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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14분
오마이갓 | 승인 2005.07.05 00:00

 

Salieri

 

   
힐러리 스웽크가 주연인 듯 포스터에 나왔지만 이 영화는 인물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니다. 더군다나 힐러리는 많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웽크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 관객은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후회가 민망할 정도로 괜찮게 만든 영화다. 다소 이

영화를 보고 황당해 하거나 '이게 뭐야?'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요즘 영화를 보는 식으로 해석하면 안될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진 구성이 여느 영화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말 장난

같은 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영화의 구성에 매력을 느꼈다. 이것은

마치 '타의에 의한 자의적 행동'의 상충된 결과가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사건이 커다란 하나의 결과로 도출될 때 관객들은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다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감지할 때는 어느새 우리도 그런 모습과

닮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닥치게 되는 설정이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교통사고를 냈다면, 내가 음주운전을 하는데

사람을 친 것 같다면, 나의 딸이 불행해지려고 할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기분이 안 좋다거나 '뭐야?'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꽈리처럼 틀어진 구성 탓도 있겠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과 동일시 하면서 고민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에겐 이런 상황과 설정이

참으로 맘에 들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영화가 두리뭉실하게 끝나서 아쉽긴 하지만 이런

설정과 상황은 충분히 호소력이 있었다. 그리고 제목에서 보여주는 밤 11시 14분이라는

정확한 시간을 설정한 이유도 감독이 일부러 설정한 티가 난다. 단지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힐러리 스웽크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과 두리뭉실하게 끝나버린

영화의 결말이다. 물론 이렇게 꽈리처럼 틀어놓고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테지만

감독이 관객에게 지켜야하는 일종의 예의랄까 그런 게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진하게 든다. 암튼 이런 영화가 헐리웃에도 있다는 점에 의아함을 느끼며 우리나라도

돈으로 쳐바르는 영화보다 이런 독특한 구성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영화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ps. 들은 애기지만 원래 힐러리 스웽크가 맡은 역할이 남자 역할이었단다. 그런데 힐러리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맘에 들어선지 영화의 제작도 하고 역할을 바꿔서 출연도

      했단다. 그래서 힐러리를 영화 전면에 내세운 건가... 암튼 아쉬운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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