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사학법을 절대 반대한다.

최근 사학악법의 강행처리로 야기된 국가 비상시국에 즈음하여 한국교회 원로 및 중진들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한국기독교는 백이십년전 이 땅에 기독교복음과 함께 신교육의 장을 열어 수많은 사립학교를 건립하였으며 기독교 건학이념 구현을 통하여 민주국가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사학법이 개정되면서 기독교 사학의 건학이념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번과 같은 사태는 지난날 군사독재시대나 일제시대에도 없었던 일로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한국교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최선을 다해 사학법개정의 부당성을 역설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교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법개정을 강행한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깊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정부가 사학법 개정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어느 한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또 이번처럼 정부가 심각하게 불신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드믄 형편이다. 우선 이번 사학법개정은 헌법상 보장된 종교교육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다. 정부는 기독교사학의 경우 기독교인이 개방형이사가 되도록 시행령에 보장하겠다고 회유하고 있으나 이는 非종교계 사학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좌경화된 기독교인이나 명목상 기독교인도 많아 이러한 장치가 기독교 건학이념을 지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번 법개정으로 학교현장은 정치 투쟁장으로 바뀌고 학교법인과 학교장의 리더십은 무력화될 것이다. 또 도처에서 개방이사에 의한 임원간의 분쟁이 야기될 것이다. 더욱이 개방형이사가 전교조일 경우에는 분규가 더욱 커지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규는 관할청으로 하여금 계고기간 없이 이사승인을 취소시키는 빌미가 될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학법 개정으로 전교조가 학교지배권을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 일반교원은 학교운영에 무관심하거나 침묵하는 데 반해 이들은 집요하게 운영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이들은 재단을 퇴진시키고 임시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목표로 사학 장악을 준비 중이다. 이렇듯 전교조가 사학교육을 장악하고 나서면 교육현장은 이념교육장으로 바뀌고 그 결과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중대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학비리가 문제라면 그것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더욱이 사학법인들은 자율정화를 위해 사학 윤리위원회를 강화하고 스스로 사학제도 개혁을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사학이 자율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개정이 사학인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고 있어 기독교사학을 위시한 모든 사학이 극한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사학이 국가보조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일정한 간섭이 불가피하다고 하나 이러한 명분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정부가 사학을 평준화로 묶어 학생 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을 빼앗아 갔기 때문에 사학이 準공립학교처럼 되어 버렸다. 오히려 사학들은 정부가 정부보조를 거두어 가는 대신 학생 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을 되돌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통치를 하게 되면 나라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민간의 자율과 자긍심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단지 사학의 위기나 신앙의 자유 때문만이 아니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통치하면 나라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사학법 반대에 나서는 것은 구국차원의 결단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각 교단 총회가 이번 개정 사학법에 전면 반대할 뿐만 아니라 이법에 불복종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사학 중 어느 한 학교도 이 법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기독교의 모든 힘을 총동원해서 사학을 지키고 기독교를 지키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번 노무현대통령이 이번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요구를 대통령이 끝내 외면한다면 한국교회는 선조들이 보여준 순교의 자세를 본받아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5년 12월 23일

한국교회 원로 및 중진 지도자

김준곤 목사(CCC명예총재), 정진경 목사(성결교 증경총회장), 김선도 목사(광림교회원로목사), 최성규 목사(한기총대표회장), 림인식 목사(예장통합측 증경총회장), 이종성 목사(前장신대학장), 이원설 장로(숭실대이사장),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지 덕 목사(강남제일교회), 이만신 목사(중앙교회),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조향록 목사(초동교회), 김지길 목사(선화교회),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이철신 목사(영락교회), 김진홍 목사(뉴라이트전국연합),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김상학 목사(명성교회 기획실장),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이연옥 권사, 이영덕 장로, 이용남 목사(장석교회), 이용규 목사(성남교회), 강승삼 목사(총신선교대학원), 고수철 목사(흑석동감리교회), 김성영 총장(성결대학교), 정삼지 목사(제자교회), 김인중 목사(안산동산교회), 강신원 목사(노량진교회), 서임중 목사(포항중앙교회),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김요한 총장(국제신대원),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 이광자 총장(서울여대), 피영민 목사(강남중앙침례교회), 김의환 총장(칼빈대),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4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