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유럽연합(EU)은 ‘CIA 비밀수용소를 유치한 나라’에 대해서는 중징계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지난 11월 28일 유럽연합의 프랑코 프라띠니(Franco Frattini) 법무당당 집행위원은 CIA 비밀수용소 운영사실이 확인된 회원국에 대해서 유럽연합 각료회의 등에서 투표권이 정지시키는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유럽의회의 국제관계위원장인 엘마르 브로크는 2007년에 유럽연합 회원국이 될 예정인 루마니아도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비밀수용소 운영사실이 밝혀지면 이미 조인한 유럽연합 가입조약도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범정부기구인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도 검사 출신인 딕 마르티 스위스 상원의원을 조사관으로 임명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는 비밀수용소 운영 여부, 수감자들의 이동을 위한 CIA항공기 운영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협조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9/11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과 관련해 관계가 악화되었던 미국과 유럽연합은 최근들어 친미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메르켈 신임 독일 총리의 취임과 함께 재봉합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비밀수용소 파문때문에 양자간의 관계는 당분간 경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터내셔날 헤럴드 트리뷴(IHT)가 전망했습니다.

Q. 구체적으로, 미 CIA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나요?

사실, 미국 CIA가 비밀수용소를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은 있었지만, 이 문제제기가 본격화된 것은 11월 2일자 워싱턴 포스트 보도부터입니다. 이 보도가 있고 나서, 미국의 인권감시기구인 Human Rights Watch가 이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익명의 전직 CIA관계자들을 인터뷰한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9/11 이후 미국은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한 후에 이들을 태국,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몇개의 동유럽 국가들, 그리고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 분산 배치한 후, 고문을 동원해 취조하고 있다고 합니다.이 보도가 나온 후, CIA 비밀수용소 운영에 협조한 동유럽 국가로 폴란드와 루마니아가 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두 나라는 비밀수용소를 운영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현재 거명되고 있는 다른 나라들로는 이집트, 사우디, 요르단, 모로코가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총 100명 정도 되는 테러용의자들은 1급인 경우 30여명은, CIA가 직접 관리하는 태국과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취조했고, 나머지 70명 정도는 다른 나라들이 운영하는 수용소에 위탁시켜 관리했다고 합니다. 물론, CIA에서 이에 대해 재정지원을 했구요.이 수용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문들은, 얼굴에 얇은 천을 덮고 거기에 물을 붇는 일종의 물고문, 그리고 40시간 이상 서서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 등이라고 익명의 제보자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원래 이들 테러용의자들은 9/11 이전부터 CIA가 그 리스트를 관리해왔다고 하는데요, 9/11이 터지자 CIA는 원래 이들을 암살하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CIA가 이 많은 사람들을 문제없이 제대로 암살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고 또 이 사람들을 살려두면 테러조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 같아 살려두면서 고문해왔다고 합니다.

Q. 지금 유럽에서는 유럽국가들이 CIA 포로이송용 항공기의 중간기착을 도와주거나 묵인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죠?

네, 원래 다른 나라 관헌이 남의 나라에 들어와서 자신들이 찾는 용의자를 체포해서도 안 되고, 이 체포된 사람을 허가도 받지 않고 해외로 빼내서도 안됩니다. 또, 이러한 행위를 위해 허가도 없이 남의 나라 영공이나 공항을 이용해서도 안됩니다. 이것은 모두 불법행위입니다.

하지만, 미국 CIA는 이러한 행위 즉 영어로 '국외빼돌리기'rendition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러왔는데요, 최근에 영국, 아이슬란드, 스페인,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코소보 등 많은 유럽국가들에서 CIA의 허큘리스 항공기로 의심되는 문제의 항공기가 기착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어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만일 유럽의 정부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허가했거나 묵인했다면 법적, 도덕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Q. 지난번에 미 상원은 테러와의 전쟁 등과 관련된 구금자들도 제네바협정 등 국제법에 따라 정당한 대우를 해 줄것을 규정한 법안을 90 대 9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는데, CIA국장과 체니 부통령이 CIA에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로비하고 있다죠?

네, 현재까지 미 CIA는 앞에서 말한 비밀수용소 즉 이른바 “Black Sites"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결백한 CIA가 얼마전에 통과된 이른바 ‘맥케인 법안’ 그러니까 테러 등과 관련된 구금자들에게도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지 않는 등 제네바협정 등의 국제법적 규준에 맞는 정당한 대우를 해 주라는 법안에서 CIA의 비밀작전은 빼 달라고 로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로비에 딕 체니 부통령도 열심이라고 합니다.자신들은 비밀수용소도 없고 고문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왜 맥케인법안의 적용을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이상한 일입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비밀수용소 운용과 고문이 부시 대통령의 결재를 받은 사안이냐는 것인데요, 워싱턴 포스트가 인터뷰한 전직 CIA 관리들에 따르면, ‘아마도 그런 결재가 필요없을 것’이라고 합니다.원래 비밀작전은 대통령 결재사항인데요, 9/11사건이 터진후 미 CIA는 부시대통령으로부터 매우 포괄적이고 애매한 내용으로 한꺼번에 결재를 받아두었다고 합니다.

법령이나 훈련의 내용이 포괄적이라는 이야기는 거의 하급기관에게 백지수표를 준 것과 같은데요, 9/11 이후 부시가 바로 이런 백지수표를 CIA에게 줬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 이후의 중요한 비밀작전은 대통령의 결재없이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들 전직관리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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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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