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장 (강남향린교회 집사)

[이 글은 강남향린교회의 선교의 고민과 방향에 대해 정리한 글이다.]

고민 1. 선교는 해야만 하는가?

이 물음은 대부분 기독인들에게 매우 어리석은 질문으로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선교를 왜 기독인의 의무로 여기는지, 그 의무의 근본이 대체 무언지 질문해 본다. 그 의무가 갖는 본질을 이해하고 아울러 그 실천을 보다 충실히 하는 데 도움을 찾기 위해서이다.

성서에 의하면 예수는 제자들에게 세상 끝까지 당신의 증인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이른바 예수의 제자 된 자의 의무가 바로 선교(mission)이다. 끊임없는 예수의 제자들이 나타나 예수의 삶과 말씀의 증인이 되어 복음(Good News)을 전했다. 그 덕택에 오늘날 전 세계에 그리고 우리에게까지 예수의 복음이 전해졌다.

하지만 서구의 기독교 선교 역사를 돌이켜보면 선교의 정당성에 대해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 서구 제1세계의 제3세계에 대한 선교 역사는 자본주의 제국의 식민지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해 왔다. 세계사에서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을 거쳐 경제, 군사적 대국이 되었고, 19세기 계몽주의로 근대 국민국가와 근대 시민사회의 기반을 달성해 이른바 세계사에 중심국으로 등장한 서구 열강들은 19세기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각자 식민지 건설 쟁탈전에 나섰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 경제적 침탈의 명분으로 제3세계 국가들의 미개함을 일깨운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 명분의 선두 주자가 바로 선교사들이었다.

기독교 선교 역사는 유일신 숭배라는 태생적 도그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느님 외는 어떤 신도 용납될 수 없는 교리적 독단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기독교에서는 다른 어떤 종교나 신은 이단이거나 우상일 뿐이다. 그 결과 기독교 선교 역사는 민족 간, 종교 간의 전쟁의 역사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 개신교 100여 년 선교 역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 어느 타종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개신교의 양적 성장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그 바탕에는 배타적, 공격적 선교라는 교리 배경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기독교 선교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우리나라 개신교 선교 역사 뒤에는 많은 긍정적인 해방의 역사가 있었지만, 반면에 그 배타성 때문에 소중한 우리의 많은 정신문화를 기독교적이지 않고 미신, 우상, 미개하다는 이유로 버려버렸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같은 민족, 이웃끼리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하고 다른 어느 종교보다도 높은 벽을 쌓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선교는 (꼭) 해야 하는가?”라는 우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선교 역사를 되짚고 나오면서 떠오르는 것이 있다. 교리화한 기독교 관점에서의 선교가 아니라 예수의 선교, 예수의 증인으로서 행하는 선교 말이다. 예수가 비판한 것은 로마의 폭력과 학정이었고 바리새파와 사두개파들의 자유를 옥죄는 율법적 위선이었다.

예수가 세상 끝까지 내 증인이 되라는 것은 ‘이젠 그런 세상은 끝나고 정의와 평화가 강물같이 흐르는 새 하늘 새 땅이 올 것’이라는 하느님 나라 도래의 선포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예수의 제자, 증인이 되라는 예수 선교의 참 의미일 것이다.

선교는 해야 할 것이다. 예수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해방의 증인이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잘못되어 온,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교리화한 선교로부터 열려진 포용적인 평화적인 연대적인 선교로 선교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점이다.

고민 2. 무엇을 선교해야 하는가?

우리에게 선교 혹은 전도라고 하면 가장 익숙하고 전형적인 모습은 ‘예수 믿고 천당 가세요’ ‘예수 천당 불신지옥’ ‘당신은 구원 받았습니까’ 등의 전도 문구를 길거리나 전동차에서 외치는 현장일 것이다. 이 전도 문구와 내용들의 공통점은 모두 예수를 믿어야 구원 또는 천당에 갈 수 있고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데 있다.

<예수를 믿으라?>

예수를 믿으라는 말은 예수를 자신의 ‘구원의 주’(My Lord)로 믿으라는 말일 것이다. 예수와 구원은 동전의 앞, 뒤처럼 붙어 다닌다. 구원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의 공통 목표요 종교의 본질이다. 이는 인간의 나약함과 유한성에 대한 인식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영원에 대한 자연스런 인간의 갈망의 표현인 것이다.

예수를 구원의 주로 믿으라는 말은 예수를 신으로 믿으라는 말이고 그를 믿음으로 죽은 후 내세의 영생을 살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예수 자신이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선포한 하느님 나라의 본질일까? 그것이 기독교의 참 본질일까?

예수는 그 어느 신적 존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의 현실 역사에 참여해 인간의 구원(해방)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쳐 싸우다가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신 분이다. 유대인인 예수 자신도 유대교 정통의 유일신 야훼 신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유대교를 뛰어넘어 인류 보편의 구원의 종교로 확산시켰다.

예수 스스로는 나를 믿으면 구원받고 천당 갈 수 있다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혹 말했더라도 자신을 믿기만 하면 죽은 후 천당에서 영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보다는 ‘믿고 따르라’, 다시 말하자면 자신이 하려는 인간 해방과 구원 활동인 하느님나라 운동에 동참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예수 자신이 지니고 있고 선포하려 했던 하느님나라인 새 하늘 새 땅 세상의 평등사상을 믿고 그 주인이 되라는 말일 것이다. 이 땅에서 속박된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구원될 수 있다는 것이 예수가 자신을 믿고 따르라고 한 진짜 의도였을 것이다.

<예수를 따르라>

예수를 따르라는 말은 예수가 외치고 이루려고 했던 하느님나라 운동에 예수의 제자가 되어 하느님나라를 선포하라는 말일 것이다. 하느님나라란 하느님 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정치 사회적 평등의 세상이요, 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인류애적인 박애의 세상이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선포한 이 하느님나라는 아직 미완의 세계로 오늘 우리에게 남겨진 ‘선교’ 과제일 것이고 구원의 과제일 것이다. 예수를 따르라는 것은 바로 이 하느님나라 운동에 동참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고민 3. 누구를 선교할 것인가?

그럼 누구에게 예수를 따르라고 말할 것인가?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 모두가 선교의 대상일까? 다시 말하지만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를 따르는 것이고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하느님나라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선교는 예수의 제자가 되어 하느님나라 운동에 참여하도록 그래서 모두가 주인 되는 참 세상을 이 땅에 구현하자고 입으로 선포하는 것이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미완인 하느님나라 운동은 우리 기독인의 의무이리라.

하지만 하느님나라 운동은 기독인들만의 것인가? 예수라는, 기독교라는 하나의 신과 종교로만 가능한 것인가? 라는 물음에는 쉽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기독교 선교 역사 과정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오히려 평등하고 모두가 주인 되는 하느님나라를 선교라는 명분으로 더 어렵게 만들었거나 오히려 파괴한 것이 소위 서구 기독교 선교 역사요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나라 교회들의 선교 모습이기도 하다.

<기독교에만 구원이?>

이미 바티칸 제2공회에서는 교회 밖의 구원, 타종교의 구원을 인정했다. 가톨릭이 각 민족의 예배 문화와 전통, 그리고 타종교와의 대화와 교류를 기독교보다 유연하게 허용해 온 것도 이런 상부의 결정이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개신교는 어떤가? 기독교 국가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 선교사 일색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우리나라 개신교는 타종교와 대화는커녕 서로 반목하고 이단시하고 있다.

서구는 크게 보면 오랫동안 기독교로 종교 문화 정치 사회적으로 하나가 된 기독교 왕국(Christendom)이었다. 반면 동양은 불교로 정신적으로 하나를 이룬 종교 문화 공동체였다. 적어도 서구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엄밀한 의미로 말하자면 불교는 철학에 가깝다고 하겠다. 철학적 성격으로 시작된 불교는 각 나라 민족으로 전파되면서 각기 자신들에게 맞는 종교로 변형 정착되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불교는 배타의 종교라기보다는 포용의 종교로 기능하였다.

불교의 선교 역사상 종교 갈등으로 인해 전쟁을 벌인 경우는 거의 없다. 종교 간 살육 전쟁은 그 뿌리가 같은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전쟁이 대표적이다. 둘 다 유일신이라는 배타적이고 양보할 수 없는 종교적 신앙과 신념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까닭이다. 예수가, 하느님이 이 두 종교를 보면 무엇이라 할까? 어느 쪽을 옳다고 할까?

구원이란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모든 종교가 죽음이라는 유한성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하는 내세와 영생을 구원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예수의 구원 역사는 영생이라는 구원 개념보다는 현세의 속박, 죽임의 모든 권세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해방과 구원을 가능케 하는 종교라면 어느 종교라도 예수의 구원사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의 배타적인 종교관으로 타종교의 구원관을 배척하기보다는 이제부터라도 타종교로부터 기독교의 부족한 점을 배우고 보완하는 자세를 전향적으로 가져야 한다. 기독교에 부족한 자연관은 불교나 도교, 토속 종교에서, 사회 윤리관은 공자 맹자에게서, 명상이나 정신수양은 요가 등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타종교와의 대화는 자신의 종교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 완성시키는 일이다. 하느님나라 운동은 자신의 종교에 대한 집착보다는 타종교에 대한 배려와 이해에서, 대화와 소통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연대에 의해서 더욱 효과적으로 빨리 그리고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익명의 그리스도와 제자>

기독교에는 이미 ‘익명의 그리스도’라는 이름으로 타종교, 비종교 안에도 구원과 하느님나라, 예수 정신이 복음과 마찬가지로 내재해 있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이 있었다. 하느님나라는 평등 세상, 인권 세상, 해방 세상이자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생명과 생명이 상생하는 생명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선포하려고 예수가 인간의 역사에 오셨고 그것을 반대하는 세력과 싸우다가 죽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죽임의 세력 가운데서 보란 듯 다시 살아나셨고 사람들 마음 안에 하나의 영으로, 기운으로 끊임없이 부활하셨고 하시고 계신다.

물론 우리 기독인의 관점으로는 예수가 하느님나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꼭 예수만이라고 못 박는 것은 어쩌면 예수를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일 수 있다. 예수를 팔아 이웃을 미개하다고, 이단이라고, 죄인이라고, 마귀라고 정죄한 것이 서구의 선교였으니 말이다.

그런 배타적인 자세가 아니라 하느님나라에 종교적인 혹은 정신적인 생각이 또 몸의 실천 방향이 같다면 모두 같은 하느님나라 역군이요 익명의 그리스도 제자라고 부를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수라는 이름을 앞에다 굳이 붙이지 않아도 기독교라는 종교의 울타리 안에 굳이 넣지 않아도 모두 같은 하느님나라 건설의 동역자로 보는 것이 참 기독인의 자세가 아닐까.

새 천년의 세기에 들어선 우리는 그 어느 이전 역사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성의 세계에 살고 있다. 애초부터 세계를 하나의 신앙, 문화, 종교로 묶어 놓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하느님은 이렇게 다양한 민족, 언어, 문화, 기후, 토양, 피부, 인종을 만들지 않으셨을 것이다. 서로에게서 배우도록, 모두를 부족하게 창조하신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이 우주에 있는 모든 삼라만상을 서로 돕고 의존하도록 창조하신 것이다. 크게 보면 하느님나라 운동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예수의 제자요, 하느님의 자녀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태일이 교회를 안 다녔다고 예수를 안 믿었다고 구원을 못 받고 지옥에 갔을 거라고 말하는 기독인이 있다면 이 얼마나 한심하고 슬픈 일인가. 수운 선생이 사람은 곧 하늘이라고 입으로 선포하고 몸으로 실천했다고 그를 우상 숭배자로 낙인찍고 동학이나 천도교를 이단으로 몰아버리는 교회나 기독인이 있다면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인간의 탄생과 더불어 온 우주에 하느님의 창조 섭리가 각 인간에게는 무의식처럼, 각 민족에게는 집단 무의식처럼 이어 내려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커다란 의식 덩어리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혹은 그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섭리 아래 다양하게 하지만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만 그런 큰 흐름의, 큰 역사의 주체는 누구일까. 그 주체는 왕조도, 군주도, 정치인도, 부자도. 지식인도 아니다. 그 주체는 예수가 분명히 보여준 바로 오클로스라는 유대 민중이었고, 함석헌 선생이 주장하는 씨알이었고, 수운이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그 주체들이 움직여 나가는 역사가 바로 하느님나라 운동이요 그것을 따르는 무리들이 익명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이다. 그것이 기독교든 이슬람이든 불교든 그 어떤 민족 종교로 불리든 말이다.

<누구를 선교해야 하나?>

오늘날 우리나라 기독교와 교회의 문제는 교회가 부족해서가 아닐 것이다. 예수의 복음이 아직 덜 전달되어서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교회가 너무 많아서 예수의 복음이 지나치게 잘못 전달되어서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우리나라 교회들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더욱 갑갑한 현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움직임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미미하고 더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그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종교 영역은 개혁이 안 되거나 더딜까? 신을 대상으로 하는 개혁이라서 그럴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신을 대상으로 하는 개혁이라기보다는 실은 신의 이름을 팔아 기득권을 얻은 인간과 교회를 대상으로 하는 개혁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 선교는 비 기독교인이나 타 종교인을 대상으로 애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못 가고 있는, 스스로 기독인이라 믿는 이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기독인을 대상으로 기독인이 하는 선교, 그 어렵고 외로운 선교가 강남향린이 담당해야 할 바라고 생각한다.

방 향

예수의 제자로 예수를 믿고 따르기로 작정한 강남향린 공동체의 선교 방향은 이미 강남향린의 아홉 가지 창립정신에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선교하는 교회로, 가난한 자, 억눌린 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는 복음의 목회, 해방을 선포하는 메시아적 목회,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목회를 지향하는 교회가 되도록 한다.
둘째 민중 민족과 함께 하는 교회로,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우리 것들로 신앙을 표현하고, 우리 민족의 통일과 자주를 위해 노력하는 교회가 된다.
셋째 삶을 통해 예수를 증언하는 교회-입체적 선교를 하는 교회로, 자신의 직업과 삶의 전 영역을 통해 몸으로 예수를 증언하는 교회가 된다.
넷째 민주적인 교회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중시하는 평신도 중심 교회가 된다.
다섯째 에큐메니칼한 교회로, 타교파, 타종교의 존재를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 신앙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교회가 된다.
여섯째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교회로, 주중에도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 공간을 개방하며 민주시민들을 위한 모임들이 계획되어 가는 교회가 된다.
일곱째 성차별이 없는 교회로, 남녀 성차별은 물론 모든 면에서 차별 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교회가 된다.
여덟째 항상 젊은 교회로, 건전한 의견을 향해 열려 있는 교회, 젊은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교회가 된다.
아홉째 가족적인 공동체로, 대교회주의를 배격하고 일정한 숫자 이상이 출석하면 분가 방식으로 선교하는, 가족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가 된다.

우리 교회 아홉 가지 창립 정신을 이 시점에서 다시 되새겨 보는 것은 어려울수록 힘들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처음의 열정으로, 첫 사랑의 순수함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11년의 강남향린 역사에서 우리 공동체는 비교적 충실하게 강남향린의 창립정신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로 작년 창립 후 10년 만에 어느 교회도 할 수 없는 분가를 이루어 냈다. 커서가 아니라 작아서 작은 채로 둘로 나누었다. 이제 분가한 지 일 년이 지났다.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둘 다 건재하다. 하나가 둘이 되니 교회 밖으로 나가면 여기 저기 교회개혁의 현장에서 맞댄 둘의 손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교회 안에서는 들꽃향린에는 다시 처음 시작하는 열정과 신선함이 넘쳐나 여기저기서 새로운 기독 동지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강남향린은 분가해 나간 신도가 아직 채워지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우리 안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공동체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고 공동체에 대한 주인 의식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강남향린 창립 11년이 되고 분가한 지 1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 공동체의 선교 방향을 점검해보니 다시 한 번 절실히 우리 자신의 결단이 요구된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도 잘해왔다고 자부하지만 다시 처음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공동체가 지향하고자 하는 아홉 가지 창립정신으로 힘들수록 돌아가야 한다. 강남향린이 존재하는 정신의 고향으로, 흔들릴수록 돌아가야 한다.

당장 한 명의 새 신자가 아쉽지만 올바른 한 사람은 이미 다수이다. 우리 교회가 분가한 것은 결코 커서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수가 간 길을 그대로 따르고 예수가 선포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한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사방에서 동지들이 우리 공동체의 형제, 자매로 그리고 벗으로 모여들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또 분가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