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조금 넘은 사이 한국 교회와 교단들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종이는 어느새 성소수자 문제가 되었다. ⓒGetty Images

지난 주 한국의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들이 총회를 진행하고 마무리했다. 총회 조직에서 총무를 중요시 하는 교단에서는 총무 선거 결과에, 총회장 혹은 감독회장을 교단의 핵심으로 여기는 교단은 총회장이나 감독회장 선거 결과에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물론 총회에서 다루어지는 안건들이 기사에서 다루어지기도 했지만 그 집중도에서 차이를 보였다는 뜻이다.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해도 욕 먹는다

이렇게 한 주간 내내에 진행된 각 교단 총회에서, 총회장 혹은 감독회장 선거이든 총무 선거이든 안건 처리이든, 유독 한 가지 사안이 갑론을박 논쟁이 되었다. 좁게는 동성애, 넓게는 성소수자 문제가 논쟁이 되었고, 표 대결로 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모 교단에서 감독회장 선거 전에 상대방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동성애를 지지하는 후보”라는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후문도 들려왔다.

특히 개인적인 입장은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교회가 동성애자나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여겨서는 안 되고 회개를 요구해서도 안 되며 동성애자나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을 마치 동성애를 찬성하는 것처럼 호도해 비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과 동성애를 찬성하는 것이 같다는 주장이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 논리적 연결성을 찾을 수 없는데도 이러한 주장이 버젓이 받아들여지는 모습이 신기했다. 안건 처리 과정에서도 이러한 주장이 통용되는 것을 보면서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국 교회 교단들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동성애 혹은 성소수자 문제가 한국 교회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종이’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사람은 교단이나 교회의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서 안 된다는 생각이 밑에 깔려 있었다. 사실 이런 암묵적인 생각이 한국 교단들과 교회들의 근본 이념으로 자리 잡은 것은 10여년이채 되지 않았지만,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한국 교회가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힌 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은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특히 성소수자의 인권을 생각하는 진보 개신교 진영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그 원인 분석이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기자가 확인한 것만해도 돌아오는 월요일(30일)과 10월 한 달 동안 연속적으로 강연과 세미나가 진행된다.

그러한 행사들은 취재를 통해 기사로 전해질 것이기에 한국 교단과 교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이번 글의 목표는 아니다. 이번 글은 교회를 둘러싼 사회의 학문적 소리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과연 한국 교단과 교회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즉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존중하지 않고, 이성애 중심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학문적 결과물을 살펴보는 것이다.

사실 일반 사회에서도 성과 젠더에 대한 이해는 오랫동안 ‘이성애규범성(heteronormativity)’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이성애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성적 지향으로 간주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이를 도전하는 철학적, 사회학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특히 미국의 ‘주디스 버틀러’와 프랑스의 미셸 푸코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허구라는 것을 밝혀냈고, 성과 젠더를 사회적 구성물로 재해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 성과 젠더 문젠에 있어 20세기 사상의 최전선에 섰던 미셸 푸코와 주디스 버틀러

젠더 수행성과 이성애 매트릭스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에서 ‘젠더 수행성(gender performativity)’ 개념을 제시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젠더는 선천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버틀러는 “젠더는 항상 하나의 행위”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특정 젠더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젠더를 ‘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여성’이라는 젠더를 ‘행하기’ 위해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고, 조신하게 행동하는 등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여성성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남성 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을 수행하기 위해 근육을 키우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의 행동을 한다. 이처럼 젠더는 생물학적인 성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학습된 규범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성애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버틀러는 ‘이성애 매트릭스(heterosexual matrix)’라는 개념을 통해 이성애가 어떻게 규범화되는지 설명한다. 이성애 매트릭스는 생물학적 성별, 젠더 정체성, 성적 욕망 사이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체계를 의미한다.

이 체계 내에서 이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되고, 그 외의 성적 지향은 ‘비정상’으로 취급된다. 즉, 남성은 여성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이성애적 욕망을 바탕으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버틀러는 이러한 이성애 매트릭스가 실제로는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녀에 따르면, 이성애의 ‘자연스러움’은 지속적인 사회적 수행과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성애자 정체성은 사회적 구성물인 것이다.

▲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과 미셸 푸코의 『육체의 고백: 성의 역사 4』

성의 장치와 권력관계

한편 푸코는 『성의 역사』에서 ‘성의 장치(dispositif de sexualité)’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푸코는 성이 어떻게 권력관계 속에서 구성되는지 분석한다. 푸코에 따르면, 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담론과 제도의 산물이다.

푸코는 “성은 권력관계의 특별히 집중적인 지점”이라고 말하며, 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개인을 통제하고 규율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통해 이성애 중심적인 성 지식을 가르치고, 혼전 순결을 강조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성애규범성을 내면화하고,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법과 제도는 이성애 커플에게만 결혼을 허용하고, 동성 커플에게는 결혼과 같은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다. 이처럼 성에 대한 담론과 제도는 특정한 성적 실천(즉, 이성애)을 ‘정상’으로 규정한다. 그 외의 실천들을 ‘비정상’으로 분류하며, 개인의 삶을 규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푸코는 “성적인 것에 대한 억압이 아니라 성에 관한 담론의 증식”이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즉, 성에 대한 끊임없는 말하기를 통해 성이 통제되고 규율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성을 상품화하며, 성을 통해 개인을 분류하고 규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성애규범성이 강화되고, 성소수자는 배제되고 차별받는다. 차별과 혐오가 당연시 되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푸코의 이러한 분석은 이성애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특정한 권력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성애자와 성소수자의 구분 역시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의 산물인 것이다. 이성애는 허구일 수도 있다.

이성애규범성의 해체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

버틀러와 푸코의 이론은 이성애규범성을 해체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이론에 따르면, 모든 젠더 정체성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성애자의 젠더 수행도 성소수자의 젠더 수행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푸코의 성의 장치 개념은 성적 정체성이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성애가 ‘정상’으로 규정되는 것도 특정한 권력관계의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성소수자를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이러한 권력관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버틀러와 푸코의 이론은 성과 젠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이들의 관점에서, 이성애자와 성소수자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보다 포용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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