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박경양 목사(참교육전국학부모회 회장)

사립학교법과 관련한 논쟁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종교 특히 개신교회와 카톨릭교회가 있다. 개신교회의 일부 지도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무력화 하고 이를 과거로 뒤돌리기 위해서라면 순교도 마다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도대체 개정 사립학교법에 무엇이 담겨 있길래 이토록 종교계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고 순교를 각오하면서까지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을까?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립학교법은 왜 개정되어야 했을까?

사립학교법 개정 추진은 만연한 사립학교의 부정과 비리에 기인한다. 매년마다 사립학교에서 발생하는 부정과 비리로 인하여 수 만명의 학생이 피해를 당하고 교육을 위해서 정부와 학생이 낸 보조금과 등록금이 사립학교 운영자 개인의 배를 채우는데 이용되는 현실을 보면서 사립학교를 이대로 놔 두고는 교육의 미래도 없다는 절박감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은 추진되었다.

그렇다면 사립학교에서 발생하는 부정과 비리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전체 사립대학 299개교 중 38개 대학에서 99년부터 2003년까지 법인의 부정에 의하여 손실된 국고가 2,000억원에 이른다.

기독교인들 중에는 기독교가 설립한 사립학교는 안 그렇겠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올 봄 성적조작 사건의 핵심에 서 있었던 학교가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기독계 사립학교였고, 수십년 간 분쟁을 겪고 있는 대구의 한 대학은 기독교 선교사가 설립한 대학이다.

지금 이사들 간의 추악한 싸움으로 한창 분규 중에 있는 대전의 한 대학은 전통있는 개신교 교단이 설립한 대학이며, 수년간 분규를 겼었던 수도권의 한 대학 역시 우리나라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교회의 담임자가 이사장 그 사모가 총장으로 있는 전형적인 족벌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종교계 사학 특히 개신교 계통의 사학이라고 해서 부정과 비리 협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에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 것일까?

지난 12월 9일에 의결된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 강화와 사립학교의 부정과 비리를 사전 예방하고, 사립학교에서 부정과 비리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 과거에 비해서 강하게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사는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선임하되 이사 정수의 1/4 이상을 초중고등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대학은 새로이 구성될 대학평의원회가 복수로 추천하는 이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또 감사 2인중 1인 역시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추천을 받아 선임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 회의록에 참석 이사가 기명날인하고 이를 의무적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립학교의 부정과 비리를 예방하거나 처벌 강화의 수단으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사학의 임원 승인취소 요건의 완화, 임원의 직무집행 정지 제도 도입, 비리를 저질러 물러난 이사의 경우 5년 이내에는 다시 임사로 취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후 이사 취임시에는 재적이사 2/3가 찬성할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 이사회에 친인척 이사수를 1/4로 이하만 취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이사장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해당 사립학교의 교장과 총학장으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은 있는 걸까?

사립학교법 개정를 반대하는 개신교회 일부 지도자와 교단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거부 이유로 내세우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개정 사립학교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신교회가 세운 사립학교에서 행해지는 종교교육과 예배행위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만약 개정 사립학교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말 그대로 순교를 각오하고 싸워야 마땅하다. 더욱이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빼앗기고, 온갖 핍박과 탄압을 받아 온 기독교 신자들에게 있어서 종교의 자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정 사립학교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사실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아니오’ ‘전혀 아니오’다. 종교의 자유는 내가 자유롭게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자유이고,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는 자유이며, 내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하여 선전하고 또 내가 원할 경우 종교교육을 받고 종교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이가 있을 경우 교육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리고 신앙을 위해 모이고 단체를 만들 수 있는 자유다. 그런데 이 자유는 내가 누릴 자유이지 남에게 강제할 자유는 아니다. 만약에 남에게 이를 강제할 경우 종교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남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그리고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교육부의 고시 등에 의하면 종교계 사립학교에서는 지금도 예배와 종교교육의 자유가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자유는 다른 사람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때문에 정규교육 시간에 모든 아이들에게 예배를 강제하는 행위, 또 모든 아이들에게 강제적으로 특정한 종교의 경전이나 교리를 교육하는 행위는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사립학교에서의 경전 혹은 교리교육은 사립학교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헌법이나 교육기본법 그리고 초･중등교육법 교육부의 고시 등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립학교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이 종교의 자유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부에서 개방형 이사가 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주장도 허구다. 왜냐하면 이사회는 재적 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개방형 이사 1-2명이 이사회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또 개정된 사립학교법에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사회가 학교의 교무 학사행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이사 중 누구라도 교무 학사행정에 개입하여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해당 이사는 임원승인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개방형 이사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사립학교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교회 일부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이유로 사유재산권 침해 운운하는 것은 신앙인으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 주장의 이면에는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했기 때문에 사립학교는 설립자 개인이나 교단의 것이라는 천박한 소유 의식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만약 이런 주장대로라면 사립학교법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헌법이 잘못되어 있다. 우리 헌법은 제126조에서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이것은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다. 그런 점에서 사립학교는 사적 재산이기 때문에 설립자 외에 그 누구도 그 운영에 그 누구도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헌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또 사립학교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이라는 주장은 더구나 터무니 없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1994년 당시 사립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총자산이 10조 9,312억 원이었는데 이 자산이 2003년에는 31조 7,796억 원으로 10년간 총 20조 8,483억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증가한 자산 중에서 법인이 기여한 비율은 8.8%에 불과하고 나머지 91.8%는 국가지원금과 학생의 등록금 그리고 사회의 기부금으로 형성된 것이었다.

또 매년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위해서 사용되는 운영자금 중 사립학교 재단 지원금의 비율은 초･중･고등학교는 2%, 대학은 평균 8.5%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등록금･기부금･국고보조로 충당되고 있다. 즉 사립학교가 소유한 재산의 대부분은 사실 국가와 학생 그리고 사회가 출연한 것이며 운영비도 사학재단이 아니라 그 대부분을 학생과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이기 때문에 설립자 외에는 사립학교의 운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그들 주장대로 하면 사립학교 설립자들은 오히려 1/10의 지분에 해당하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자.

기독교인은 정의를 추구한다. 하나님은 정의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또 기독교인은 부정과 비리를 거부하고 깨끗한 삶과 공평을 추구한다. 하나님이 그런 삶을 원하시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은 소유를 부정하지는 않되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은 신앙의 자유를 추구하되 남에게 신앙을 강요하지 않는다. 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흘린 피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나의 신앙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이 종교를 가질 자유 또한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기독교는 강요가 아니라 사랑의 실천과 복음을 전파하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을 믿음에로 이끈다.

사립학교법 또한 이런 신앙의 눈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이 법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의를 가능케 하는가? 부정과 비리를 막을 수 있고 교육의 장을 좀더 깨끗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가 등등의 관점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설사 조그마한 손해가 있을지라도 모두를 위하여 이를 감수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 운운하면서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것은 “왜 사립학교에 남에게 예배와 성서교육을 강제할 자유를 주지 않느냐”주장하는 것과 똑같다. 사유재산 운운하면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천박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것일 뿐 아니라 열중 아홉은 남의 것으로 채우고 있으면서도 모두를 자기의 것이라고 우기는 부도덕한 짓이다. 우리는 깨끗한데 왜 우리를 비리사학과 똑같이 취급하느냐고 항변하는 것은 아무런 죄도 없이 죄인을 위해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모욕하는 행위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교회답지 않은 행위다. 또 순교 운운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태도는 성직자답지 않을 뿐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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