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믿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성서가 말하는 인권 개념이야말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지키는 가장 훌륭한 무기임을 명심해야 하며, 역사가 지속되는 한 어떤 형식으로든 인권 침해는 계속될 것이고 인권 수호의 첨병인 교회의 방패막이 역할 또한 꾸준 요구될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성서학자들을 초청해 “성서에 나타난 인권”에 대해 심포지엄을 11월 24일(목) 오후 2시부터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4층에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하였다.

오른쪽으로부터 이날 사회를 맡은 유경동 교수, 발제를 맡은 강성열, 김명수, 최영실 교수.

인권 학술 심포지엄은 유경동 목사(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 감신대 교수)의 사회로, 강성열 교수(호남신대)가 “모세오경과 인권”, 김명수 교수(경성대)가 “복음서와 인권”, 마지막으로 최영실 교수(성공회대)가 “바울서신에 나타난 인권”으로 각각 발제를 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강성열 교수는 '구약 오경에 나타난 사람의 권리'라는 강연에서 “인권에 대한 구약성서의 접근은 인간이 어디서 왔느냐 하는 데서 출발”하며, “이것을 잘 반영하는 것이 창세기 나타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라는 개념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는 신분이나 계급에 의한 차별, 또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조금도 없었”으며, “오늘날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억압과 착취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권은 사회나 국가가 마음대로 폐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권을 짓밟는 모든 악의 세력에 대해 교회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그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서가 노동과 쉼을 동시에 말하는 것에 비해 “이주 노동자들은 일하는 기계로 취급되며, 쉼이 없기 때문에 성서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김명수 교수는 “역사적 예수의 삶과 말씀들이 초대 교회와 서구 교회에 의해 희석되어 왔다”고 전제하고, “복음서 행간에 남아 있는 예수가 벌인 하나님 나라 운동을 인권회복 운동의 지평으로 읽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평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을 읽는다면 “하나님 나라 도래 선포, 무상 치유, 밥상공동체 실천”의 세 가지 차원을 지닌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은 근본적으로 기존사회의 체제나 가치를 부정하는 혁명적인 성향을 지녔다”면서, “그것은 개인적인 악에 대해서가 아니라, 사회 제도적인 구조 악에 대응된다”고 주장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교는 극빈자들을 하나님 나라의 첫 수혜자로 선포하는데 그치지 않았고, 귀신을 추방하고 병자를 무상으로 치유하는 사건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현존함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더욱이 그러한 무상 치료뿐만 아니라, “그 시대 사회에서 소외된 세리나 죄인들과 더불어 한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였으며, 이는 “밥상공동체를 통해 사회적 평등과 일치를 추구하였다”고 했다. 이러한 예수의 열리 밥상공동체 운동은 “그 시대의 양극화된 노예제 사회의 문화전통이나 가치관에서 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과격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정체성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즉 교회의 정체성은 어떤 형태로든지 역사적 예수와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그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인권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최영실 교수는 “얼마 전, 사형제 폐지 반대를 외쳤던 한기총이 왜 ‘북한 인권’ 운운하면서, ‘북한인권법’ 상정을 위한 시위에 앞장서고 있는지에 의문”을 표했다. 또한 “미국 내 흑인들과 유색인을 차별하며 자본과 힘으로 전 세계를 자신들의 지배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미국의 인권법 저촉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행태는 아이러니이고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성서에 나타난 인권의 문제를 바울을 중심으로 찾아보고, “바울이 선포한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의의 사건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 누구도 약자의 인권을 약탈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최 교수는 네 가지 실천 방안을 제안했는데, ▲ 성서를 통해 참된 인권이 무엇이며, 예수와 바울이 어떻게 약자들의 인권을 세웠는지를 올바로 전하고 가르칠 것, ▲ 누가복음에 나오는 “과부와 불의한 재판관의 이야기‘(눅18:1~8)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불의한 강자들을 괴롭히며, 그들로 하여금 정의를 수립하도록 촉구할 것, ▲ 궁극적으로 정의와 평화의 요구를 거부하고, 약자를 억압하는 강대국과 강자들에게 임하는 하나님의 심판의 역사를 믿을 것, ▲ 이러한 믿음 위에서, 오늘의 현실에서 강대국과 강자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강대국과 강자들의 인권유린과 억압을 폭로하고, 그들이 만든 거짓 교설과 법의 부당성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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