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우 목사. 농민들이 아파하고 있는 데, 다리를 뻗고 잔다는 것이 용납이 되지않아 천막농성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주에서 쌀개방 반대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이세우 목사(들녘교회, 기장 전북농촌목회자연합회장)를 만났다. 마침 기자가 이 목사를 방문한 때가 그 동안 목회자들 중심으로 진행해 왔던 농성을 목회자들이 속해져 있는 교회들과 전주지역 도시 교회들의 신도들이 함께 참여하는 촛불기도회 날이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350여명이 참여한 기도회를 마치고 농성을 하고 있는 천막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단식과 천막농성 중이었지만, 밝은 얼굴로 만나주었고, 현재 농민들의 상황들도 소상히 말해주었다. 특히 농민들의 마음이 분노에 가득 차 있고 쌀 비준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저항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는 말도 해주었다. 흉흉한 소문도 무성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정치권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해 함께 분노하면서 비준안이 통과될 경우 다음 선거에 구체적으로 개입해서 그들에게 농민들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는 계획도 귀뜸해 주었다.

이렇게 농민들은 심각한 사태임을 느끼고 정신적 공황까지 겪고 있는데, 그 농민들을 목회하고 있는 목회자가 다리 뻗고 잔다는 것이 용납이 안 됐다고 한다. 그래서 주위의 후배 목회자들과 천막으로 들어와 농성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농성을 시작하고 진행하면서 안타까운 것을 정부는 말할 것도 없지만, 타교단의 농촌 목회자들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연대의 뜻을 전해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 섭섭하다고도 했다.

15일 국회 앞에서 농민들과 함께 상경해서 집회도 준비 중에 있고, 기장 총회와 연대해서 별도의 집회도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농민들을 위로하고 연대하려고 시작한 농성이 좋은 결과로 끝나기를 바란다는 말이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 단식 농성을 시작하게 된 경위를 처음부터 이야기해 달라.

나도 농사를 조금 짓고 있는데, 방앗간에 가서 올해 쌀 매매 하는 현장을 직접 보았는데, 11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작년에는 16만원에 판매되었는데, 5만원의 차이가 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가격 차이에 농민들이 참여하면서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정신적인 공황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농민들은 천 원만 가지고도 부들부들 떤다. 빚이 없는 농촌 가정이 없다. 한 해 농사짓고 나면 자식 학자금, 이자 갚을 일, 농자제 값 등 갚아야 할 돈들이 있다. 그 계산들을 하고 있다가, 쌀값이 이렇게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이야기는 있었는데, 설마 그렇겠느냐 했었다. 그런데 직접 당하고 보니까 이 분들이 엄청난 충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못살겠다고 나락을 시군청 앞에 쌓아 놓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화가나니까 태우기도 하고 길거리에 뿌리기도 하면서 매일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농촌 목회자로 잠이 안 왔다. 농민들은 거리에서 애를 쓰고 있는데, 우리는 편안하게 다리를 뻗고 잔다는게 도저히 허락이 안 되었다. 고민을 하게 됐고, 이렇게 농촌이 어렵게 된 것이 기도를 한다고 한 것이 부족하지 않았나, 또 농촌을 위한다고 한 것이 제대로 한 것이 없구나, 이런 현실이 목회자들 때문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철저하게 제도적으로 해결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바로 천막에 들어와서 단식도 생각을 해보고 춥고 떨리고 하면서 농민들과 함께 지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전북지역 농촌 목회자들이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천막. 한 목회자가 쌀개방 반대 서명을 받기 위해 서 있다.

◇ 처음에 몇 분의 목회자들이 동참하여 시작했는가?

처음에는 7~8명이 논의하다가, 30명 정도가 같이 뜻을 맞췄다. 전라북도의 땅들은 거의 농도(農都)다. 가장 쌀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라, 다른 지역보다 직접 느끼는 것이 다르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산골에 있는 분들은 적극적이었던 반면에, 들 쪽의 직접 쌀을 생산하는 교회가 있는 교인들은 여러 가지 사정 상 처음부터 같이 하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그쪽은 불이 덜 붙은 현실이다. 그런 점들이 아쉽게 출발을 했는데, 지금은 다들 미안한 마음으로 동참의 뜻을 전하면서 같이 하고 있다.


◇ 쌀 비준안이 거의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후의 계획은?

얼마 전에 스크린 쿼터 문제를 보니까, 미국에서는 농산물 문제보다 더 심혈을 기울였는데, 세계 각 국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방식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반기를 들면서 스크린 쿼터가 무산된 것을 최근에 보았다. 충분히 논의하고 각 나라에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이야기 하고, 쌀에 대한 우리 한국민의 정서를 이해시키고 홍보하고 도움을 청하게 되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쌀만은 도저히 힘들겠다고 하면서 산업 부분에서 타격이 크지 않은 쪽을 조금 더 개방을 하고, 보호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 대해 서운하고 섭섭한 것은 한번 제대로 대응도 대처도 싸움도 안 해보고, 먼저 미국 강대국의 요구대로 한다는 것에 대해 농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에 이번에 열린우리당의 의지대로 통과되게 된다면 엄청난 저항이 뒤따르리라고 생각한다. 저항의 강도는 우리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한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 우리들도 바로 농성의 수위를 좀더 높여서 엄중하게 항의하는 입장들을 마련해 가고 있다.

◇ 정치권과 협상하고 있는가?

민노당과는 수시로 수위를 맞춰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정당들과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여기 전라북도 정치권들을 보면 열린우리당의 의원들이 거의 중요 직책들을 다 맡고 있다. 국회의장도 정읍 사람이고, 전라북도 도당 위원장도 가장 큰 농촌 지역인 김제, 완주 지역을 맡고 있는 사람이고, 대권 후보라고 이야기되는 정동영, 국방장관으로 장영달, 모든 사람들이 전라북도를 지역구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관심이 없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을 만나면 개별적으로는 우리들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도회가 끝났으니까, 열린우리당에 요청한 것이 있는데,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에 기대에 못 미치는 답변이 있을 때는 내 년에 지방 선거가 있고 여러 가지 선거가 있는데, 우리들이 조직적으로 나서서 분명한 심판들을 할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 정치인들이 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부 여당이라고 하고 집권당의 의원들이라고 하는데, 이 싸움에 대한 문제를 정부에서 지시한 대로 움직인다는 식이다. 그리고 아직 정부 여당이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으려는 심산으로 공천 책임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도 도저히 모르고 있다. 충분히 고민도 연구도 안 하고 정부에서 결정했다고 하니까 그냥 따라가는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타 교단의 농목들이나 목회자들과의 연대는 추진하고 있는가?

늘 같이 교류들을 해 오고 있는데, 쌀문제가 긴급하게 터지면서 충분한 논의가 되지 못했다. 우리가 먼저 농성을 시작한 이유도 불을 지핀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 것이다. 다른 지역적, 전남, 충남, 대전, 충북에서도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힘을 모아서 국회 앞에서 기장 총회의 지원과 협조를 얻어서 전체 기장 총회와 함께 하는 기도회를 준비 중이다. 그와 별도로 3개 교단이 연대해서 기감, 예장 통합 농목들과 청와대와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 할 계획이다.

◇ 15일의 여의도 집회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가고 있나?

15일에 전체 농민들이 다 올라가는 데, 그 집회에는 대표 몇 분만 참여하기로 했다. 그와는 달리 전체 농민들이 참여하는 집회보다는 별도의 집회를 준비 중에 있다. 이것은 농민들과의 거리를 두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사회의 일반 국민들은 냉담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고, 농민들만 이야기하고 있다.

별도의 집회는 농민들이 아닌 개신교 목사들과 지식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남달리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어서 농민들의 집회와 관계없는 별도의 집회를 통해 농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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