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전 세계를 쇼핑몰이 점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뉴스위크에 실렸다죠? 어떤 내용인가요?

우리나라에는 대형 마트는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쇼핑몰은 잘 볼 수가 없는 것 같은데요, 전 세계적으로 이 대형 쇼핑몰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쇼핑몰이라고 하면, 중앙에 넓은 통로가 있어야 겠고 양쪽에 가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는 지붕으로 닫혀있어, 결국은 쇼핑거리가 실내에 들어온 모습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쇼핑몰의 크기가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사람들은 이렇게 큰 쇼핑몰을 ‘메가몰’이라고도 부르죠. 제가 미국에서 본 쇼핑몰 중에서 가장 큰 건 축구장 서너개 정도되는 것이었는데요, 이건 메가몰에 끼이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메가몰 중에 카나다에 있는 웨스트 에드몬턴 몰(West Edmonton Mall)은 2만대의 차량을 주차시킬 수 있는 정도의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고, 실내에 아이스링크와 미니골프코스를 설치해놨고, 그리고 카나다 해군보다 많은 네대의 잠수함을 전시해놓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컸었는데요, 작년에 중국 베이징에 1조 3천억원짜리 쇼핑몰이 개장을 해서 2위로 밀려났다고 합니다. 이 베이징에 있는 쇼핑몰은 점원이 2만명이 넘고, 건평은 미국 국방성 건물이 펜타곤의 2배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중동국가인 두바이에서 건설되고 있는 쇼핑몰에는 5개 슬로프를 가진 실내 스키장이 설치된다고 합니다.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뉴스위크의 표현대로 이제 세상은 “몰 월드”(Mall World), 쇼핑몰 세상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중동지방에서는 여성들이 공공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데, 이렇게 대형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식사를 하기가 불편하지 않을까요?

네, 중동지방에서는 여성들이 몸을 조금이라도 노출하지 않으려고 베일을 쓰고 있는데, 이런 베일을 쓰고도 남성들과 함께 쇼핑을 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우디 같은 근본주의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우디에서 개장된 ‘왕국 센타’라는 쇼핑몰에는 한 층 전체가 ‘여성의 왕국’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전용 쇼핑층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 층 전체가 베일을 쓰고 있어, 그 안에서 여성들은 베일을 벗을 수 있는 겁니다.뉴스위크는 이 왕국센타의 경우를 보면서 어쩌면 대형 쇼핑몰이 세상을 상업화하는 점도 있지만, 여성들을 좀 더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점도 있는 것 아니냐며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Q. 이렇게 대형 쇼핑몰이 커지다 보면, 쇼핑몰 건물 밖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게 되고 대부분이 이 안에서 생활하게 될 가능성이 있겠군요.

네, 서울 근교의 아파트촌에 가보면 인도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대형 마트들 안에 들어가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거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습니다.쇼핑몰에 비해 규모가 작은 마트들이 있어도 동네 분위기가 이렇게 되는데요, 말씀드린 규모의 대형 몰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생활의 대부분을 대형 몰 안에서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고, 친구도 만나구요.

Q. 그럼 쇼핑몰을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을 건물안에 넣어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별 차이가 없을것 같은데요.

그런데,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과 대형 쇼핑몰은 차이가 있습니다. 시장들에서 가게들은 몰라도 통로는 공적 공간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제가 상인들의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식으로 예컨대 저의 정치적 주장이 담긴 팜플렛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공적인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쇼핑몰 건물은 주인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사적 소유입니다. 그러니까, 예컨대 쇼핑몰의 경비아저씨가 나가달라고 하면 나가야 합니다. 나가지 않으면 무단침입죄에 해당됩니다. 미국에서는 무단침입에 대해 엄격하게 다룹니다.

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03년에 미국이 한창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반전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대형쇼핑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자기는 데모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런 티셔츠를 입고 들어가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하필이면 이 쇼핑몰의 주인과 경비가 부시대통령 지지자였고, 이라크침공을 찬성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운동장 몇개나 되는 거대한 쇼핑몰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당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입었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죠. 사실, 어떤 상점에 출입을 하라마라는 주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겁니다.이 티셔츠를 입은 남자는 황당해 하면서 마구 따졌나 봅니다. 그러자, 쇼핑몰 측에서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무단 주거침입죄로 이 남자를 수갑을 채우고 체포해 버렸습니다.

작은 상점은 몰라도 큰 쇼핑몰의 공간은 법적으로는 사적 소유일지 몰라도 이용자들의 느낌으로는 공적 공간이거든요. 시장 비슷하게 말이죠. 여기서 토론도 할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죠.원래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장을 아고라라고 했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여기에서 철학을 논하고 정치를 논했습니다. 당연히 시장, 즉 아고라는 매우 정치적인 공간, 매우 공적인 공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요. 정치적 팜플렛을 나눠주려고 해도 당연히 아고라로 와야 겠죠.

그런데, 이 아고라가 어떤 개인의 소유가 되어, 정치적으로 이념이 다르면 못 들어오게 하고, 이념이 같은 사람들만 들어와서 팜플렛을 나눠주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현재 캘리포니아 주는 대형 쇼핑몰과 같은 공간은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규정한 법률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앞으로 우리나라도 이 문제가 대두될 것 같은데, 미리미리 준비해서 티셔츠 하나 입었다고 체포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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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님은 국제문제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출연 중입니다. 이 글은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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