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토리 예배당과 종지기 아저씨의 무대 일직교회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49일째 되는 날 일직 조탑동을 찾았다.

집에는 안동시내에서 오신 차영민 선생님과 일행분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빌뱅이 언덕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상적인 것은 손수 만드신 새집이었다. 집으로 찾아오는 새들의 쉼터를 직접 만드셔서 새들이 함께 쉬어가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한 철사로 직접 옷걸이와 빨래 집게를 만드셔서 사용한 흔적이었고 직접 식사를 준비한 군불때는 솥단지였다. 평소의 지론대로 자연과 더불어 생태적인 소박한 삶을 실천하면서 사신 것이다.

‘도토리예배당과 종지기아저씨’의 배경이 된 일직교회도 둘러 보았다.

권정생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1986년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고등학생 기독교 동아리인 KSCM안동 모임에서 초청해서 특강을 듣는 시간이었다. 특강 강사라고 생각하며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강사라고 오신 분은 허름한 옷에 고무신을 신은 방금 농사일 끝내고 오신 듯한 시골 아저씨였다.

▲ 옷걸이와 빨래 집게로 사용된 직접 만드신 철사...

▲ 새들이 쉬어가도록 직접 만드신 새집...

손에는 보자기로 싼 짐이 들려있었다. 보자기를 푸시더니 거기서 책을 꺼내셨다. 보자기에 책을 싸고 오신 것이다. 특강 강사로 기대했던 우리들에겐 무척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뒤에서 삐딱한 자세로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첫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10여분이 지나면서 삐딱한 자세는 귀를 쫑긋 세울 정도로 선생님의 말씀에 홀린 듯이 빠져 들었다.

1시간 정도의 이야기는 전부 동화의 내용이었는데 그 당시 공개적으로 하기 힘들었던 통일과 분단 등의 이야기를 동화를 통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감동적으로 풀어내신 것이었다.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인간들 간의 사랑과 우정 구원과 생명의 문제를 조국의 현실과 상황이 어우러진 감동적인 동화를 들으면서 겉모습에 실망했던 모습이 무척 부끄러웠다.

권정생 선생님은 그런 분이셨다. 그 당시 선생님이 누울 정도의 공간을 빼고는 모두 책으로 방이 쌓여있었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모습 그대로 한결같이 사신 것이다. ‘도토리 예배당의 종지기 아저씨’로 사셨던 권정생 선생님은 이제 편안한 곳으로 가셨지만 우리들은 평생 ‘성자가 된 종지기’ 권정생 선생님을 잊지 못할 것이다.

▲ 직접 식사를 해 드셨던 솥단지..국수 솜씨는 최고 였다고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49일째 선생님의 집을 지키고 손님을 안내하는 차영민 선생님

▲ 선생님이 손수 지으시고 사셨던 자그마한 보금자리

박종하  newe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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