抗議世貿(꽁 이 사이 무, Down Down WTO)!!!
위의 구호는 지난 12월 11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수없이 길거리에서 외쳐졌다. WTO 신자유주의적 자유무역체제는 전 세계 민중들에게는 엄청난 시련과 삶의 위기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에 전 세계 민중들은 WTO 6차 각료회의를  또 다시 무산시키기 위해 홍콩으로 집결해서 대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필자도 8일 오전 7시 기장 교회와 사회위원회 주관으로 농촌목회자, 생명선교연대 회원 등 총 16명과 함께 홍콩으로 향했다.

CCA와 홍콩민중연대가 주최한 WTO 회의 반대 랠리에 참여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대안 지구화 실천대표단.

때마침 아시아 교회협의회에서는 8일부터 10일까지 홍콩 각료회의에 발맞추어 홍콩 YMCA 청소년 센터에서 "Conference on Globalising Economic Justice and Social Sustainability"란 주제로 CCA 신학포럼을 열었기 때문에 이 대회에 먼저 참석하고 후에 투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WTO 6차 각료회의에서는 아프리카 도하(Doha)에서 선정하였던 개발의제를 협상하려고 하는데, 왜 우리는 그것을 반대하는가? 이것은 말로는 개발을 운운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수많은 민중들을 더 고통 속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다.

WTO 반대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 민중의 문제

우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던 농민들이 주장하는 농촌분야의 문제점은 이번 농업협정이 농산물 관세율을 하향하고, 국가보조금을 축소하여 시장지향적인 농산물 무역체계를 수립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 식량에 대한 통제권을 초국적 농기업에 집중시켜 이들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농민의 소득은 감소되고, 부채는 급증하여, 농민들의 토지권리가 박탈되면서 민중의 식량지배권이 박탈되게 된다.

또한 극단적인 시장중심의 무역체계는 농산물에 대한 유전자조작을 통해 식품이 조작되고 이러한 것들의 자유로운 거래로 인해 민중건강권이 위협받게 된다. 물론 이 때에도 지배계층은 무공해 농산물, 소위 웰빙 식품 등을 값비싸게 사서 먹어 건강에 전혀 위협이 없다.

홍콩에서 다양한 시위 모습으로 감동을 준 한국의 시위대.

서비스협정에서도 교육, 의료, 물, 에너지, 통신, 종자, 유전 등 모든 서비스분야의 무역장벽을 제거하여, 민중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누구에게나 공급되어야 할 필수 서비스가 사유화되어 개방됨으로 인해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중 접근권이 박탈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예상된다. 이주노동자들은 자국의 재정 수입만을 위해서 노동권이 외면당한 채 값싼 노동력만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지적 재산권 협정에서도 역사적인 지적 재산권을 모두 협정대상으로 망라, 초국적 자본에게 무한한 독점권을 부여함으로 이들은 미생물과 식품종에 대한 특허도 보장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초국적 제약자본의 이윤이 최우선시 됨으로 인해 값싼 약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농민들의 종자에 대한 권리도 박탈되고 심지어 원주민들의 전통지식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되게 된다.

또한 비농산물 시장접근협정에서도 각국의 산업정책 무력화, 탈산업화를 초래하여 남반구의 취약한 산업구조는 북반구와의 무한 경쟁 체제 속에 냉혹하게 노출됨으로 인해 북반구의 실업과 빈곤이 남반구로 모두 이전되어 남반구는 더더욱 살기가 어렵게 된다.

우리 일행에 대한 언론의 취재와 보도가 집중되고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이번 신학포럼이 진행되었다. 전 세계 29개국에서 온 2백여 명의 참석자들은 WTO체제가 전 세계 민중에게 미치는 충격에 대해 논의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였다.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각국 정부에 대해 ⑴WTO협정을 맺기 전에 충분히 그 나라 국민들과 협의할 것 ⑵유엔과 국제기구에서 정해진 인권을 존중할 것 ⑶각국 민중의 권리와 이해에 근거하여 WTO협상에 임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또한 WTO에 대해서는 ⑴ 민중의 식량주권을 존중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농업과 농산품에 대한 협정을 중단할 것, ⑵ 종자와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협정을 포기할 것, ⑶ 더 이상의 협상을 하기 전에 먼저 지난 10여 년 동안 WTO협정이 민중에게 끼친 충격을 조사하고 평가할 것, ⑷  무역협상에 있어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증진시킬 것, ⑸ 모든 정부가 기구 안에서 단지 수사학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면에서 동등한 권한을 갖도록 할 것, ⑹ 사회적 항목들을 토의하고 현재의 WTO체제 밖에서 그 성취를 모색할 것, ⑺ WTO체제가 자본의 이해관계에서만 작동한다면 그것을 해체하고 유엔 산하에 민중의 관점에 맞는 민주적인 것으로 대체할 것 등을 촉구하였다.

폴라스 라인을 중요시 한 홍콩 경찰이 한국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과 곤봉을 휘두르고 있다.

협의회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홍콩 신문과 방송의 이목이 집중되어 많은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하였다. 그들은 칸쿤대회의 경험으로 인해 한국 농촌 현실을 알고자 했고, 랠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집중적인 인터뷰가 있었다. 특히 그들은 이번에 홍콩에서 또다시 폭력사태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협의회를 마친 우리는  11일 주일 아침에 에큐메니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CCA가 주최한 ‘WTO 반대 랠리’에 참석하여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펼쳤다. 6명의 농촌 목사들이 삭발을 단행하여 참석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랠리를 진행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에서 온 대표단은 홍콩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13일은 WTO 6차 각료회의가 개막되는 날이어서 한국 민중투쟁단이 주도적으로 선도할 랠리에 참여하기로 했다. 필자도 외노협과 함께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MFA) 시위행렬에 함께 하였다.  이번에 참가한 한국 민중투쟁단의 투쟁기조는 ⑴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⑵WTO 반대 ⑶도하개발의제 중단 ⑷열사정신 계승 등이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한 홍콩현지 투쟁의 원칙은 ⑴비폭력 평화투쟁 진행 ⑵강력한 대중투쟁 ⑶홍콩 현지 정서, 상황 고려 ⑷다양하고 기발한 투쟁 진행 ⑸폐막 전날 최대 투쟁 ⑹홍콩 정부, 경찰에 대한 강력한 투쟁 ⑺해외 조직과 호흡 맞춰, 국제적인 연대 강화 등이었다.

한국 민중투쟁단의 집중일정은 ⑴ 11일 WTO 반대행동주간 개막집회. 문화제, 연대의 밤, ⑵ 12일 기자간담회, 한국민중투쟁단 교양대회 세계사회운동전략회의, ⑶ 13일 한국민중투쟁단 발대식, 각료회의 개막 규탄 집중집회, ⑷ 14일 GATS 사유화반대 국제행동의 날, ⑸ 이경해 열사 추모, WTO  무산촛불집회, ⑹ 18일 한국민중투쟁단 투쟁승리보고대회 등이었다.

한국 민중운동은 세계 민중운동에 주도적 역할 하도록 부각

필자가 본 홍콩 한국투쟁단 결실은 전 세계 총 7천여 명 중 한국에서 1천 5백여 명 참가로 국가단위로는 최대 규모로서 조직적인 시위로 투쟁을 선도하였고, 결론적으로 WTO협상을 끝내지 못하도록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고 본다. 투쟁 마지막 날에 1천1명이 연행되었고 현재 11명이 구속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으나, 여하 간에 한국 민중운동은 이제 세계 민중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부각되었다.

특히 다양한 시위방식을 이번 홍콩시위에 선을 보여 민주화운동의 좋은 시위방식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였다고 본다. 그것은 예상치 못했던 바다 물로 뛰어들기, 홍콩인의 가슴을 움직인 삼보일배, 홍콩 밤거리를 밝힌 촛불시위 등을 벌려 다양한 볼거리로 축제 분위기 연출하였고, 한국농민의 고충을 잘 전했다. 이렇게 평화적인 시위로 공감대를 확산하였으나 오히려 홍콩경찰이 폭력행사가 한국시위대에 대한 폭력시비로 잘못 매스컴에 의해 매도되어 유감스럽기만 하다.

홍콩경찰은 끊임없이 폭력을 데모군중에게 행사하였다. 한국과 달리 홍콩경찰은 시위대가 근접하여 몸싸움만 하려고 하면 곤봉으로 때리고 분무기로 체류 액을 발사하였다. 이것은 경찰력에 대한 한국과 홍콩의 사고 차이로 인해서 빚어진 것이다.

한국 경찰은 시위대가 진전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나 홍콩경찰은 소위 ‘폴리스 라인’을 존중하는데 더 예민한 것 같았다. 이들은 시위대가 경찰의 방패에 닿는 것은 이런 ‘폴리스 라인’을 침범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렇게 대응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 시위단이 보여 준 해상 시위는 많은 충격을 주었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최대 투쟁을 하려는 시위대에게 경찰폭력은 극심하였다. 이렇게 계속 폭력을 당하던 시위대는 근처 건축장에 있던 각목으로 경찰에게 대항폭력을 행사하였고, 언론들은 이러한 면만 강조하여 시위대를 폭력배처럼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우발적 폭력사태가 있은 후에도 연행할 때 무저항으로 6시간을 기다리면서 연행된 현실은 결코 시위대가 의도적으로 폭력행사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오히려 경찰은 과잉진압으로 고무총까지 발사하지 않았는가!  홍콩 경찰은 초기에 칸쿤에서처럼 또 하나의 죽음을 우려했는데 예상보다 이번 대회는 비폭력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시위자를 구속한 것은 홍콩경찰이 앞으로 국내 대책을 위해 폭력 시위자에 대한 강경자세를 고수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최정의팔  SMCW@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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