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고속경제성장이 계속됨에 따라, 기층민중의 저항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죠?

네, 예전에 동아시아 경제성장에 대해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가 길어진다”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는데, 현재 중국이 그런 상태입니다. 중국은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매년 9% 이상 고속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사회안전망이 부실해지면서 기층민중들의 저항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의 자료에 따르면, 한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가를 보여주는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가 중국의 경우 0.45로 세계에서 최악의 수치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숫자가 0.4를 넘는 경우에는 사회적 격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경험적 연구가 보여준다고 합니다. 따라서 경험적 연구에 비추어 보면, 현재 중국의 상태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인거죠.

또, 뉴스위크에 따르면, 중국의 최상위 20%가 중국 전체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최하위 20%가 단지 4.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문제는 여기에다 과거 사회주의 시절에 제공되던 질은 낮지만 값은 싼 의료보장과 같은 사회안전망이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는 겁니다. 의료서비스도 못 받고 퇴직후 연금을 받을 희망도 없는 경우, 많은 서민들은 절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중국에서 민중들의 시위가 잦아지고 있다는데요, 어느 정도인가요?

중국 공안당국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중국에서 발생한 시위의 수가 2003년에 58,000건이었던 것이 2004년에는 74,000건으로 뛰었습니다. 1년동안 28%가 증가했습니다.최근에는 중국의 민주화운동 세력이 지방의 시위대와 연대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공안총책인 조우용강(Zhou Yongkang)은 민주화 운동세력이 이들 시위대와 연대하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지역공안당국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최근에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시위가 하나 있는데요, 광둥성의 ‘타이시’(Taishi)라는 마을입니다. 중국은 지역의 최하위 단위인 마을은 직선으로 촌장을 뽑도록 했는데요, 이 마을 주민들이 자체 투표를 통해 현 촌장을 경질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 촌장이 상급기관의 관리들과 지역 깡패들을 동원해서 주민들의 경질 요구를 막았는데요, 이에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여기에 베이징 등에서 온 민주화 운동가들이 가담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얼마 전에는 톈진에서 온 카메라맨이 유럽의 어느 방송국의 의뢰로 이 지역주민들의 시위장면을 찍으려다 사복을 입은 괴한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그런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중국 당국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지역은 ‘동북 3성’ 즉 만주지역이라죠?

네, 우리가 보통 중국에서 만일 민중봉기가 발생한다면 내륙지방일 것이고, 따라서 중국당국은 위구르 자치구가 있는 신장지역과 같은 곳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중국 당국의 가장 큰 우려지역은 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이 있는 만주지역이라고 합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러한 사실은 중국의 고위관리들이 직접 이야기 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만주지역은 과거 일제시절에 일본 자본이 많이 투입되어 있어서 중국에서는 중공업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었습니다. 그 만큼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이었구요.그러던 것이 70년 후반 이후 경제개방을 하면서 해외자본의 대부분이 광둥이나 상해 같은 남동해안 지역에 집중되면서, 한때 중국의 공업을 주도하던 만주지역이 쇠락의 길에 접어 들게 되었습니다.

또, 문제는 이 지역이 대규모 공장을 주로 갖고 있다보니 노동자들의 연대가 강하고 그 만큼 강력한 노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남쪽의 내륙지방은 주로 농업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경제의 변화에 둔감한데요, 이 만주지역의 공장들은 경제적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또 대규모 공장이다보니 전통적으로 노동이 잘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저항이 거셀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 국영기업의 10%가 있는 만주지역은 1978년에 전체 총생산의 16.5%를 담당했던 것이 2002년에는 8.6%로 절반으로 떨어져버렸습니다.만주지역은 전통적으로도 중국 중원지역과 지역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1911년 이후에는 일본의 세력권에 편입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당국이 만주에 대해 특히 걱정하는 것은, 북한 경제가 안 좋다보니 탈북자들이 만주로 많이 유입된다는 점인데요, 이런 탈북자들 때문에 안그래도 좋지 않은 만주지역의 고용사정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2003년초에 중국당국이 북중국경 지역 경비를 군에게 맡긴 것은 바로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중국이 최근들어 만주지역 경제개발을 강조하고 있고, 또 동북공정이 보여주듯이 만주가 전통적으로 중화권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 역시 중국 당국이 얼마나 만주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지리적으로도 만주지역은 중국의 중원지역에서 산해관이라는 좁은 지협을 통해 연결되어 있을 뿐이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만주지역을 좀 더 남쪽 지역과 연계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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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님은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며, 이 글은 방송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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