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넷째주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촛불을 하나씩 켜면서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 주간 동안 “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인가?”라는 물음과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고 하는 예수님의 성육신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별칭 중에서 마태복음을 중심으로 “임마누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임마누엘은 히브리어인데,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교리에 의한 왜곡 보다는 기독교라는 종교와 교회의 역사 속에서 현실의 삶, 특히 정치적 문제에서 심하게 왜곡되었습니다.

동정녀 탄생설은 진정한 평화 가져다 줄 이가 로마 황제가 아닌 예수임을 역설

성서와 교회의 역사 사이에서 성서의 의미가 잘못 적용된 사례들이 많이 있는데, 그 유형을 보면 어떤 성서의 내용이 교리화 되어 왜곡된 경우와 성서의 의미 자체가 현실에서 왜곡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23절에 “처녀(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하는 구절에서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 교리가 나왔습니다. 더 나아가서 중세 교부들의 성과 여성에 대한 혐오와 원죄교리와 맞물려서 마리아는 평생동안 처녀로 있었다는 ‘동정녀 마리아’ 교리와 성모 마리아의 ‘무흠’이나 ‘승천’(8/15) 교리와도 연결됩니다.

물론 마리아에 대한 숭배가 역사 속에서 불교의 보살 신앙처럼 여신으로서 각 지역에서 토착화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겠습니다.

마리아의 동정녀 탄생은 그것이 교리화 되면서 파생되는 또 다른 교리 때문에 왜곡된 경우입니다. 그러한 왜곡 때문에 현대 신학자들 중에서, 특히 개신교에서는 동정녀 탄생을 부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성서에서는 분명히 마리아가 처녀(동정녀)일 때에 거룩한 영에 의해서 예수님을 잉태를 하였고, 출산을 하였다고 말합니다.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마태는 이 속담을 긍정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처녀인 마리아가 애를 배었는데, 마태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합니다. 이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위대한 사람의 치부까지도 보도하고 있는 것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그러면 마태와 누가가 굳이 마리아의 처녀 임신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에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구원자로서의 로마 황제는 다른 영웅 탄생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신적인 능력에 의해 처녀에게서 태어났다고 합니다(플라톤, 알렉산더, 시이저, 아우구스티누스 등). 그러나 마태나 루가는 예수님이 처녀에게서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정복과 지배에 의해서 평화를 만드는 로마 황제를 대신하여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사람은 바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임마누엘, 현실 역사 속에서 정치적으로 왜곡된 대표적 사례 

성서의 의미 중에서 현실적용의 왜곡을 대표하는 것이 “임마누엘”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이 말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옵니까? 구약이나 신약의 원래 의미와는 무관하게 이 말은 현실 역사 속에서 ‘하느님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로 변했습니다.

종교로 말하자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서 하느님을 유일신으로 받들면서 자기 종교의 신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유대교에서는 자기 민족을 선택하고 지지해 주시는 야훼 하느님을, 기독교에서는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아들을 보내셔서 사람들을 구원해 주신 성부 하느님을, 이슬람교에서는 참된 실재이며 모든 삶과 사회의 유일한 구심점이 되는 알라 하느님을 믿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같은 하느님이라고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서로 다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자기들의 역사적 정황 속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무함마드는 깨달음을 얻는 때(610년)에는 단순한 유일신(산산이 갈라져 갈등하고 있는 부족과 민족을 통합할 수 있는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습니다. 당시 무함마드는 알라의 정체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그 후 메카에서 메디나(야트리브)로 이주한(622년) 후에 그 곳에 있는 우호적인 유대인들을 통해서 아브라함과 이스마엘의 하느님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구약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무함마드의 계시로 이루어진 꾸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특히 “콘스탄틴의 개종”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이러한 사례가 됩니다. 콘스탄틴은 밀비안 다리 전투와 그 후의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복되지 않는 태양과 기독교의 하느님을 자신의 권력 안에서 융화시켰습니다. 콘스탄틴은 막센티우스와 전쟁을 수행하기 전에 신들의 후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미 모든 신들 위에 뛰어난 태양신 아폴로의 후광을 입고 있었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신의 후원을 바꾼다”는 용어는 종교적 위기에 의한 개종이 아니라 정치적 위기의 종교적 차원을 표현하는 것이며, 콘스탄틴의 소위 ‘개종’은 “신의 후원의 교체 혹은 첨갚입니다. 콘스탄틴에 의하여 기독교의 하느님은 그의 정치적 지배권력의 극대화를 위하여 들러리를 선 것입니다. 실제로 콘스탄틴은 그의 일생 동안 태양신의 사제로서 충실했고, 그의 치세를 태양 황제기라고 불릴 정도로 무적의 태양신 제의가 극에 달했습니다.

<<태양신과 그리스도인의 하느님과의 제휴는 그가 312년 막센티우스를 이겼던 전쟁에서 사용한 십자기의 모형에 잘 나타난다. 락탄티우스와 유세비우스의 묘사에 의하면, 콘스탄틴은 밀비안 다리 전투에서 마지막 공격을 하기 전날 밤에 꿈을 꾸면서 환상을 보았다고 한다. 콘스탄틴은 꿈 속에서 하늘의 표지를 군사들의 방패에 새겨 놓은 후에 전투에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방패에 X문자를 쓰고 수직으로 선을 긋고 그 꼭대기에 둥글게 반원을 그려 그리스도의 암호문을 표시한 후 전투에 들어갔다. 그러나 콘스탄틴의 종교에서 그리스도는 아무런 종교적 역할도 하지 않았다. 유세비우스에 의하면 콘스탄틴은 이러한 모양을 본떠서 소위 “십자기”라는 것을 만들어 모든 적대 세력에 대한 보호장치로서 이 구원의 표지를 항상 사용하였으며, 그 기를 군대의 선두에 들고 나가도록 했다. 십자기의 문양 모양을 더 정확하게 말하면 꼭대기에 화관이 달린 십자가이다. 이것은 켈트교회가 태양의 원을 십자가 위에 통합한 십자가를 사용한 것과 같다. 그것은 기독교가 태양종교를 대치했다는 것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聖子의 종교가 태양종교의 기대를 모아들여 성취했다는 것을 표명하였다. 즉, 콘스탄틴이 환상을 보고 정복할 때 쓴 표지는 태양의 아들인 자신과 그리스도인의 하느님과의 동맹을 상징하는 절충적인 것이다.>>

최근에 미국의 부시가 이라크를 침략한 것도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서라고 선전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을 전쟁에 끌어들였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인들이 정치집회를 열면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김정일을 처단하고, 4대 개혁법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거나 자기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하느님을 자기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그들의 행동은 이 말씀을 “우리가 하느님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들의 행동은 주술사가 주문으로 귀신을 부리듯이 하느님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의 극치인 것입니다.

그들의 행위는 “하느님이 우리(강조)와 함께 계시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강조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말이 됩니다. 교회생활에 있어서 잘못된 영성훈련이나 기도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성서의 임마누엘은 고통받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이름

임마누엘(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의 성서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먼저 이사야의 예언에 나오는 말씀을 살펴보겠습니다. 임마누엘은 이사야 7:14과 8:8에 나옵니다. 당시의 상황은 앗시리아 제국의 티글랏빌레셀 3세가 팽창정책을 펴고 있었으며, 북왕국의 베가와 시리아의 왕 르신이 일명 “시리아-에브라임”(다메섹-이스라엘) 동맹을 맺어서 앗시리아에 저항했는데, 이 동맹에 가담하지 않는 남왕국 유다를 공격하였습니다(BCE 733년). 이 때의 상황이 열왕기하 15-16장과 이사야 7-8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때 유다의 왕은 아하스였는데, 아하스는 그 당시에 앗시리아와 시리아-에브라임 동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에 예언자 이사야가 그에게 와서 “너희가 믿음 안에 굳게 서지 못한다면, 너희는 절대로 굳게 서지 못한다. …… 너는 하느님께 징조를 구하여라.”하고 말합니다. 아하스는 그 징조를 거부하였고, 이사야는 아하스를 향하여 예언하는 장면에 임마누엘이 나옵니다(이사야 7:13-17).

“야훼께서는 친히 다윗 왕실에 한 징조를 주실 것이다. 보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며, 그가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할 것이다. 그 아이가 잘못된 것을 거절하고 옳은 것을 선택할 나이가 되기 전에 임금이 미워하는 저 두 왕의 땅이 황무지가 될 것이다. …… 에브라임과 유다가 갈라진 때로부터 이제까지, 이 백성이 겪어 본 적이 없는 재난을, 야웨께서는 임금과 임금의 백성과 임금의 집안에 내리실 것이다. 야훼께서 앗시리아의 왕을 끌어들일 것이다.”<이사야 7:13-17>

그러나 이사야는 앗시리아의 왕이 침략할지라도 “임마누엘!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 하느님께서 날개를 펴셔서 이 땅을 보호하신다.”(8:8)라는 희망을 줍니다. 이사야 7-8장에는 임마누엘 외에도 이사야의 아들의 이름으로 예언의 증거로 삼는다. 스알야숩(남은 자가 돌아올 것이다; 7:3)과 마헬살랄하스바스(노략이 속히 올 것이다; 8:3)가 그것이다. 즉 임마누엘과 스알야숩, 마헬살랄하스바스는 사람의 이름으로 야훼 하느님의 뜻을 증거로 삼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 이름이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할 때에 주의 천사(누가는 가브리엘이라고 한다)가 요셉에게 한 말에서 예수님의 별칭으로 나옵니다. 세상의 죄에서 자기 백성을 구원할 예수의 다른 이름이 임마누엘(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입니다.

여기에서 강조점은 하느님에 있습니다. “하느님(강조)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예수님이 세상에 태어남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셨다는 말입니다. 세상에서 죄악의 세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씀입니다. 그 희망의 구체적인 모습은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서 우리에게 드러났습니다.

임마누엘 말하는 사람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숨죽인 사람들의 희망, 임마누엘 

우리는 예수님의 오심을 계기로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임마누엘을 통하여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는 하느님을 나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편협한 신으로 만들지는 않았는가? (내가 그렇게 한다고 그렇게 될 분도 아니지만) 나의 이익을 위해 하느님께 맹세하거나 나의 논리적 근거의 확실성을 위해 하느님을 부르거나 내 마음의 가식적인 평정을 위해 하느님을 앞세우지는 않았는가?

다른 하나는 임마누엘의 하느님이 세상의 죄로 인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 구원을 진정으로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쁨의 소식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 가지 원인으로 힘들고 아픈 이들에게 구원의 하느님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임마누엘!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강조점이 하느님에 있느냐 우리에 있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 정반대의 의미가 됩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숨죽이며
진정한 구원을 갈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오심이 희망의 소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57년 동안 국가권력에 의해 국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국민들의 생명을 빼앗고 인권을 유린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파하는 성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 와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임금을 빼앗기는 이들이 떳떳한 노동자로 정당하게 일할 수 있는 소식이 들리는 성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땅을 소중히 가꾸며 섬겨온 농민들이 절망 속에서 울분을 토하는 일이 없이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성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기쁜 소식, 즉 복음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넘치기를 바랍니다.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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