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 한국 교회의 날'이 25일(목) 향린교회에서 주최한 '교회의 길 찾기에 대한 물음' ⓒ 이정훈/에큐메니안

“개신교 부정적 이미지를 지금껏 몰랐다면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성찰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회가 부자가 되더니 변심한 애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영적인 성숙은 인격적인 성숙과 함께 간다고 교육해야 한다.”
“기독교인은 자기만족에 겨워 홀로 만족하는 자가 되지 말아야 하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

‘2007 한국 교회의 날’이 25일(목) 주최한 “교회의 길 찾기에 대한 물음” 두 번째 시간에 쏟아진 교계 인사들의 비판과 이에 대한 해법이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3일(화) “물음 하나 ‘이웃에게 길을 묻기’란 시간”을 통해 드러난 교회 외부 비판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었다.

김종원 조직위 집행위원장(새민족교회)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김기석 목사(청파중앙교회), 안선희 교수(이화여대), 피경원 교우(향린교회), 김디모데 전도사(한남대 KSCF)가 패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웃에게 길을 묻는 시간은 오해도 있었고 지나친 표현도 있었다. 하지만 의미 있고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런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첫 번째 패널로 나선 안선희 교수는 개신교의 부정적인 모습은 “한국 사회 다종교 상황에서 다른 종교에 비해 후발 주자로 시작한 기독교가 조급한 나머지 다른 종교 집단과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두 번째 패널을 맡은 김기석 목사는 “교회가 자정능력을 잃었다”고 전제하고 “개신교회가 현세적 물질주의란 사람들의 욕구에 철저하게 편승한 것이 오늘의 교회를 기형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교회 외부나 내부에서 들려지는 비판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었다. 먼저, 김 목사는 “디아스포라의 시선 즉, 가장 낮은 자의 시선을 통해 교회를 볼 수 있을 때 교회의 설 자리를 바로 본다”고 주장했다.

▲안선희 교수(이화여대) ⓒ 이정훈/에큐메니안

또한 안 교수는 “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신앙교육을 성서교육뿐 아니라 인격적인 성숙도 할 수 있는 교육에 주력해야 한다”고 하며, “상식과 이성이 통용될 수 있는 신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나치게 조급하게 개신교 신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독교적인 가치와 삶의 태도 등을 내면화하고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의 정치적 행보에 관해서 김 목사는 기독교계 일부 인사들의 “노골적인 정치참여는 자기 속에 권력의지를 투영한 것뿐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안 교수는 “개신교의 현실참여 의견에는 동의지만, 문제는 제도정치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리고 교회는 “시민사회의 지킴이로서 비판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변화가 아니라 뼈를 깎는 변화 있어야

[안선희]  개신교 부정적 이미지가 확대된 것은 인터넷 영향이 컸다. 지금껏 자신들의 이미지를 몰랐다면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찰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폐쇄적, 공격적이란 것은 종파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진리를 소유한 유일한 집단이란 의식과 우월성이 폐쇄성과 결합해 공격성을 만들었다. 다종교 상황을 한국 사회 내에서 종교적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다른 종교에 비해 후발 주자로 시작한 기독교가 조급한 나머지 다른 종교 집단과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 했기 때문이다. 개 교회 공동체성은 함양됐으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격성으로 드러났다. 이미지가 바뀐다고 해서 개신교가 개혁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꾸준히 뼈를 깎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김기석]  교회가 자정능력을 잃었다. 한국교회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철저히 목회자의 문제이다. 오늘에 와서 기독교는 계몽의 주체가 아닌 계몽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개신교가 이정도의 부정적 이미지로 여겨지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초월적 전망을 사람들에게 주는 것을 실패했기 때문이다. 개신교회가 현세적 물질주의란 사람들의 욕구에 철저하게 편승한 것이 오늘의 교회를 기형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욕구를 부정하면서 초월적 전망을 제시했어야 했다.

▲피경원씨(향린교회) ⓒ 이정훈/에큐메니안

[피경원] 유일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고집하다 보니까 타 종교를 적대시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교회에 있는 대부분의 교인들이 믿는 가치는 유일신 신앙에 입각해 정리되어 있는 자기 완결적인 신학체계를 확대 재생산하는 신학교, 신도들을 가르치는 목사 계급에 의해 굳건한 체제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디아스포라의 시선, 가장 낮은 자의 시선으로 교회를 보라!

[안선희]  가족 내 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은 인정한다. 전투적인 선교관이 많은 갈등을 빚는다. 순수한 종교적 의미가 탈색된 것은 개신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신교의 권력화 등도 일반 사회에서도 지닌 문제이다. 사회 내의 제도적인 종교가 지니는 공통적인 문제이며 한계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 내의 권위주의, 조직 내의 계층 간 문제, 성직자 윤리 뿐 아니라 모든 직업윤리를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김기석] 교회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사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맞다. 교회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교회가 부자가 되더니 변심한 애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서야 할 자리는 낮은 자리이다. 교회가 부자가 되면서 본래적인 일을 소홀히 했다. 우리가 회복할 것은 디아스포라의 시선 즉, 가장 낮은 자의 시선을 통해 교회를 볼 수 있을 때 교회의 설 자리를 바로 본다고 생각한다. 이제 소수자의 시선에서 교회를 바로 볼 수 있는 자리까지 내려가야 한다.

[김디모데]  기독교인이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란 것이 그들에게 특별한 존재의 가치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프간을 비판한 것도 선교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에 대해 각인된 이미지가 그만큼의 울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디모데 전도사(KSCF) ⓒ 이정훈/에큐메니안

[피경원]  개신교가 빠른 속도로 정착한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 측면도 있다. 자본주의와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개신교 전파 과정이 흡사하게 맞물렸다. 자본주의가 정착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여러 가지 중에서 몇 가지만 뽑아서 하나의 교리로 만들고 집단 최면을 거는 과정에서 개신교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다(양적 성장).

한국 교회 강단 성찰성을 잃어버렸다!

[안선희]  인권운동과 민주화 발전, 사회복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봉사활동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최근 인권의식이 높아진 상태에서 일부 개신교에서 소수자 인권 침해하는 것은 부정적이다. 일부 개신교에서는 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기석]  긍정적인 측면은 사회민주화 기여와 사회복지에 적극성을 띄었다. 전쟁 이후 스스로의 자존심을 잃고 가난의식에 찌들었을 때 사람들을 격려하고 일으켜 세운 것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 상한 심령을 부둥켜안고 통계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그리고 여전히 교회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주류교회에서 탈주해 가고 있는 복음의 진수를 빨아들이려고 하는 젊은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 부정적 측면은 한국교회 강단은 성찰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천박해지고 흉함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 시민사회로서의 지킴이로 남아야

[안선희]  개신교는 현실참여적인 의견에 동의한다. 정치참여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제도정치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시민사회로서의 지킴이로서 비판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아무리 진보정권이더라도 성직자들이 정치에 진입하면 지배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다. 진보든 보수든 권력지향이란 말은 맞다. 비판적으로 참여하되, 제도정치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김기석]  원칙적으로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정치행위를 해야 하느냐가 문제이다. 근본적으로 예수정신은 탈권위주의이다. 결국 기독교 정신은 지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신학자들도 밝혀주고 있다. 정치에 참여해 권력을 획득하려고 할 때 변질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인은 자기를 부정하면서 이 힘으로 세상에 초월의 빛을 가져오고 하나님 나라의 비전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세상을 변혁시켜야 한다. 노골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데 이런 행태는 자기 속에 권력의지를 투영한 것뿐이다.

[김디모데]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큰 힘이나 엘리트적인 권력의 힘을 가져야 하나님의 나라가 오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의 정치 안에서 참여해야 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 말씀에 부합하지 않는 생활을 겪고 있다면 하나님 뜻에 맞게 바꾸는 생활의 정치를 해야 한다. 제도권 안에 들어가 힘을 발휘하는 권력지향형의 탈을 쓴 정치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피경원]  성경에 입각해 진보든 보수든 정당성을 확보한다. 권위주의적, 권력 지향적으로 변했다. 우리가 비판적인 기구로 남아야 한다. 광야의 소리로 남아야 한다는 것은 공감한다. 권력으로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은 공감한다.

상식과 이성이 통용될 수 있는 신앙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 ⓒ 이정훈/에큐메니안

[안선희]  성숙한 신앙을 위해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지식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지성화 될 필요가 있다. 인문 사회과학적인 시각을 수용해야 한다. 신앙교육이란 것은 성서교육뿐 아니라 인격적인 성숙도 할 수 있는 교육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조급하게 개신교 신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독교적인 가치와 삶의 태도 등을 내면화하고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식과 이상이 통용되어도 신앙적일 수 있다는 의식과 목회자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기독교의 본질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의식과 사회와 윤리의식, 사회적 식견을 가진 자가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너무 쉽게 목회자가 되는 길을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 평신도 조직을 교회 정치 의결 기구로 인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리고 65년 정년을 지키는 것과 은퇴 후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개신교는 전체적인 조망 하에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좋은 기독교인은 좋은 시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경제주의적인 관점과 논리가 교회에 들어와 있다. 상업문화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문화와의 관계에서 대안적인 가치와 삶을 제시해야 한다.

[김기석]  천박함을 넘어 깊이 있게 들어가야 한다. 목회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기 위한 노력, 영적인 감수성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기독교인은 자기만족에 겨워 홀로 만족하는 자가 되면 안 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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