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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평택 평화대행진에 다녀와서그곳은 두달전 온 교우들과 주일예배를 드렸던 낯익은 곳
조헌정 | 승인 2005.07.11 00:00

나는 주일예배에서 '참 예배'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증거하면서, 결론부문에서 오늘 평화대행진에 참가하는 것은 단지 시위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앞서 가시는 갈릴래아 주님을 만나러가는 것이요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임재를 경험하러 가는 현장의 예배"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길을 가로막는 검은 복장의 전투경찰들의 눈 속에 담겨있는 주님의 평화의 눈빛을 보자고 말하였다.

대절버스 안에서도 함께 가는 50여명의 교우들에게 혹 격렬한 부딪힘이 있더라도 다시 한번 하느님의 의의 분노를 갖되, 자신 안의 분노에는 지지 말자고 당부했다. 우리의 싸울 것은 혈과 육이 아니라 악한 영과의 싸움이라는 사도 바울로의 말씀도 덧붙이면서.

다시한번 자신 안의 분노에는 지지말자고 당부, 그러나...

그러나 운동장에서의 집회를 마치고 인간띠잇기를 하기 위해 미군부대 철조망으로 이동하면서 조금씩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쩔 수 없었다. '세줄 네줄로 겹겹이 서있는 전경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같은 민족끼리 한 다리 건너면 다 내 아들이요 내 조카인 저들과 우리가 왜 이렇게 미움의 눈길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나도 모르게 지나가다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이 보호할 대상은 미군이 아니라 우리들이야. 우리가 낸 세금으로 너희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고!  뒤로 돌아서라고!"  소대장급되는 서너명이 소리치는 나를 몸으로 밀쳐낸다.

그러고 돌아보니 바로 뒤에 조신원집사님이 서 계신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예배 중에도 버스안에서도 감정에는 휩쓸리지 말자고 한 목사 당사자부터 감정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서 있는 전경들을 바라보면 자꾸만 감정이 일어나 땅을 보면서 행진하여, 더 이상 갈데가 없는 곳에서 교우 몇분과 서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서 있던 그 장소에는 다른 곳과 달리 조금 넓은 터가 있어 일종의 접전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의 산 증인이 된셈이다.

밀리지 말고 밀어부쳐 밀어부쳐서 논바닥에 처박고 짓밟아!

  
평택 평화대행진 영상자료(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그곳을 마이크로 진두지휘하던 중대장급인지 대대장급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2중대 3중대 어떻게 하라고 명령하던 사람이니까 대대장급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 사람이 참으로 수준 이하의 사람이다.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않고 띠 있기를 진행 중이던 우리들에게는 그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막대기조차 제대로 들고있는 사람이 별반 없었다.

반이 여성들이요, 게중에는 유모차를 끌고온 젊은 부부도 몇쌍이 있었다. 그런데 이 대대장이라는 친구가 마이크로 계속 전경들을 부추긴다. '야 밀고 들어오면 밀리지 말고 밀어부쳐 밀어부쳐서 논바닥에 처박고 짓밟아.'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그 이후 한시간 가까이 마이크에 대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너무 한심스러워 여기에 이 사람이 한 말을 다 옮길 수가 없다.

물을 뿌려대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실제 전투하듯이 전경들을 명령하는 모습이 너무 한심스럽고 너무 얄밉다. 때때로 우리는 그가 하는 말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 서로 쳐다보면서 웃엇다.

그러는 가운데 옆에 서 있던 한떼의 전경들이(이 그룹은 짧은 방패와 운동화, 그리고 긴 몽둥이를 들고 있는 특수부대였다. 70년의 백골대와 비슷한 부대 같다.) 한 줄로 우리 중간을 뚫고 들어온다. 우리는 지나가기 위해 오는 줄 알고 통과를 시켰다.

갑자기 아우성이 터지고 피가 흐르는 머리를 감싸쥔 사람들

뒤로 돌아가서 한동안 있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전경과 우리 사이로 뚫고 들어오면서 사정없이 몽둥이로 무방비의 사람들을 내리쳤다. 갑자기 아우성소리가 터지고 머리를 감아쥔 사람들이 보였다.

한사람은 머리의 피가 터져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내 옆으로 왔는데, 나도 그만 그의 손만 잡았지 도대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여성이 그의 손을 붙잡고 본부쪽으로 데리고 갔다. 완전히 속은 것이다.

이때부터 전경들은 갑자기 공격자세로 돌아서더니 가만히 서 있는 시위대를 방패를 위로 올려 찍으면서 10여미터를 밀고 들어온다. 옆은 비탈이요 뒤는 논두렁이다. 십여명이 넘어지고 짓밟혔다.

그 중에는 임보라목사도 껴있었다. 온몸이 진흙으로 엉켜졌지만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나도 뒤로 돌아서서 몇 발자국 움직였지만 더 이상 피할 데가 없었다. 왜냐하면 또 다른 전경 한떼가 우리 뒤의 길목을 지키고 아까부터 가만히 서 있었는데, 갑작스레 그들도 앞으로 밀어부치는 것이었다.

그 순간은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끼었다. 그래서 김정임집사와 나는 크게 소리쳤다. '이놈들아 너희들은 온몸을 방패와 철모로 무장한 군대이고 우리는 무방비의 민간인이잖냐'고. 그 이후로 우리쪽에 있었던 약 백여명의 고립된 시위대는 바닥에 주저앉아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소리를 쳤다.

남한의 백성들끼리 서로 싸워야 하니 도대체 억울하고 분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시위는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마음 속은 여러가지로 착잡했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마무리 얘기들을 나누고 이렇게 기도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싸우는 것만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인데, 이제 남한의 백성들끼리 서로 싸워야 하니 도대체 억울하고 분합니다. 이 악을 물리쳐 주소서. 하느님! 그러나 믿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아픔의 투쟁이 우리 후손들에게 참으로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진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고 부활하신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을 보니 9면 하단부에 중간기사로 자그마하게 실렸다. 어제 저녁 텔레비젼 뉴스에도 만명이라고 했고, 다친 사람이 2백명이라고 했는데, 이 신문에서는 7,500명이 모였다고 하고 시위자 80명과 전경 20명이 다쳤다고 짤막하게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물론 오늘 신문 머리기사는 북한의 6자회담 참가이지만, 이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미군기지에 관련한 중대한 평화행진을 이렇게 처리할 수 있나해서 참으로 화가 났다. 엊그제 한겨레기자가 전화와서 종교인 후원회 명단에 이름을 넣겠다고 해서 흔쾌히 동의를 했는데,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좀전에 편집부장에게 항의성 글을 보냈다. 과연 이 기사가 1면에 실린 진부하기 짝이 없는 '논술, 본고사' 기사보다 값어치가 없는 기사냐?고.)

농사 짓밟힌 농민, "어떡해요, 그래도 고향 떠나는 것보다 낫잖아요?"

오마이뉴스를 보았다. 그래도 오마이뉴스는 영상과 함께 자세한 내용을 적고 있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사랑받는가 보다. 그중 한 영상의 마지막 장면이 눈물겹다. 결렬한 투쟁의 모습을 담고 나서 마지막에 한 농민이 짓밟힌 콩나무를 다시금 세워 심는 처연한 장면이 나온다.

기자가 다가가서 묻는다. '어떠세요?' '일년농사 다 망쳤지 뭐' 그러더니 이렇게 덧붙인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이 기자 짓굳게 묻는다. '아니 농사진 것 다 짓밟혔는데 뭐가 고마워요?' 조용히 미소지으며 이렇게 답한다. '어떻해요 그래도 고향 떠나는 것보다 낫잖아요?.' 그 순간 그 농부님께서 지난 2년넘어 당한 아픈 마음이 찡하게 다가와 눈물이 핑돈다.'

그래 내 농사 다 망해도 내 고통을 알아준 국민들이 이렇게 많으니 그게 좋은거지 뭐가 좋은건가.

아!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쫓겨나는 심정을 그대는 아는가? 이 한많은 한민족 백성들아!

조헌정  choshalo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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