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자 모든 학교가 새 학기를 시작하였다. 초등 6학년생은 중학생이 되고 중3년생은 고등학생이 되고, 고3생은 대학생이 되었다. 이 땅 우리 아이들의 꿈이 무럭무럭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때 이 모두 우리 사회의 희망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어린 꿈들이 건전하게 자라기를 진심으로 비는 마음 간절하다.
 
새 정부에 새 학기. 남다른 해이다. 흔히 3월은 희망의 달이라 한다. 얼음이 녹고, 자연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뭇 생명들이 꿈틀대는 눈부신 계절이다. 이 희망의 달에 희망보다는 실망을 주는 일들이 줄 이어 보도된다.

과거는 묻지 않는다. 일만 잘하면 된다?

새로 기용된 장관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부정과 투기, 논문 표절로 얼룩져 있다. 특히 인수위원장이던 분은 광주 학살을 저지른 쿠데타 정권의 국보위에 참여했던 경력에다 오린지 소동으로 국민을 영어 공포증에 빠지게 했던 인물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고 축배의 잔을 들었던 그 잔은 누구를 위한 축배였던가.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더 가관이다. 과거를 묻지 않는다. 일만 잘하면 된다고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걱정된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모습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

아이들은 책가방에 들어 있는 교과서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오히려 책가방 속에 들어 있는 교과서 지식은 공부할 대상의 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다. 더 큰 교과서는 우리 사회 전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중에도 우리 사회 지도급 어른들이다. 가정에서  교과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이다.

사회에서 가장 큰 교과서는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치 고위급들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귀감과 사표가 사라져버렸다. 정당들의 주도권 싸움이나 패거리 정치를 보면 아이들 앞에 부끄럽기만 하다.

역사는 호수의 물과 같다. 호수 물이 썩으면 그 속에 자라는 고기도 함께 병든다. 우리 사회 어른들은 호수 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 어른들이 다 썩어 버렸으니 그 속에서 자라나야 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건전할 수 있겠는가.

새 정부 각료들, 병든 역사의 상징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되어 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따로 따로 존재할 수 없다. 현재 속에 과거가 있고, 현재 속에 미래가 숨 쉬고 있는 것이다. 흔히 부당한 권력일수록 과거를 감추려 한다.

전후 독일은 시대를 초월하여 나치당원을 철저히 색출하였다. 그래야 사회 기강이 확립된다. 우리는 그와는 반대로 갔다. 친일파도 묻지 않았다. 군사 독재에 충성을 해도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조·중·동이 판을 치는 것을 보라. 그러니 역사의 물은 탁류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새 정부 각료들 모습을 보면 병든 역사의 상징처럼 보이지 않은가.  

역사정화 운동이 절실한 때다. 역사정화 운동 없이 우리 사회는 투명 사회로 갈 수 없다. 아니, 일류 국가로 갈 수 없다. 청와대가 앞장서고, 국회가 나서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역사 정화, 사회 정화 바람이 불어 올 때 새 봄이요, 새 정부이다.

그렇지 않고, 썩은 인물들이 이끄는 나라를 그대로 두고는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없다. 우리 사회 전체가 우리 아이들의 큰 교과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교과서가 지금 썩고 있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김귀식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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