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구 신부(성공회) ⓒ 장익성/에큐메니안

'예배'는 '설교'라는 공식이 성립할 만큼 기독교 신학과 강단에서 말과 글이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여기 6월20일부터 개최되고 있는 성공회 이정구 신부의 터키 사진전은 이미지가 신학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전시회다. 

성공회가 가지는 예전의 미학이 이 신부의 전시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학자 혹은 현직 목회자가 이미지를 주제로 신학적 작업을 이뤄나갔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지난 2월 이정구 신부는 그가 가르치고 있는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터키를 방문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함께 공존하는 곳 터키. 이곳에서 이 신부는 다양한 문화 전통을 갖고 있지만 섞이지 않고, 스스로의 독특성을 나름으로 발전시키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보고 왔노라고 말한다.

전시회를 주관하고 있는 채창완 관장도 "이미지들은 각각 개별적이지만 동시에 결코 별개의 건들이 아니다." 라며 "심지어 그가 보여주는 모스크와 성당의 이질적 두 종교의 이미지 조차도 어떤 통일성으로 다가온다"며 이 신부가 표현하고자 한 사진속 공간은 바로 신학적으로 에큐메니즘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했다.

흥미로운 점은 광활한 대륙, 짧은 일정이지만 이 신부가 본 터키는 어떤 점에서 대단히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노가 아닌 내면의 다양함과 표현하지 못하는 내적 슬픔을 인내로 극복하고 문화로 승화 시키려는 노력은 한국의 ‘한(限)’과 매우 닮아 있다고 말한다. 

또, 일상에서 터키 인들이 그릇이나 담장 등에 자주 사용하는 옥빛은 마치 고려의 청자색을 표현하는 듯했다며 여행에서의 감회를 덧붙였다.

▲ 터키인들이 담벼락 혹은 대문에 자주 사용하는 푸른 빛의 색들은 어딘가 한국적 정취를 담고 있는 듯하다는 이정구 신부 ⓒ 장익성/에큐메니안

한편, 이번 전시회는 암으로 투병중인 동료 이동석 신부에게 조그만한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다. 

이 신부는 “처음 진흥아트홀에서 사진전을 제의 했을 때는 해야 하나 망설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동료 신부의 소식을 듣고 사진전을 통해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전시회 못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승낙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시회는 1,2호선 신설동역 부분 진흥아트홀에서 6월25일까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장익성 기자  mocacoff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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