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부시 대통령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 이어 또다시 가톨릭교도인 새뮤얼 얼리토(Samuel Alito)를 대법관후보로 지명해서, 만일 얼리토가 대법관이 되는 경우 대법원은 가톨릭교도가 다수가 된다죠?

▲ 부시 대통령에 의해 미연방대법원 법관에 지명된 Samuel Alito. 'New Republic'는 최신호에서 미국 복음주의와 카톨릭의 동맹으로 표현했다.

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 리퍼블릭” 최신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 이어 또 다시 보수적인 가톨릭교도인 새뮤얼 얼리토를 대법관 후보에 추천함으로써 대법원의 다수가 가톨릭교도가 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상황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얼리토 후보가 대법관이 되는 경우, 9명의 대법관 중 보수주의자로 분류되는 대법관 모두가 가톨릭교도가 됩니다. 앤토닌 스칼리아, 앤쏘니 케네디, 클래언스 토마스, 존 로버츠, 그리고 이번에 새무얼 얼리토까지 5명의 보수주의자들은 모두 가톨릭교도입니다.

“뉴 리퍼블릭”은 과거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토마스 대법관을 지명했을 때, 가톨릭교도를 지명한 것은 단지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아들 부시 정부 때 계속해서 가톨릭교도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하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흐름이 우연이 아니라 보수 가톨릭과 보수적 개신교인 복음주의의 동맹의 결과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뉴 리퍼블릭“은 분석하고 있는데요, ”뉴 리퍼블릭“은 이 동맹에서 복음주의는 ‘정치적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고, 가톨릭은 ‘지적 무게’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개신교들이 가톨릭교회의 박해를 피해 도피해 와서 만든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사회는 기본적으로 가톨릭에 대해 피해의식이나 반감이 매우 강한 사회였습니다. 이런 미국에서 가톨릭 보수주의자들이 다수를 점하는 연방대법원이 출현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  그런데, 무엇이 복음주의와 보수적 가톨릭을 단결시켰나요?

정확히 표현한다면, 아직 단결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양쪽의 보수주의 진영에서 단결 또는 동맹을 추진해오고 있고, 이것이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복음주의자인 부시대통령 진영이 존 로버츠와 새뮤얼 얼리토라는 가톨릭 보수주의자들을 종신직 연방대법관 자리에 앉히려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양쪽 진영을 단결시키도록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민주당과 공화당간 싸움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낙태’ 문제입니다. 바로 이 낙태문제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개신교인 복음주의가 원래부터 낙태에 반대해왔던 가톨릭에 접근했던 것입니다.

특히, 복음주의자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주창하던 “생명의 문화”(culture of life)에 강하게 끌리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몇 년전 복음주의 신자들에게 여론조사를 해 보니까, 복음주의 신자들은 복음주의 유명 목사들 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더 신뢰하고 존경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 생각에는, 가톨릭교도인 라티노들의 숫자가 미국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공화당과 보수주의자들이 이들 라티노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래도, 보수주의 대법관 모두가 가톨릭인 것은 이상하군요. 예컨대, 부시 대통령이 한 명 정도는 복음주의자를 지명할 수도 있었쟎아요?

사실, 얼마 전에 자진 사퇴한 해리언 마이어스가 바로 복음주의 계열 인사였지만, 복음주의 핵심그룹에 그렇게 가깝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보수주의 그룹에서 그녀의 보수주의를 의심했던 것이고, 결국 대법관후보 사퇴로 이어졌었습니다.

그런데, “뉴 리퍼블릭”에 따르면, 재미있는 사회경제적 분석을 하는데요, 원래 미국의 가톨릭교도들이 법조계와 가깝다고 합니다. 20세기 초에 이제 어느 정도 숨을 쉬게 된 가톨릭교도들은 미국에서 출세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법률갗라는 직업을 택했는데요, 하지만 당시에는 명문대학 법대로는 진학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법조계 진출이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가 나중에 가톨릭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어지면서 이들이 명문대 법대로 진학했고, 나중에 이들이 미국 법조계에서 보수주의를 대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복음주의 계열은 원래 법조계와 친하지도 않았지만, 이들이 미국 명문대학에 진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명문 법대를 나와 주류에 들어갈 수 있는 법조인 중에 복음주의 신자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인재풀이 좁다보니 여기서 대법관 후보를 뽑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  그런데, 이런 복음주의와 보수 가톨릭의 연대를 뒤에서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부시의 정치참모 칼 로브라는 이야기가 있군요.

▲Richard Neuhaus 신부가 창간 편집하고 있는 잡지 'First Things'의 웹사이트. 미국의 복음주의-보수 가톨릭 연대를 주도하고 있다.

네, 가톨릭쪽에서 이러한 복음주의-보수 가톨릭 연대를 추진하는 월간지가 있는데요, 바로 리차드 노이하우스(Richard Neuhaus) 신부가 창간하고 현재 편집하고 있는 “First Things"입니다. "뉴욕리뷰옵북스”(New York Review of Books)에 따르면, 노이하우스 신부는 바로 칼 로브와 절친한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그는 칼 로브의 소개로 부시 대통령과 가깝게 되었습니다.심지어 부시 대통령은 자신에게 종교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복음주의 목사가 아닌 가톨릭 신부인 노이하우스를 꼽을 정도입니다.

이 노이하우스가 1994년에 보수주의 복음주의자로 유명한 척 콜슨(Chuck Colson) 등과 함께 일종의 운동강령인 “Evangelicals and Catholics Together" 우리말로 하면 ”복음주의자, 가톨릭교도 다함께“인데요, 보통 줄여서 머릿글자만 따서 EC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문건이었습니다.

이 운동에는 ‘4인방’이 있는데요, 그 중 한명인 조젭 페시오(Joseph Fessio)는 신학박사 논문을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라칭어 교수 밑에서 썼습니다. 바로 현 교황 베네딕또 16세입니다. “뉴욕리뷰옵북스”에 따르면, 바로 페시오(Fessio)가 교황과 부시 대통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종교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이 사람들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는데요,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지난 대선 당시 가톨릭 교도인 존 케리 후보에 대해 일부 가톨릭 주교들이 ‘낙태를 지지한다’ 이유를 들어 성사(聖事)를 거부하려했던 것입니다.

▲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공동체를 중시하고 매우 진보적인 흐름도 있지 않나요? 이런 연대 움직임이 가톨릭 내부에 분열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뉴 리퍼블릭”은 이러한 복음주의-가톨릭 연대 움직임이 가톨릭 내부에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가톨릭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려면 신자유주의적인 '작은정부론'을 받아들이도록 해야하는데, 가톨릭은 본래 정부,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거든요.

현재, 4인방 중의 하나인 마이클 노박과 노이하우스 신부 같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적인, 자유방임적인 가톨릭 철학을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뉴 리퍼블릭”은 그러한 노력이 가톨릭의 철학적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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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님은 국제문제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입니다. 이 글은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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