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 주 미국 중앙은행 총재라고 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신임 의장으로 버나드 버낸키가 지명되었는데, 언론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난 주에 미국에서는 워낙 대형사건들이 발생해서 버낸키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 앨런 그린스펀에 이어 새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되었던 것이 원래의 무게보다는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습니다.지난 주에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이 기소되었고,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자가 ‘자진사퇴’ 형식으로 경질되었습니다. 미국 정치가 소용돌이 치던 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새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장에 지명된 버나드 버낸키

우선, 전반적인 평가를 보면, “무난하다”는 평가입니다. 이번에 물망에 오르던 인사들 중에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아온 버낸키가 지명되었기 때문에 언론이나 시장의 반응 역시 호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버나드 버낸키 신임 의장은 원래부터 유명한 화폐금융 경제학자로 2002년까지 프린스턴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가 FRB의 이사로 3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리고나서, 그레고리 맨큐 후임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의장직을 맡았습니다.

언론의 평가를 보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일급 학자출신으로서 기대가 되긴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같은 풍부한 경험을 갖추지 않아 좀 불안하긴 하다고 평가했습니다.그리고, 미국의 진보계열 주간지인 “뉴 리퍼블릭”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치색이 없어보여’ 일단 좋은 인선이라 평가했습니다.

버낸키의 학계 동료 한명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 왔지만 그가 공화당 계열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버낸키는 정치적 색깔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쪽에서도 인선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버낸키와 경합했던 다른 후보들은 로렌스 린지(Lawrence Lindsey) 같은 공급측경제학자든지 R. 글렌 허바드(R. Glenn Hubbard) 처럼 부시정권의 감세정책을 강력히 지지하는 이데올로그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이번에 온건하고 화폐금융쪽에 밝은 버낸키가 지명되었다는 것은 일단은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버낸키 신임 의장의 정책은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를 보일 것 같습니까?

일단 정책의 차이 보다는 연속성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버낸키는 그린스펀과 3년간 호흡을 맞춰오면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특히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미국의 부동산버블 문제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이자율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FRB가 급작스럽게 이자율을 올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잔뼈가 굵어진 앨런 그린스펀과 달리, 버낸키는 좀 더 원칙론의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책방향에 대해 불투명성을 유지해온 전임 의장과 달리 신임 의장은 가급적 예측가능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스스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버낸키 신임의장은 “인플레이션 타겟”(inflation target)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것을 밝힌 적이 있는데요, 이 정책은 중앙은행의 최대 목표가 다름아닌 물가통제, 즉 화폐의 가치에 있다고 설정하고, 인플레이션 허용치를 공식적으로 정해 두는 겁니다.이렇게 되면, 사업하는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지 몰라 우려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많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없앨 수 있습니다.그러니까, 돈을 빌려줘도 갑자기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까봐 이러한 위험부담을 이자에 덧붙일 수가 있는데,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정해놓으면 이런 위험부담 즉 리스크가 이자율에 포함되지 않게 되는 거죠.그래서, 버낸키가 지명되자, 월 스트릿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Q. 미국의 또 다른 문제인 재정적자, 무역적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보일까요?

일단 FRB 의장은 금융정책을 담당하고 재정정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게 큰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그래도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간접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버낸키의 생각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일단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뉴 리퍼블릭”은 부시의 감세정책에 대해 수수방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동조한 앨런 그린스펀이 자리에서 나가게 된 것을 환영하면서 버낸키 신임의장 지명자에게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역적자에 대해서는 미국 자신보다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될 것 같습니다. 보통 미국의 무역적자는 미국 재정적자가 주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가 강했는데요, 바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있던 버나드 버낸키가 “세계적인 과잉저축” 영어로 “global saving glut"이라는 표현을 새로 만들어 유행시키면서 미국 무역적자의 주 원인으로 중국이나 중동 산유국들의 과잉저축을 지목했습니다.따라서, 버낸키 신임의장의 영향력이 부시정부에 미치게 된다면,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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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님은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며, 이 글은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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