혼하지 아니한 자들과 과부들에게 이르노니, 나와 같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니라. 만일 절제할 수 없거든 결혼하라. 정욕이 불같이 타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나으니라.”(고전 7:6-9)

절제할 수 없는 이들, 정욕이 불같이 타오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면 모두 다 바울과 같이 결혼하지 말라는 것인가요? 현재 대한민국은 출생률 최저(0.78, OECD 평균의 절반 이하) 국가인데, 무슨 말씀이냐고요? 사실, 저는 출생률 최저라는 이 방향성은 옳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지구환경의 극적인 변화를 맞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후생태위기는 심판의 징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구를 줄여야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2022년 힌남노와 2023년 카눈 태풍의 원인은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기후생태위기의 제1 원인은 인구의 과잉입니다.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 용량은 유한한데, 인간의 탐욕은 멈추지 않고 바벨탑을 쌓고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현재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는 40억 명입니다. 만약 전 인류가 지금 한국인처럼 산다면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는 20억 명으로 줍니다. 대한민국의 자원 낭비가 엄청나다는 뜻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우리 MZ들, 아니 미래 세대들이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 최저 출생률입니다. 0.78입니다.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전범선은 이렇게 말합니다.

“0.78이라는 세계 최저 출생률이 어쩌면 가장 선진적인 기후생태위기 대응일 수도 있다.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환경이 안 좋고 불안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생명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할 때는 재생산을 멈추는 것이 현명하다.”

이렇게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대안일까요? 아니면 가족 개념을, 출산을 통한 자녀 생산이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일까요? 지금 대한민국을 놀라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미래 세대인 디지털 원주민들은 생명의 본질인 ‘지속’과 ‘재생산’을 혈통이 아닌, 기계와의 융합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포스트휴먼(posthuman)이 그렇죠? 말씀이 조금 곁길로 나갔는데, 아무튼 가족 개념을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먼저 영화를 통해 살펴보고, 오늘 본문 말씀인 구약과 복음서 말씀을 볼까요?

4. 교회는 그 시작부터 이미 산업화 시대의 정상가족을 해체한 새로운 공동체!

끊임없이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 온, 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브로커>(2022)는 ‘정상가족’의 범위에 관해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오승훈 기자의 글, 「버려진 생명이 던지는 질문…유사가족이 대답하다」 참조).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와 <어느 가족> 포스터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날, 한 여성이 한 교회에 마련된 베이비박스에 갓난아이를 놓고 사라집니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비정규직 직원으로 일하던 동수(강동원 분)와 세탁소 주인이자 입양 브로커인 상현(송강호 분)은 입양처를 마련해주고 돈을 받기 위해 그 아이를 데려갑니다. 이튿날 아들의 환청을 들은 엄마 소영(아이유 분)이 베이비박스를 찾지만, 아들 우성이는 이미 사라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는 순간, 동수는 그를 우성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줍니다. 소영은,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고 했다.”라며 선의를 들먹이는 상현과 동수가 미덥지 않지만, 이들과 함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오릅니다. 이렇게 영화는 로드무비(Road Movie, 주인공이 여정을 떠나는 와중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가족 아닌 이들이 가족을 이뤄 서로를 보살피는 내용이었던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이자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2018)의 연장선입니다. 아무튼 성매매로 살아가던 소영은 불법 입양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를 만나 오랜만에 가족의 정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고아원 출신인 동수는 소영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를 이해하게 됩니다. 물론 이혼으로 자식과 멀어진 상현도 고아원을 떠나 여정에 합류한 소년 해진에게서 애틋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가족의 결핍’은 ‘유사 가족’으로 대체되며, 그 과정은 일종의 치유로 기능합니다.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정상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가족’이란, 아빠, 엄마, 그리고 정상 자녀(혈연)로 이루어져 있는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의 가족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아니, 교회라고 할까요?)에서는 이러한 가족이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고, 이런 가족의 모습에서 조금 다른 형태의 가족, 가령 기러기 아빠, 무자녀 가족, 입양가족, 동거가족, 조손가족, 동성결혼 가족과 같은 가족들은 비정상적으로 봅니다. 그러나 정상가족은 정상가족이라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부장성이 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가족이 노동, 경제 공동체 구실을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남녀 사이에 새로운 노동 분업이 탄생하게 됩니다. 곧 남성은 ‘외부 세계와 직업과 사회를 담당’하고, 여성은 ‘가정과 집안일과 가족’을 맡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성별에 따라 직업이 분리되는 메커니즘은 포스트모던 시대, 그리고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것은 남성이 경제권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성을 남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어, 결국 가정 내에서 위계성, 곧 가부장제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에는 정상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난 형태의 많은 가족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스웨덴의 경우는 가족 형태의 1/3이 동거가족의 형태라고 할 만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가족들의 형태가 보편화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통해,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 사회도 정상가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본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만든 가족의 이야기가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갈채를 받았습니다(배우 송강호가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죠?). 이제 정상가족에 대해 우리 한국교회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새 창조의 시작인 가족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로 거듭난 이들로, 모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한 가족입니다. 교회는 그 시작부터 이미 산업화 시대의 정상가족을 해체한 새로운 공동체였습니다. 바울이 갈라디아 지방에 있는 교회들에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

5. 새 창조의 진행, 환대란 시(詩)적인 행위이다!

이렇게 새 창조의 시작인 가족 구성의 기본이 되는 결혼은 영적공동체, 신앙공동체로 확장이 됩니다. 구약 말씀에서는 영적 공동체로, 그리고 복음서 말씀에서는 복음 전파를 통한 신앙공동체로 확장됩니다. 구약 말씀을 볼까요? 하나님께서 성막 제작에 대한 지침을 내려주시고 브살렐과 오홀리압 등 기술자들을 구별하여 친히 임명하십니다. 특히 하나님의 성막을 건축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지혜와 총명까지 주어, 맡은바 그 소임을 완수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성막을 통한 영적 공동체 구성이 바로 가족의 확장입니다.

▲ 성막 건축의 주역인 오홀리압과 브살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내가 유다 지파 훌의 손자요, 우리의 아들인 브살렐을 지명하여 부르고, 하나님의 영을 그에게 충만하게 하여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가지 재주로 정교한 일을 연구하여 금과 은과 놋으로 만들게 하며 보석을 깎아 물리며 여러 가지 기술로 나무를 새겨 만들게 하리라. 내가 또 단 지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을 세워 그와 함께 하게 하며 지혜로운 마음이 있는 모든 자에게 내가 지혜를 주어 그들이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을 다 만들게 할지니, 곧 회막과 증거궤와 그 위의 속죄소와 회막의 모든 기구와 상과 그 기구와 순금 등잔대와 그 모든 기구와 분향단과 번제단과 그 모든 기구와 물두멍과 그 받침과 제사직을 행할 때에 입는 정교하게 짠 의복 곧 제사장 아론의 성의와 그의 아들들의 옷과 관유와 성소의 향기로운 향이라, 무릇 내가 네게 명령한 대로 그들이 만들지니라.”(출 31:1-11)

언약공동체로서 이스라엘은 성막을 통해 공동체의 신앙을 결속합니다. 혈연과 민족을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입니다. 출애굽기를 보면, 애굽 땅에서 나온 이들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라암셋을 떠나서 숙곳에 이르니, 유아 외에 보행하는 장정이 육십만 가량이요, ‘수많은 잡족’과 양과 소와 심히 많은 가축이 그들과 함께 하였으며(출 12:37-38)” 수많은 잡족이라는 말로 보아 출애굽 이스라엘 언약 공동체는 민족을 넘어섭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서 말씀도 언약공동체의 연장선상에서 복음 전파를 통한 신앙공동체의 확장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먼저 말씀을 볼까요?

“그 후에 주께서 따로 칠십 인을 세우사 친히 가시려는 각 동네와 각 지역으로 둘씩 앞서 보내시며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갈지어다.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어린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전대나 배낭이나 신발을 가지지 말며 길에서 아무에게도 문안하지 말며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말하되, 이 집이 평안할지어다 하라. 만일 평안을 받을 사람이 거기 있으면 너희의 평안이 그에게 머물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 그 집에 유하며 주는 것을 먹고 마시라. 일꾼이 그 삯을 받는 것이 마땅하니라.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기지 말라.”(눅 10:1-7)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파송하신 후(눅 9:1-6), 이제는 70명의 제자에게 전도의 사명을 주십니다. 각처로 파송하시어 복음을 전파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공동체의 확장은 기본적으로 환대라는 시(詩)적인 행위에서 시작됩니다.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일찍이 “환대란 시(詩)적인 행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손님의 이름도 묻지 않고, 보답도 바라지 않으며, 모든 것을 주는 환대를 ‘절대적 환대’라고 불렀습니다. 따라서 절대적 환대는 주인이 주체가 되는 ‘초대의 환대’가 아니라, 예상치 않은 방문과 기대치 않은 방문자를 아무 조건 없이 맞이하고 환영하는 ‘방문의 환대’입니다. 데리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적 환대는 도래자(방문자)에게, 마치 그가 구원자나 해방자라도 되듯, ‘나를 점령하고 내 안에 자리를 잡으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환대(hospitality)라는 라틴어 ‘hospes’에는 주인(host)과 손님(guest), 두 뜻이 동시에 담겨져 있습니다. 주인이 손님이고, 손님이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주인과 손님이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데리다는 ‘절대적 환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의(敵意)’가 판을 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데리다는 결국 환대로 충만한 세상을 갈망하다, 환대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영원한 환대가 가능한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지금 시(詩)적인 행위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인(詩人)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대가 사라지고 각자도생이 판을 칩니다. 놀라운 세상입니다. 누가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우리가 ‘환대했으나, 적의로 보답한 환대의 기생충들’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이들을 소돔에 비유합니다. 말씀을 볼까요?

“어느 동네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영접하거든 너희 앞에 차려놓는 것을 먹고, 거기 있는 병자들을 고치고 또 말하기를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가까이 왔다 하라. 어느 동네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영접하지 아니하거든 그 거리로 나와서 말하되, 너희 동네에서 우리 발에 묻은 먼지도 너희에게 떨어버리노라.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을 알라 하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그날에 소돔이 그 동네보다 견디기 쉬우리라.”(눅 10:8-12)

창세기 18장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환대가 생각납니다. 그의 환대는 놀라운 세상의 시작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크고 강한 나라가 될 것이며, 이 땅의 모든 나라들이 아브라함으로 인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 18:18).” 환대하는 시인들이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환대하는 성도들이 세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놀라운 세상이 다시 회복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 마르크 샤갈 <아브라함과 세 천사>(1966)

최병학 목사(종교인문학연구소 소장)  ha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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