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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자들의 대모, 1년 363일 일한다.안성 '개미인력개발' 강인순 이사의 인력사무실 이야기.
송상호 기자 | 승인 2008.05.19 00:00

   
새벽 5시부터 8시까지는 엄마 강인순 씨가 남자 일꾼들을 일터로 파견하고 나면 딸 양지연 씨가 8시부터 10시 까지 여성 일꾼들을 일터로 파견하는 일을 한다.

"저 사실 욕도 잘해요. 하하하하."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강인순(54)씨의 공식 직함은 이사. 하지만 막노동 일꾼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은 따로 있다. 인력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공식으로 "강 이사님"이라고 불리지만, 일꾼들은 그를 "누님"이라고 부른다. 그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단순히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일꾼들이 밖에 나가서 싸우거나 했을 때, 합의할 일이 생기면 경찰서로 쫓아가 중재를 하기도 하고 타향살이를 힘들어 하는 일꾼이 있으면 함께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또 벌금 때문에 고민하는 일꾼이 있으면 대신 해결해 주기도 하고, 숙소가 없는 일꾼들에겐 숙소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가끔은 일꾼들과 소주 한 잔 하며 인생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이런 '누님'이니, '야단'친다고 해서 안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게 바로, 하루 100명 이상의 남자 일꾼을 상대하는 강 이사만의 노하우다.

그는 원래 전업주부였다. 지난 2004년, 몇 개월만 일할 생각으로 인력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이 빛을 발하면서 '이사'로 승진하게 된 것. 그후 그는 '개미인력개발' 안성사무실을 이끌어가는 '안성막노동자의 대모'가 됐다.

그가 이만큼 올라오게 된 계기는 그가 말하는 '한 성질' 때문이었다고. 무엇이든지 하면 딱 부러지고 확실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하는 그의 성격 때문에 한 번 거래한 거래처는 꾸준히 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그 거래처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어준단다. 그 덕에 당일 인력 파견수가 100~120명이 되는 안성 최고 기록의 인력 사무실이 됐다.

소규모 도시인 안성에 40개 이상의 인력사무실이 있는 걸 감안하면 이는 적잖은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거래처를 넓히기 위해 따로 영업한 적도 없다. 일꾼들이 자발적으로 '인력 사무실'을 광고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시작하고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새벽 4시면 일어나서 5시 10분이면 문을 열죠. 8시까지 남자 일꾼들을 상대로 현장에 파견하는 업무를 하고나면 딸(양지연씨)이 8시에 출근해서 10시까지 여성 인력들을 현장에 파견하죠. 저녁이 되면 돌아오는 일꾼들을 맞아서 일당 챙기고 점검하느라 저녁시간이 훌쩍 가 버려요. 새벽 0시나 되어야 잠자리에 드니 늘 잠이 모자랄 밖에요. 설명절과 추석명절 빼고 1년 363일이 일하는 날이니 말 다했지요."

안성이 도농복합도시이니 일꾼들은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모내기와 과수원 현장에도 투입된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하루 사장(일꾼들이 하루 나와서 당일 일당을 받고 다음날 나오지 않아도 그만이기 때문)"이지만, 몇 해 동안 끈끈한 정으로 묶여온 일꾼들은 다른 인력사무실로 갔다가도 다시 돌아온단다. 다른데 가 봐도 이만한 데가 없더라고 하면서.

"저는 누구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거절 하지 않아요."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문구다. 이런 철학이 일꾼들에게 통했나보다. 이런 그녀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의 동지들인 막노동 일꾼들을 낮추어 보는 사회 편견에 대한 뼈아픈 한 마디다.

"저들이 없으면 건물도 못 올라가고, 저들이 있어야 사회도 돌아가는 것이 분명한 사실인데. 제발 저들을 무시하지 말고 존중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일꾼들 중에서도 대학 졸업자, 사업하다 온 사람, 좋은 직장 다니다 온 사람 등 고급 인력도 많은데. 그게 늘 아쉽단 말이죠."

본인은 노동자의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혀 생각지도 않겠지만, 그녀가 하는 일련의 삶이 바로 피부에 와 닿는 '노동인권운동'이 아닐까 싶다. 인력이 모자랄 경우 가끔 딸과 함께 현장에 일하러 나가기도 한다는 강 이사는 오늘 아침도 인력 사무실에서 막노동 일꾼들과 일터를 조율하고 파견하느라 시끌벅적한 한마당을 치러냈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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