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은 조지 오글 목사
"목사님의 목회와 운동의 스승은 누구이십니까?" 이 질문에 조화순 목사는 거침없이 "오명걸 목사"라고 답하였다. 그리고 한 분을 더한다면 인천내리교회에서 교사로 봉사하던 '이상호 선생'이라고 한다.
이상호 선생은 조화순 목사의 청소년 시절 교회학교 교사였으며, 목원대학교 신과를 졸업하고 감리교 목사가 되었다. 조화순 목사를 감리교신학대학에 입학하도록 진로를 도왔다는 이 선생에 대해서 조 목사는 "아마도 그 분으로부터 민주화와 정의에 대한 사회 의식을 전수받은 것 같다"고 회상하였다.
오명걸 목사 곧 조지 오글 선교사는 1955년 처음 선교사로 한국을 방문하였다가 귀국 후 1962년 결혼을 하고 다시 한국으로 부임한 미국 선교사이다. 그는 1962년부터 인천 동구 화수동에 초가집 한채를 구입하고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개척하였으며, 이후 1975년 인혁당 사건은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고발하고,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희생자들은 '제2의 예수, 작은 예수'라며 박정희 군사정권을 비판하다가 추방되었다.
구체적인 예수를 찾아 오라
조화순 목사는 산업선교 활동을 위한 모든 훈련이 오글 목사의 가르침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산업선교 실무자 훈련과정으로 동일방직에 취업하였을 때, 오글 목사는 매일 같이 "스스로 노동자가 되어라" "노동사회에도 질서가 있다. 그 질서를 배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노동자들을 선교하겠다는 건방진 생각은 버리라"는 오글 목사의 말은 조 목사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오글 목사는 또 "예수를 찾으라"고 말하면서 매일 저녁마다 찾은 예수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조 목사는 공장 생활 중에도 밤마다 오글 목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신학서적을 뒤적이며 '예수를 찾는 일'에 열심이었지만, 번번이 레포트는 찟겨지고 "구체적인 예수를 적어내라"는 호통만 들어야 했다.
동일방직 취업 후 식당과 세탁실 등에서 일하던 조 목사는 얼마 후 생산현장에 투입되게 되었다. 처음으로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게 된 조 목사는 오글 목사의 가르침과는 달리 '선교해보겠다'는 욕심이 있었고, 옆에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말을 걸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잠시 후 반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두리번 거리는데 반장은 바로 조 목사 자신을 향해서 말하고
있었다.
"근무시간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말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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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화순 목사의 2004년 생일. 30여년 전 동일방직에서 발견한 작은 예수들(동일방직 노동자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사진 감리교희망연대) | ||
가장 구박받는 노동자가 바로 예수
너무나 챙피하고 억울해서 그 다음부터는 일을 하는 중에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렸다고 한다. 아마도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지 이 대목에서는 말하는 조 목사의 눈이 충혈되었다. 주체할 수 없을만큼 울고 있을 때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네가 목사냐?"
조화순 목사는 바로 그때 조지 오글 목사가 그토록 강조했던 "노동자가 되라. 선교하려는 건방진 생각을 버리라"는 이유를 알았다고 한다. "그래 나는 목사가 아니다. 나는 노동자다."
조 목사는 바로 그때 '구체적인 예수'를 드디어 찾았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예수는 '가장 구박받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조화순 목사는 자신의 두번째 회심사건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조 목사는 그날 밤부터 매일같이 구체적인 예수를 보고하였다. 그리고 그 구체적 예수들은 훗날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으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을 결성하기에 이른다.(계속)
김혁 omyst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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