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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돈이 되니까 신기했어요"생애최초 딸아이가 고물 팔아 돈 벌다
송상호 기자 | 승인 2007.09.30 00:00

   
▲더아모의집 마당에서 소녀 둘은 그동안 모은 고물을 분리하느라 신이 났다. 고물 값을 얼마 받을 지에 모든 관심이 모아진지 오래다. ⓒ 송상호
"아빠, 우리 이제 고물 팔러 가요."

실로 딸(중1)과의 역사적인 고물 '수집협약'을 맺은 지 19일만에 이루는 쾌거다.

그동안 학교 갔다 오는 길목에서 신문, 병, 캔 등을 모아오기도 했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캔과 병을 모으기도 했던 것.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더아모의집' 소녀들이 함께 해왔던 것이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딸과 협약을 맺었는데, 딸의 친구이자 우리 '더아모의집' 멤버인 소녀 한 명도 짝짜꿍이 맞은 것이다.

드디어 고물을 팔기로 한 오늘(16일). 밖엔 비가 왔지만, 아이들에겐 전혀 상관이 없다. 아이들의 마음은 벌써 고물상에 가서 고물을 팔아 돈을 받아버린 듯 기분이 좋다.

먼저 종이는 종이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캔은 캔대로, 병은 병대로 분리하여 각각 자루와 상자에 담는다. 아이들이 빨간 장갑을 끼고 신이 났다. 부피를 줄여 자루에 잘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캔은 찌그러트리기도 하고 부탄가스통은 송곳으로 뚫어주는 센스까지 발휘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고물 하나 가득 싣고 '더아모 15인승'은 고물상으로 향한다.

"야 너희들. 많이 받아 봐야 만원도 안 될 건데…."
"에게. 고작 그것밖에 안 되나요."
"아빠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들고 가는 고물들이 부피만 컸지 돈이 적게 나올지도 몰라."

나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기대하다가 실망할까봐 미리 연막탄을 친 것이다.

   
▲마을에 돌아다니며 소녀들이 모은 고물들이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다. ⓒ 송상호
"그런데 고물 값 받으면 둘이서 어떻게 나눌 거니?"
"예, 우리 둘이서 반씩 나눌 거예요."
"그래? 아니 그러면 누가 많이 기여했느냐에 상관없이 말이니?"
"네. 일일이 구분하면 머리 아프잖아요."
"그럼, 많이 모은 사람도 적게 모은 사람도 서로 불만 없는 거네?"
"예."
"그런데, 그 돈은 받아서 어떻게 하기로 합의했니?"
"그거요. 반씩 나누어서 각자의 예금 통장을 만들어 저금하기로 했어요."

그렇다. 사실 이 이야기의 시발점이 바로 자신의 휴대폰 요금은 자신이 내기 위한 것으로부터였던 것이다. 그동안 휴대폰이 없었던 딸아이에게 휴대폰을 사주기로 하면서 맺었던 협약이었던 것. 지인의 소개로 다행히 아주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입하니 그동안 모아두었던 고물을 팔자는 제의를 딸과 딸의 친구가 해왔던 게다.

고물상에 도착하니 여기저기 고물이 가득하다. 아이들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처음 고물을 실은 채로 차량이 통째로 '계근대(고물 무게를 차량 단위로 재는 전자저울)'에 오른다. '2400kg'

차와 사람과 고물의 합산 무게가 '계근대'에 찍혀 나온다. 고물을 다 빼내고 다시 '계근대' 위로 차량이 올라간다. 떨리는 순간이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의 머릿속은 내내 '과연 고물 값은 얼마일까'로 가득 차서 흘러넘치고 있을 터. '2300kg'

계근대에 찍힌 무게다. 그러니까 고물 무게는 100kg. 플라스틱, 캔, 종이 등이 가격이 각각 다르기에 100kg에 얼마가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아이들의 기대감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2만원 나왔네요."
"아∼"

아이들의 '아' 소리는 아쉬운 소린지 아니면 감탄의 소린지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 듯 보인다.

   
▲소녀들의 사연을 들은 고물상 아주머니는 고물 값을 쳐주시면서 오히려 더욱 좋아하시는 듯. 소녀들은 두말 할 것도 없지만. ⓒ 송상호
고물상 아저씨는 다른 고물 값도 대략 얼마인지, 무엇을 모아야 돈이 되는지를 딸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이뿐만 아니라 돈이 되는 고물들을 직접 보여 주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나의 취지를 이미 전해들은 고물상 아저씨는 괜히 자신의 일인 것처럼 신난 듯 보인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거 안 하려고 할 텐데. 기특하네요."

고물상 아주머니가 아이들에게 2만원을 건네준다. 그러니 소녀 둘은 그 자리에서 당장 돈을 반씩 나눈다. 돈을 보고 또 보고. 그러면 그렇지. 아이들 생애 최초로 자신의 힘으로 노동을 해서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벌은 돈이니 그 기분이야 오죽하랴. 그런데 돈을 받아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차를 세운다.

"아빠, 우리 가게에 들러요."
"왜?"
"우리가 고물 모으는데 도와준 친구와 동생들에게 맛있는 거 사주게요."


이렇게 들른 가게에서 아이들은 한참을 고른다. 전에 같았으면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것을 덥석 집었으련만, 이제 자신이 번 돈으로 한턱을 내려니 과자 가격 때문에 망설여지는 게다. 그런데다가 휴대폰 요금을 내려면 만원 가지고는 턱도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 번 이상은 더 고물을 팔아야 최소한 한 달 휴대폰 요금이라도 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얘들아, 내가 대형 아이스크림 두 통 살게."
"진짜에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대견한 마음으로 딸들의 '한턱 내기'에 동참을 한 셈이다. 그제야 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러고는 1000원짜리 초콜릿과 1000원짜리 사탕을 집어든다.

이렇게 만선의 기쁨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으니 아이들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쓰레기가 돈이 되니까 신기했어요."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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