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가슴에 새겨진 이들이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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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한 백성이 시내 산에 와 있습니다. 모세가 아직 시내산 위에 올라가 있는 중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 시내산 위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해준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요약하며 세 가지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는 언약법전이라고 하는 율법입니다.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지켜야 할 공동체적인 규칙입니다. 둘째는 하나님을 모시는 성소를 만드는 방법을 일러주십니다. 세 번째는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서 제사장을 임명하고 예복을 만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제사장의 예복 이야기입니다.

제사장은 하나님을 섬기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이니,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맡은 사람은 이스라엘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제사장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성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론의 핏줄이 대대로 제사장이 됩니다. 그럼 아론이 대단한 사람일까요?

아론은 모세의 무딘 입을 보완해 주기 위해서 세워주신 모세의 ‘입’입니다. 아론이 하나님을 잘 섬겼다거나, 아론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거나, 이집트의 파라오를 대적할 만한 대단한 사람이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아론은 그저 모세가 할 말을 대신 말하기만 하면 되는 사람입니다. 입만 있으면 되는 사람입니다.

입 역할을 하는 사람을 메신저, 사자(使者)라고 합니다. 아론은 어려울 일이 없습니다. 대신 말만 하면 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걱정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론이 어떤 사람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혹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실제로 우리의 삶에서는요 전달하는 내용 못지않게 사람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들으면 꼭 물어봅니다. ‘그런데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요?’ ‘네, 아무개한테 들었어요.’ ‘그래요? 그럼 그 말이 정확하겠네요.’

혹은 전혀 다른 대답을 듣기도 합니다. ‘네? 아무개한테 들었다구요? 그러면 그 말 믿지 마세요.’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납니까?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을 전해주는 사람 때문입니다. 누가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그 내용을 진실되게 믿기도 하고, 그 내용을 신뢰하지 않기도 합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복음을 만나기 전에 복음을 전해주는 사람을 먼저 만납니다.’ (예전에 들은 말씀인데, 제가 정확하게 출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복음의 내용이 중요합니다만, 우리들 인간은 복음의 내용을 듣는 것보다 먼저 그 복음을 전해주는 사람을 먼저 만난다는 것입니다.

복음이 아무리 훌륭하고 놀라워도, 하나님이 아무리 자비롭고 예수의 구원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하나님을 믿고 복음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형편없으면, 사람들은 복음의 내용을 깊이 묵상하기보다 그 사람의 못난 모습을 보고 미리 판단해 버립니다. ‘하나님 믿는 사람들은 저 모양이구나. 저런 사람이 이야기하는 말이라면 별 것 없겠네.’

제사장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인간을 말해주고 하나님을 말해주는 사람입니다. 제사장의 능력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제사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제사장이 전해주는 말이 평가받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을 보지 말고 하나님을 보도록 하기 위해서 예복을 입는 것입니다. 인간을 가리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못난 모습을 보고서 하나님도 못난 하나님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예복으로 인간의 못난 모습을 가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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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이 그 예복을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예복 이야기를 읽다 보니까 특이한 명령이 하나 있습니다. 홍옥수라는 보석 두 개를 가져다가 그 위에 이스라엘 열 두 지파의 이름을 새기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보석을 멜빵에 달아 놓으라고 하십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또 다른 보석 열 두 개를 준비하여 그 보석에도 이스라엘의 아들들의 이름을 새겨넣습니다. 그리고 그 보석들을 달아놓은 가슴받이를 가슴에 두르라고 하십니다. 

‘어깨에도 새겨넣고 가슴에도 새겨 넣어라.’ 왜 이런 일을 시키실까요? 하나님께서 백성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실까 봐서 두 번이나 적어 놓으라는 걸까요? 12절 마지막에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나의 백성을 늘 기억하겠다.”

제사장의 임무는 하나님에게 백성들을 기억하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백성들을 기억해 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잊어버려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하나님이 잊어버리시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백성들에게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보석들을 보면서, ‘아, 하나님이 우리를 기억하고 계시지!’ 하는 확신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제사장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잊지 않게 해주는 사람, 인간이 하나님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사람, 서로에게 서로를 늘 상기시켜 주는 그런 역할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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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제사장이 누굽니까 목회자입니까? 강단에 올라와서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만 제사장인가요? 직분 받고 있는 장로 권사 집사가 제사장입니까?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오늘날 이 땅의 제사장들입니다. 무슨 일을 해야 됩니까? 하나님을 잊지 말라고, 하나님 앞에 나와 하나님을 섬기자고 온 세상에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도 이 사람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제사장은 또 선지자입니다. 선지자라는 말은 ‘먼저 안 사람’을 뜻합니다. 먼저 안 사람은 ‘내가 먼저 알았다’고 교만하고 으스대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안 것을 나중에 알게 될 사람에게 전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선지자를 예언자라고도 하고 대언자라고도 합니다. 자기가 알게 된 것을 자기 멋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에게 일러주신 것을 그대로 맡아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대언자입니다.

이제 알게 될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지 알려주기 때문에 예언자입니다. 몇 년 몇 월 며칠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그런 싸구려 예언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믿어서 이제 당신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알려주는 그런 예언입니다. 구원의 현실을 예언하는 예언자입니다.

우리가 다 선지자입니다.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외쳐서 선지자가 아니라, 하나님께 먼저 구원받았기 때문에 선지자입니다. 복음의 현실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선지자입니다.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고, 똑똑해서가 아니고,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서 먼저 하나님을 알게 되었으니 선지자입니다. 그것이 오늘 성경이 말하는 제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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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옷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석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사장 된 우리가, 예언자 된 우리가, 선지자 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거룩한 예복을 입어야 합니다. 세상은 복음을 만나기 전에 그리스도인을 먼저 만납니다. 세상이 그리스도인을 먼저 만났는데 그 그리스도인이 못난 모습으로 더러운 입으로 복음을 말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부족하고 못난 모습을 가리는 거룩한 예복을 입고 오직 말씀만 듣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그 예복을 제대로 입지 못하면, 세상이 복음으로 가는 길을 막아서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말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말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우리는 그렇게 말해 왔지만, 악인이 진실을 말하면 그 진실마저도 위험해집니다. 우리는 진실을 맡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 진실은 사소한 진실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는 유일한 복음입니다. 이 복음의 운명이 우리의 삶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나 혼자 잘 살고 나 혼자 멸망하는 그런 삶이 아닙니다. 나의 삶이 온 세상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유일한 통로인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야 합니다. 복음의 운명이 나의 삶에 달렸습니다. 하나님이 온 세상을 구원하시냐 아니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실패하느냐가 나에게 달려있습니다. 내가 아름다운 예복을 입고 나의 부족한 모습을 철저하게 감추고 하나님의 구원의 진실을 올바르게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느냐 아니면 나의 못난 모습으로 인해서 하나님의 구원이 세상에 실현되는 것을 망쳐버리느냐... 이것이 내 삶에 달려 있는 복음의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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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세상을 걱정합니다. 세태가 흐려졌다고, 말세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냥 걱정만 하면 안 됩니다. 아론이 보석에 이름을 새겨서 예복에 달고 주님을 만나듯이, 우리도 세상 모두의 이름을 달고 주님 앞에 나와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내 문제 내 걱정만 들고 나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생명들의 이름을 들고, 그 모든 생명의 문제를 가지고 주님 앞에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생명들을 기억하시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내 가족과 내 이웃과 내 사랑하는 친구와, 얼굴도 모르는 이 온 세상의 운명을 내 삶에 짊어지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와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십자가는 내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내 인생의 어려움과 괴로움과 아픔이기도 하지만, 그 십자가는 다른 사람의 삶을 내가 책임져 주고 그들의 삶을 구원해 주고 그들의 삶을 사랑해 주고 그들의 삶을 내가 감당해 주는 그런 십자가인 것 아닐까요?

신앙인으로 살아갈 때에 항상 이웃에 대한 생각들을 하시기 바랍니다. 온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제사장의 임무가, 선지자의 임무가, 예언자의 임무가, 나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깨달음이, 아무 능력 없는 나를 은혜로 도우시는 하나님의 자비를 감사함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내가 완전해지지는 못할지언정, 하나님이 허락하신 거룩한 예복을 입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새롭게 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름다워지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이름을 들고 하나님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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