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홍근수 목사가 미국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담임: 정원진 목사)에서 행한 설교문이다.]

내 백성을 위로하라

제가 은퇴한지도 여러 해가 됩니다만, 제가 은퇴하기 전에는  해 마다 크리스마스 계절 - 정확히 말하면 대림절 - 이 되면 헨델의 메시아를 감상하는 것을 거의 관례로 하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메시아에는 예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처음 부분이 나오는데 ‘모든 골짜기 메워지고’와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영창곡이 이어서 나옵니다. 테너 독창곡인데 저는 이 부분을 좋아합니다. 

물론 어떤 일이 어떤 사건이나 어떤 사람과 연결될 때 잊을 수 없는 것이 되기 일쑤입니다. 제 친구 가운데 성악을 잘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 노래를 곧잘 불러 음악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는 대학을 갈 때 경상대학을 택하여 저를 포함하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벌써 고인이 된 그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이태리를 갔고 음악도 경제도 아닌 문학을 전공했고 이태리의 명문대의 교수가 되었습니다만 그는 몇 년 전에 죽었다는 우연한 보도를 보고 알았습니다.

지금은 대림절을 맞아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자연히 이사야서의 말씀을 생각하고 이 말씀을 생각합니다. 그 이사야서에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위로하라’는 말은 사전적인 정의대로 하면 ‘위안이 되는 것’이나 혹은 ‘안락하게 하는 것’ 등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이사야서에서 ‘위로하다’(comfort)란 말은 본래 ‘위로하라’는 말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실은 ‘안스럽게 생각하고 동정을 느끼는 것’(to feel compassion and pity), ‘강건하게 하는 것,’ 또는 ‘강화하는 것’(strengthen)이란 라틴어에서 왔고 라틴어로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고국에 돌아가게 된 사람들을 향해 무엇을 외칠 것이냐고 묻습니다. ‘위로하라’고 외치라는 말이 대답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하여 오늘 저는 설교하려 합니다.

우리 민족은 위로를 받아 마땅합니다

먼저 ‘위로하라!’고 할 때 위로하라는 말은 우선 본래 이 말이 가지고 있는 말대로 ' 위안이 되는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근 70년이란 세월 동안 남의 종으로 복역을 했습니다. 70년 동안 남의 종으로 복역한 사람들은 위로를 받아야 할 만큼 그 마음과 정신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아마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따뜻한 위로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어떤 분이 이민을 왔거나 혹은 유학을 와서 정착했거나 여러 가지 동기로 조국을 떠나서 이곳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어려운 생활을 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그래서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그야말로 ‘눈물로 씨를 뿌린다’(시 126: 5)는 말과 같이 그야말로 이민생활에 고생을 많이 겪었던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인 생에서 위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민족적인 차원에서 말하려 합니다.

적어도 민족적인 차원에서 볼 때 우리 민족은 분단된 지 60년이 되었습니다. 아니 분단 된지 60년이 지나도록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위로를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유대민족은 우리 민족보다 근 10년간을 더 이국  땅에서 방황하고 헤메었습니다. 우리는 조국이 분단되었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아예 조국을 잃어버리고 바벨론으로 노예로 잡혀 갔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선 위로를 받아 마땅합니다. 그들은 함께 고난, 또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독일의 본회파가 2차 대전이 시작될 때 친구들의 권유로 미국을 잠간 와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친구들 같이 미국에 정착하라는 권유를 구체적으로 받았습니다만, 그는 그것을 거절하고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고통당하는 조국과 함께 고통을 당하지 않은 자는 조국의 재건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이유였습니다.

돌아온 예루살람에서 처음으로 한 일은 성전 재건 - 공동체 의식의 회복

다음으로 그들이 조국에 돌아가서 맨 먼저 한 것은 성전 재건이었습니다. 이 성전 재건 사업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 모든 문제들을 극복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격려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그들 민족이 노예생활을 하면서 전에 없던 신앙이 생겼습니다.

그들 민족은 객관적으로 말해서 주위의 강대국에  비하여 힘이 약해서 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적어도 이것이 정치-군사적으로 볼 때 바른 해석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야훼에게 대한 신앙이 없었기 때문에 망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들에게 또 새로운 공동체 의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살 집을 건축하기 전에 공동체의 중심인 성전을 먼저 세웠습니다. 이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성전을 재건하는 일은 보기 보다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들 가운데 단결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말씀에 비추어서 볼 때 우리는 공동체 의식을 먼저 회복하기 전에는 절대로 통일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통일을 많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남한을 보더라도 남남 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 동서의 갈등, 강남 지방과 강북 지방의 갈등 등으로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단결과 일치가 아주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요즘 우리 민족에게는 민족공동체의 회복, 남북의 공조와 민족대단결이 먼저 필요합니다. 우리는 남한과 미국과의 공조는 잘 되고 있으나 남북 민족공조를 잘 못합니다. 이 문제들을 치유하고 해결하기 전에는 어떤 통일노력도 무의미 하게 될 것입니다.

위로하다는 말은 회개를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로하다는 말은 회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중요합니다. 고국 귀환의 소식이 사막에서 선포되었다는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사막이란 말은 본래 길이 고르지 못하고 바르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울퉁불퉁한 곳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굴곡이 많습니다.

높은 곳은 메우고 낮은 곳은 높은 곳을 깎아 채워져야 하며 굽은 곳은 평탄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본래 이 말씀은 동양 사회에서 왕의 행차를 준비하는 준비로서 한 말이고 도로공사를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사회정의를 세우라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회개를 외쳤고 이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그에게 나와서 회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들이 회개할 때 구체적인 죄를 고백하고 죄의 용서의 표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옷 두벌 가진 사람은 옷을 안 가진 사람들과 나누고, 마찬가지로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먹을 것 없는 사람들과 나누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세리들과 군인들도 고백하고 죄의 용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정한 대로 거두고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속임수를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사회정의를 세우라는 말씀입니다. 이사야의 선포도 광야에서 들렸습니다. 이 양자 사이에 평행선이 있습니다. 

불펑등하게 한 점 등이 입법에 있거나, 행정에 있거나, 사법에 있거나 혹은 사회적 관례로 있으면 이를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란 가던 길을 되돌아가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동안 입법에 종사했거나, 행정에 책임이 있거나, 사법에 있거나 혹은 사회적 통념 또는 관례가 그러했다면 그것을 되돌이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고친다는 말입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참회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고국에 돌아가서 새로운 시작을 할 때 그들은 ‘죄’를 회개해야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자, 또는 현실에 만족하는 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들은 고국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아니 새 역사가 시작되는 고국에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 불평등을 회개해야 민중이 참 위로를 받습니다.

우선 친 이집트 파는 물론 친-바벨론 파는 회개해야 합니다. 민족을 팔아먹고 이집트 편, 또는 바빌론 편에 붙은 사람들은 철저하게 회개해야 합니다. 그들이 회개하기 전에는 비록 그들이 고국에 돌아갔다고 해도 새 출발, 새로운 생을 살 수 없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 같이 해방 후 새 질서에서도 친일파가 득세하고 친일파 후손들이 그들 조상들의 땅 찾기를 하나의 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부끄러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민족정기를 바로 세웠다면, 다시 말하여 사대주의를 척결하고 친일파를 정리했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 수 없기 입니다.

우리 헌법은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이 과연 그렇게 되어있습니까? 친일파 후손들이 조상의 땅을 찾기 위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법조계에서는 민족반역자인 친일파의 재산을 정당하다고 찾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법해석의 맞고 그름을 떠나서 상식의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 정부의 법통이 만약 상해 임시정부에 있다면 친일파는 민족반역자이고 항일은 애국행위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친일파의 후손에게 재산을 되돌려주는 행위는 친일이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애국행위 같이 여기고 항일에 죄가 되는 것처럼 되어 요즘 선량한 국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회개에는 개인적인 죄가 있고 집단적인 죄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것은 말하자면 집단적인 죄입니다. 우리가 새 역사는 시작하였지만, 친일파를 정리하지 못한 것은 말하자면 집단적인 의미에서 회개하지 못한 민족이란 뜻입니다.

위로하라는 말은 회개를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많은 경우 위로하라는 말을 현실에 안주하고 어떤 변화도 싫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일쑤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란 이름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합리화 해 왔고 그것이 문제입니다. 적어도 불평등의 문제는 성서적으로는 합리화할 수 없습니다.

위로받고 격려하고 회개하며 통일을 기다립시다

크리스마스의 흔한 풍습 가운데 하나는 교회보다도 먼저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 소식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본래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살린다고 자선사업을 해 왔습니다.

이맘 때가 되면 우리는 해마다 화려한 선물 카탈로그를 받는 것을 예사로운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어떨 때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어떤 서구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시민의 문화의 일부로 된 느낌이 있습니다. 관공서는 물론 가정집도 크리스마스 치장을 하는 것이 문화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공공장소에 크리스마스 나무를 세우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100억 원 자리 비행선을 하늘로 띄우는 것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높이가 230 피트, 넓이가 50 피트, 24시간 연료 공급 없이 날 수 있는 비행선을 보면서 이 천문학적인 돈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쓰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것이 모두 자유라는 이름으로 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도 우리가 교환하고 있는 선물이 아주 화려합니다. 물론 우리는 이 모든 것에서 크리스마스의 정신인 남과 나누는 일에 소흘함은 물론 막상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주신 하나님의 선물인 아기 예수 그리스도를 잊어버릴 때가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위로하라는 성서의 말은 한국말 본래대로 위로를 받는 의미가 있는 동시에 격려받아야 하고 회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고국에 돌아가게 된 이스라엘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고국을 잃고 방황하였기에 그들은 위로가 필요한 민족인 동시에 고국에 귀환하여 그들이 성전을 건축하는 어려운 일을 하였고 그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 격려를 받아야 하였으며 이 소식이 사막에 서 선포되었으므로 사막의 울퉁불퉁한 곳는 평탄하게 되어야 하고 굽은 길은 곧은 길 되어야 한다고 말한 점은 회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도 그러기 전에 통일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홍근수  keunsooho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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