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즈미 요시노리(63) <이라크 파병 중지 소송회> 대표 © 김보람

“헌법 9조는 일본이 2차 대전에서 주변국에 준 피해를 반성하고 사죄하며 만든 것인 만큼 일본 국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와 나아가 전 세계를 위한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일본 헌법 9조 실현과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국제정세 변화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케즈미 요시노리(63) ‘이라크 파병 중지 소송회’ 대표는 6일 종로5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교회가 일본 헌법 9조 실현과 힘의 논리에 지배되는 국제정세 변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 헌법9조는 2차 대전 승전국이 만든 것으로 흔히 ‘평화헌법’으로 불리며, 전력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미 점령군 명령에 따라 1950년 경찰예비대를 창설했고, 52년 보안대로 개편한 뒤 이를 바탕으로 54년 자위대를 발족했다.

제2장 전쟁의 포기
제9조
1)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 발동으로서의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 전 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및 그 외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이러한 헌법조항 때문에 자위대라는 이름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군사비 또한 미국에 이어 세계2위로 최신형 첨단 무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육상·해상·항공자위대가 모두 하사관과 장교로 구성되어 있어 병력은 25만여 명이지만 100만이상의 부대를 양산할 수 있는 체계이다.

일본은 미국의 이른바 국제연합평화유지군(PKO) 참여와 ‘대테러전쟁’을 동참 요구를 받아들여 91년 페르시아만, 92년 캄보디아 등을 시작으로 해외파병도 시작하였다.

일본 내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맞춰 ‘헌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며, 시민사회는 ‘평화헌법’을 수호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위대 파병, 위헌 판결”, 일본정부 ‘외면’

요시노리(63)씨는 자위대 파병 위헌판결을 이끈이로, 6일 낮 연동교회에서 열리는 <아시아 주일 예배>에 초청되어 방한 중이다.

‘이라크 파병 중지 소송회’는 2004년2월23일 “일본의 이라크 공군자위대 파병은 헌법위배”라며 아이치 현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각하 또는 기각 처리가 이어지자 같은 해 4월28일 나고야 고등재판소에 공소 끝에 지난 4월17일 헌법위반 사실을 확인하는 판결문을 받아내었다.

소송 내용은 “이라크 파병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겠다는 헌법내용에 위반하는 것을 확인, 파병을 저지할 것과 원고에 위자료 1만 엔을 지불 할 것” 등이다.

아케다 수상은 이 판결과 관련, “일본과 관계없는 일이고 판결문으로 인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 밝혔고, 고무라 외무대신은 “판결문이 나왔다는 말은 들었지만 바빠서 아직 읽지 못했다”며 판결자체를 무시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지금 전쟁 중” 여론환기, 정책변화 이끌어야 

요시노리 씨는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재판부가 내린 위헌 판결에 응하여 정책과 방침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소송회는 지난 2일 수상과 외무대신에게 ‘판결문을 존중하라’는 항의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판결문만으로 정부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후 일은 시민 몫으로 남게 되었다”며 “판결문을 바탕으로 여론을 환기하고 정책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정부와 국민에 ‘일본이 지금 전쟁 진행(참여) 중’임을 알리고 헌법 9조 실현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하며, 최종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여 정권을 교체하거나 정부 정책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시노리 씨는 “처음 제소할 때에 일본 국민반응은 회의적이었지만 결국 판결문을 이끌어냈듯 앞으로도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 승리를 향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할 것”이라 말했다.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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