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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히 두흐로, <하느님의 정치경제와 민중운동>, 강원돈 옮김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0) | ||
이러한 질문 앞에 또 다른 질문을 낳게 되는데 이 시대에 저질러지는 악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제3세계 나라들에서 1990년대까지 싸워야했던 적은 제왕적 독재자였다. 그 민주주의 체제를 쟁취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국가를 초월하는 ‘천박하기 이를 때 없는 자본주의’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가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1]
이렇게 자본주의가 수많은 사람들을 가난이라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현상에 대해 ‘로핑크’(Norbert Lohfink)라는 독일의 구약학자는 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길지만 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세상에 이토록 만연된 가난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도전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는 가난한 자들의 영속적인 존재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최소한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가? 즉, 가난한 사람들이 없는 사회로서의 그리스도인들의 존재가 가난이 궁극적으로 세상에서 제거될 표지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최소한 몇몇 사람들이 있는가? … 성서학자들이 최소한 이 상황에 대해 부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모든 연구를 통해서도 우리는 왜 아직 부와 가난의 문제에 대한 성서의 진정한 메시지를 명확히 해독해내지 못하고 있는가?”[2]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쓰인 작은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울리히 두흐로’(Ulrich Duchorw) 교수가 저술한<하느님의 정치경제와 민중운동>[3]이다. 두흐로는 “성서의 전통들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핵심은 … 인간을 빈곤하게 만들고 억압하는 정치적․사회․경제적 구조들에 대항하였다는 것과 관계가 있다”[4]고 쓰고 있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수탈하는 모든 체제[5]들 속에서 당신의 백성들을 구원하시고, “대안 사회를 구축하고자 하셨다”[6]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성서가 증언하는 ‘하나님의 정치경제’라고 주장한다.
두흐로 교수는 세계 시장 경제 질서를 매개로 해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개발도상국 혹은 저개발국가들을 수탈하고 지배하는 “부유화와 빈곤화의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착취-지배의 구조를 극복하는 길은 “새로운 행동가능성들을 찾는 1세계 시민들과 3세계 민중 사이의 연대적인 네트워크 형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두흐로 교수는 새로운 대안 사회의 모델 기준을 “사람들이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민주주적 기준), “기본 욕구의 지향”(사회적 기준), “미래 세대를 위한 생태학적 책임”(생태학적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기준의 밑바탕에는 “정의롭고 참여적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에큐메니칼 사회정책 원칙이 놓여있다. 두흐로 교수는 이러한 대안적 사회를 추구하고 기존 체제에 대한 대항 권력을 세우는 일과 관련하여 교회가 추진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행동 가능성들과 지침들을 제시한다. 이점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리라 생각한다.
| [1]
이러한 시대 구분은 필자의 임의적인 것이나 아주 자의적인 것은 아니다. 여러 책들을 참조한 결과 필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2] N. Lohfink, Poverty in the Laws of the ANE and of the Bible, Theological Studies 52 (1991), p. 34. [3] U. Duchrow,『하느님의 정치경제와 민중운동』, 강원돈 옮김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0) [4] 위의 책, p. 14. [5] 두흐로 교수는 이러한 모든 체제들을 이집트 제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유다 왕들까지도 포함해서 정의한다. [6] 앞의 책, p. 13. |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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