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우리 영화 보러 가요.”
“언제 갈까.”
“내일 일요일에요.”
“그래 그럼 뭘 보러 가지?”
“그건......”
 |
||
| ▲ 지금은 예배 준비 중.
천안의 한 영화 개봉관에서 아이들이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송상호 | ||
이런 이야기가 ‘더아모의집’ 아이들과 함께 막 캠프(2박 3일간 부산나들이)에서 돌아온 날 나온다. 하여튼 노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더아모의집’ 아이들이다. 사실 나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던 터라 영화 보는 날을 내일로 잡는다. 그러니까 아이들과 내가 짝짜꿍이 맞은 셈이다.
바로 그 영화가 이름 하여 ‘화려한 휴가'.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서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그 전부터 개봉하면 아이들과 한 번 가볼 거라 벼르던 영화다.
“어허 내일이 일요일이니 영화관에서 예배를 하겠구먼”
“그러게요. 목사님.”
 |
||
| ▲ 영화관 포스터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한 아이들. ⓒ 송상호 | ||
일요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천안으로 떠난다. 안성에는 영화관이 없기 때문이다. 졸지에 안성 촌놈들이 천안으로 영화 원정을 떠나는 꼴이다. 아이들 중에는 영화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도 있다. 제목조차 모르지만 함께 영화 보러 간다는 그 사실 자체가 마음 설레게 하는 모양이다.
영화는 예고대로 명작이다. 아이들도 영화를 보고 나서 수차례 울었다며 받았던 감동을 말한다. 나도 뒤질세라 많이 울었다고 말하니 ‘누가 눈물 많이 흘렸는지’를 시합하는 듯한 분위기가 잠시 연출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80년 광주의 아픔을 아이들과 함께 진하게 겪은 것이다. 어떤 설교보다도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것이다.
 |
||
| ▲ 천안의 한 패스트푸드 점
앞에서 햄버거를 먹고 난후 사진을 찍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촌놈들이 웃긴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해왔다.
ⓒ 송상호 | ||
“‘김밥천국’ 식당에 가서 떡볶이랑 김밥 먹을래? 아니면 패스트푸드 가게에 가서 ‘햄버거’ 먹을래?”
“햄버거요. 햄버거.”
한 아이가 김밥을 선택했다가 졸지에 왕따 당할 뻔한 이 광경은 아이들이 얼마나 햄버거를 좋아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평소 패스트푸드 점을 구경조차 잘 하기 힘들던 시골 아이들로선 횡재한 기분이 든다.
그래 기분이다. 아이들과 함께 햄버거 한 번 먹어보자. 햄버거를 먹고 나오면서 음식점 앞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이들이 한마디 한다.
“목사님. 다른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요.”
“아이, 쪽 팔리게 빨리 찍어요.”
“야. 어쨌든 너희들이나 나나 촌놈들 아니냐. 허허허허”
이렇게 안성 촌놈들의 촌티 나는 행각이 끝나고 다다른 곳은 시골 마을 느티나무 그늘이다. 의자가 있는 곳에 모여 우리는 조금 전 보았던 영화를 놓고 소감과 의견을 나눈다. 아무래도 역사적 이해나 전반적 정황 설명은 나의 몫이다. 아이들은 직관적인 느낌과 당돌한(?) 의견 을 쏟아낸다.
 |
||
| ▲ 시골 마을 입구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영화를 본 것을 토대로 의견과 소감을 나누고 있다. 남자 아이들도 진지하다. ⓒ 송상호 | ||
더불어 내가 학창시절 시위대에 참가해서 전투경찰에게 두 번씩이나 잡힐 뻔한 이야기(관련기사 - 전경에게 두 번이나 잡힐 뻔하다.)를 들려주니 눈이 동그래진다. 방금 전 본 영화와 연결이 되어 아이들의 귀가 두 배로 커진다.
이렇게 우리는 ‘화려한 휴가' 예배에 묻혀 감동과 사색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
||
| ▲ 여자 아이들도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 송상호 | ||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체사상은 구원 사상을 이야기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