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논의를 걷어치우시오 !
그것은 또 하나의 트랜드(trend) 따라잡기일 뿐입니다.
그것은 “개혁스럽지” 않으면 세인의 관심을 끌 수 없는 사회풍조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며, 교회를 개혁하려고 교회개혁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성장의 새로운 브랜드(brand)로서의 교회개혁논의를 논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코 교회가 개혁되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교회개혁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며, 결코 교회가 개혁되지 않을 것도 잘 알면서 교회개혁논의를 일삼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개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개혁“논의”를 하려는 것이며, 교회개혁“논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개혁논의카피(copy)”를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교회개혁이 아니라 기독교개혁입니다.

우선 “교회개혁”이라는 말을 주저 없이 구사하는 용기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기독교”개혁이 아니라 “교회”개혁으로써 교회가 개혁될 수 있는 것입니까? 교회란 기독교의 한 현상일 뿐인데, 본질인 기독교를 그대로 두고 현상인 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것입니까? “교회개혁”으로써는 교회가 개혁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개혁논의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까?)

소위 종교개혁이라고 불리는 16세기의 기독교개혁은 교회를 바꾸기 위해서 기독교를 개혁한 것입니다. 16세기의 소위 그 기독교개혁으로 바뀐 것은 기독교가 아니라 교회인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기독교계에는 기독교개혁이 아닌 교회개혁을 한다고 야단입니다.

종교개혁이라는 말은 들어도 교회개혁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회개혁이란 말이 슬그머니 등장하더니 종교개혁이라는 말이 또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교회개혁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어색하였는데 이제는 종교개혁이라는 말이 더 어색해졌습니다. 교회개혁이라는 말이 종교개혁이라는 말을 대신해서 이렇게 정착한 것은 실로 최근의 일입니다.

처음에는 교회개혁이라는 말이 기독교개혁을 위한 도입 또는 문제제기, 소위 본론(기독교개혁)을 위한 서론(교회개혁) 쯤으로 생각되었는데 교회개혁논의가 확산되고 교회개혁논의 단체들이 늘어나면서 교회개혁은 서론이 아닌 본론이 되고 기독교개혁은 거론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기독교개혁이라는 말을 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절대지존의 한국교회

이런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이는 양적 교회성장을 위하여 도입한 교회의 절대화가 교회성장과 함께 성공적으로 완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기업에 버금가는 금력과 군주시대에 버금가는 신도의 충성심, 그리고 어느 단체도 흉내 낼 수 없는 조직력과 동원력 등, 그야말로 한국사회의 절대지존이 된 거대교회 앞에서 신학이니 교리니 신앙고백이니 하는 것들은 다 무색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독교라는 것은 교회의 본질이요 교회존재의 근거이므로 만약 기독교를 개혁한다면 아무리 절대지존의 교회라도 존재자체가 부정되거나 해체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기독교개혁이라는 말을 거대교회 앞에서 감히 운운할 수 있겠습니까? 교회안보에 위협이 되는 그런 일은 신성모독 죄로 엄히 다스려져 화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이미 한국교회에서는 최근에 한 저명한 신학자를 종교재판하여 극형에 처한 바 있지 않습니까?

이 무소불위의 교회가 드디어 사회를 책임지겠다고 나섰습니다. (2005.11.22. 기독교사회책임ChristianNGO 창립 - 뉴스엔조이) 이는 교회가 스스로 이 사회의 유일 패권적 집단이 되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선언입니다. 유대교 신전신앙의 꿀맛에 빠져 유대교경전인 구약성서에 천착하더니 결국 교회절대화의 위업을 이루어낸 교회가 내 놓은 선언입니다. 교회성장의 필연적인 수순인 것입니다.

폭력정권 때에는 “정경분리” 뒤로 몸 사리고 숨어 있다가 폭력정권이 사라지고 나니까 갑자기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정의의 사도가 된 것처럼 앞으로 나와서 사회를 책임지겠다고 떠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사회 곳곳에서 구악이 드러나고 역사바로잡기와 함께 개혁분위기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정착되니까 이에 위협을 느끼고 때를 놓칠세라 사회에 대하여 아부하는 것이며, 나아가 이 기회에 하느님나라를 대신해서 교회시대(Pax Churchiana(?))를 맘껏 구가해 보려는 비겁한 속셈을 드러낸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제 뉴라이트(NewRight) 운동까지 닻을 올리고 바야흐로 교회시대를 열려고 하지 않습니까?

교회개혁은 기독교개혁을 차단하기 위한 것

이와 같은 교회의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기독교”개혁논의를 재치고 “교회”개혁논의가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며, 이는 기독교개혁에 대한 욕구를 교회개혁으로 유도함으로써 은연중에 기독교개혁을 차단하려는 것으로서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이라 할 것입니다.

제1차 “교회개혁 열린포럼” 개회예배 설교(97.10.30.안동교회)에서 “우리는 [종교개혁]을 [교회개혁]으로 말하고자 합니다. 그 것은, 첫째, [종교개혁]이라는 언어에 의해 인식되었던 우리의 교회에 대한 신앙고백과 신앙행위를 [교회개혁]이라는 언어를 통해 새롭게 정립하려는 것이고, 둘째, [종교개혁]을 [교회개혁]이라 함은 개혁의 본질과 대상을 명확히 인식하려는 것입니다.”라고 선포하였습니다.

이 오만하고 난해한 설교는 기독교개혁이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된 것으로서, 즉 기독교개혁을 교회개혁으로 대치시킴으로써 기독교개혁 욕구를 교회개혁논의로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속내는 이후의 실천적 제안에서 구체화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위의 “교회개혁 열린 포럼”의 “교회개혁 실천연대를 위한” 선언을 보면 거기에는 “민주적 질서”, “샬롬공동체”, “정의와 영성 충만한 공동체”라는 말들이 나열되어있고, 그 “선언의 배경”에서도 역시 “①권위주의, 교권주의, ②물량적 가치, 본래의 존엄성. ③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 ④무분별한 신학교육, ⑤목회자의 성공주의, ⑥교회 사명 부재, ⑦개혁의 자기반성 부재, ⑧지도자 자성 부재, ⑨교회심각성 외면, ⑩세상 뒤쫓기, ⑪ 종말론적 신앙 상실.” 등등의 말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낱말들은 기독교개혁논의에서는 다루어질 수도 없는 낱말들이고 그 하위 범주에 속하는 교회개혁의 논제로서도 부적절한 낱말들로서 지극히 현상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다양성을 지닌 사안들입니다.

이 말들은 날카롭게 비판할수록 교회에 보약이 되는 쓴 소리들인 것이며, 언필칭 개혁된다면 교회가 더욱 든든하게 성장할 덕담인 것이며, 개혁의 대상이 되는 교회들까지도 즐겨 쓸 수 있는 아름다운 말들인 것입니다.

결국 이 말들은 교회개혁논의는 하되 기독교개혁논의는 수용할 수 없으며, 개혁논의는 하되 실제로 개혁을 실천할 의지는 전혀 없다는 교회의 속내를 드러낸 것입니다.

진정한 교회개혁은 기독교교리를 개혁하는 것

진정으로 교회가 개혁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개혁말놀이를 하며 세월을 죽이고(허송하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개혁운동을 실천할 사람들이라면 이런 모든 교회현상의 원인이 되는 종교적 차원의 핵심교리를 찾아 개혁논제로 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16세기 기독교개혁은 교황의 권위주의를 개혁하라고 권고한 것이 아니라 교황체제 자체를 없애버렸으며, 신부들에게 윤리도덕과 영성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결혼시켜 버렸으며, 성찬예배에 대한 신비주의를 논쟁한 것이 아니라 성찬을 예배에서 빼 버렸으며, 면죄부 판매에 대하여 논쟁만 한 것이 아니라 아예 회개의 형식을 없애고, 기도절차도 없애고, 천국 지옥까지도 바꿔 놓았으며, 종내에는 구원의 조건까지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개혁이란 이런 겁니다. 말장난이 아닌 실천적인 교회개혁의 논의라면 기독교 교리를 논제로 삼는 것입니다. 그렇게 혁명적으로 개혁을 하였어도 오늘날 유야무야되거나 개혁이전으로 환원된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오늘날 교회개혁의 논제들을 보면 교리적 문제는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교회를 개혁하겠다는 것입니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입니다. 교리는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교회를 개혁하겠다는 말은 몸도 다치지 않고 따 놓은 기득권도 내놓지 않고 개혁의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심산입니다.

어떤 분이 생사를 건 교회개혁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분은 그 개혁으로 인기는 더욱 높아졌고 그의 교회는 더욱 부흥되었습니다. 이처럼 교리를 건드리지 않는 교회개혁은 생사를 걸 필요도 없고 망할 것도 손해 볼 것도 없고 잘만하면 대박도 터지는 것입니다.

혁명이든 개혁이든 그 주창자가 직접 그 결실을 거둔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며, 하물며 그 이득까지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혁명을 주창한 자가 혁명의 결과 부귀영화를 누렸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닌 쿠데타(coup d tat)인 것이고 만약 개혁으로 대박이 터졌다면 그것은 개혁이라기보다는 아마 경영합리화나 운영의 민주화였을 것입니다.

교회개혁이 정말로 생사를 걸어야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많은 교회, 그렇게 많은 교역자들이 교회개혁 투사로 나설 리가 없습니다. 지금 한국교회에서는 교회개혁이라는 단어가 예수님의 말씀보다도 더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개혁이 교회성장의 대박을 터트리는 일이라는 것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교회부흥의 새로운 브랜드(brand)로서 이보다 더 인기 있고 이보다 더 큰 대박감이 없다는 증거인 것입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2002년11월24일) “강령”과 “한국교회개혁과제(강령과 똑같은 문장의 반복)”를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습니다.
교회는 기복신앙을 버리고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순결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는 죽은 믿음을 회개하고 사랑의 실천이 동반되는 산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는 왜곡된 정교분리 원칙을 바로잡아 사회참여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는 부당한 차별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는 개 교회 성장주의를 극복하고 작고 연약한 교회를 함께 세워나가야 한다.
교회는 권위주의적 정치구조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철저히 실현해야 한다.
교회는 모든 금권선거를 배격해야 한다.
교회는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주요활동”
* 교회개혁 아카데미
* 민주적 정관 같기 운동
* 고통당하는 성도들의 현장에 함께 있기

개혁실천을 위한 “강령”이란 개혁논의를 위한 “논제”들보다도 성큼 더 진전된 것이고 활동지침은 그보다 또 더 진행된 실천 프로그램인 것인데 위의 “강령”과 “개혁과제”는 무슨 교회성장 세미나의 강연제목과 같으며 “주요활동”은 강령보다 더 후퇴하여 개혁활동이라기보다는 무슨 목회성공연구소의 프로그램처럼 보입니다.

개혁논의 단체들이 개혁수준에 미치지도 않는 교회의 잡다한 현상들을 개혁논제로 한 없이 열거하면서 마치 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것처럼 희망을 주려고 하더니 이제 그 다음으로 개혁실천단체들이 개혁논제의 수준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않고 오히려 더 추상적인 문장들을 실천 강령이라고 내 놓으면서 여전히 똑같은 희망을 주려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교회가 거듭나서 참으로 이 세상을 구원하기를 소원하는 사람들이 “교회개혁실천연대”라는 단체 이름을 보고 반가워서 인터넷(internet)으로 에 들어갔다가 이런 실천 강령들을 본다면 아마 실망과 배신감으로 숨이 멈춰지는 듯 하는 분노를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회개혁 분위기를 주도할 만큼 엄청난 단체이름들을 선점하고 앉아서 이런 문장들의 제목에 교회개혁실천 강령이라는 말을 붙이는 등 개혁말놀이를 일삼음으로써 교회개혁실천분위기를 맥 빠지게 하는 이런 행위는 교회개혁 “열망”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것이며 교회개혁에 희망을 거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만행위인 것입니다.

아무리 종교의 특성이 불가능에 희망을 걸게 하는 것이라지만, 기만적인 희망 세일(sale)은 범죄행위인 것이며, 아무리 종교의 특성이 사회 트랜드(trend)를 쫓아 새로운 브랜드(brand)로 사람을 모으는 것이라지만 기만적인 카피(copy) 세일(sale) 역시 범죄행위인 것입니다. 아무리 교회가 하느님의 일을 한답시고 큰소리를 쳐도 기만적이면 그것 역시 범죄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말로 교회를 개혁하려 한다면 기만적인 “교회개혁”이 아니라 정직하게 “기독교개혁”을 논해야할 것이며, 개혁의 과제를 선정함에 교회의 현상적인 문제들을 한없이 나열하는 기만행위를 그만두고 정직하게 그 모든 현상들을 잉태․산출해내는 핵심교리를 찾아 내야할 것입니다.

기만적인 말장난이 아니라 정직하게 생사를 건 교회개혁을 하려 한다면 16세기 기독교개혁처럼 예를 들어 예배에서 설교를 빼버린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아예 예배 없는 교회를 논의해 볼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며
생사를 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기로 작정하고 교회개혁을 하려 한다면 16세기 기독교개혁처럼 천국 지옥 구도를 없애버리고 하느님라로 대치한다든지 교회절대화의 자양분이 되는 구약성서를 개혁의 과제로 삼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혁은 대수선(renovation)이 아니라 재건축(rebuild)이요, 업그레이드(upgrade)가 아니라 포맷(format)입니다.

황호용  e2e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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