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석 목사의 다(多)인 시위 ㅣ 이병일

서경석 목사의 다(多)인 시위와 설교(?)

청계로 소라광장, 오후 6시가 조금 넘자 먼저 나와서 준비하고 있던 조선족 교회 사람들에게 서경석 목사가 나타났다. 서 목사는 소라 밑에 휠체어를 가져다 앉고 다른 목사들 세 명이 옆에 섰다. 그리고 조선족 교포 아주머니 할머니 20여명이 빙 둘러선다. 한 실무자가 오늘은 교포들은 피켓을 들지 않고 바닥에 깔아 놓겠다고 한다. 조선족 교포들을 동원한다는 비난 때문에 피켓을 들지 말라고 한 것이다.

서경석 목사가 마이크를 잡고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이유를 말한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촛불시위가 순수함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MBC와 KBS가 광우병 괴담을 유포해서 국민들을 과도하게 불안하게 만들어서 촛불시위를 만들었다. 촛불시위는 불법집회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련한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하고 있다.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가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불법적 촛불시위는 법치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불안만 가중시키고 국민경제를 어렵게 한다. 내가 1인 시위를 하면 많은 수모와 곤경을 당하겠지만,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국행위라고 믿는다.”

▲ 서경석 목사를 부끄러워 하는 다른 목사들의 침묵시위 l 이병일

서경석 목사를 부끄러워 하는 다른 목사들의 침묵시위, 그리고 현장의 풍경들

서경석 목사의 무리 맞은편에는 '김진홍 서경석 목사님, 목사로서 당신들이 부끄럽습니다.', '한국 기독교를 대신해서 여러분께 사과합니다.', 국민의 정당한 저항을 함부로 왜곡하는 기독교를 용서해주십시오.' 등의 글귀가 적혀있는 피켓을 들고 다른 기독교인들이 침묵시위하면서 서 있었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나도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함께 하였다.

서경석 목사들과 우리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서경석 목사의 말을 듣다가 얼굴을 찌푸리면 돌아서다가 우리를 보면서 ‘힘내세요!’ 하면서 웃는다. 어떤 여성은 비타민 음료 한 박스를 조용히 건네면서 ‘나도 기독교인인데, 수고하신다.’ 하고 말하고 뛰어간다.

이러한 광경을 여러 번 경험한 듯한 사람들이 ‘이쪽은 양심적인 목사들, 저쪽은 사이비 목사들!’, ‘왜 조선족 아줌마들을 동원해서 길바닥에서 설교하고 있느냐!’, ‘목사면 다냐, 왜 국민들을 이간질 하고 있냐!’ 하면서 모여 있다.

서경석 목사의 설교(?)에 항의하고 조선족 아줌마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사람들을 행해서 우리말을 잘 못하는 듯한 젊은 여성이 다가와서 영어로 따져 묻는다. 약간의 시비나 오해가 있으려니 하고 생각했으나, 그 여성은 서경석 목사를 비난하는 사람마다 쫓아다니면서 인상으로 쓰면서 영어로 뭐라고 한다.

처음에는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교포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집회가 끝난 후에 보니까 그들의 짐을 함께 나르며 수고했다고 인사를 나눈다. 어의가 없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서경석 목사의 말에 묻거나 항의하기도 하고, 서경석 목사 옆에 서 있던 다른 목사들이 돌아가면서 발언을 한다. 16일(월)에 ‘변절자’라는 말을 듣고 충격 받아서 쓰러질뻔 했던 기억 때문인지 애써 흥분하지 않으려는 서경석 목사와, 자극적인 시민들의 발언을 중단시키는 다른 목사들의 행동이 안쓰럽기만 하다.

▲ 서경석 목사를 둘러싸 조선족 교포들과 멀리 침묵시위 하는 목사들 ㅣ 이병일

▲ 서경석 목사의 일행이면서 모른척 영어로 시비하는 그녀 ㅣ 이병일

재협상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거짓을 말하다

여러 언론에서도 취재가 한창이다. 뷰스앤뉴스의 최병성 기자가 다가와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그 때에 내가 했던 말은 아래와 같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척하면서 ‘자율규제’니 ‘추가협상’이니 하면서도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잘 생각해 보자.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 자체가 재협상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협상에 의해서 수입하고 있었는데, 그 협상을 재협상하여 30개월 이상의 살코기와 부속물까지도 개방하려 하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협상은 재협상했으면서, 시행하지도 않는 협상을 재협상할 수 없다는 거짓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모든 협상은 재협상이 가능하고, 미국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세 차례나 재협상을 한 사실이 있다. 미국 의회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미·칠레 FTA, 미·콜롬비아 FTA 등에서 재협상을 관철시킨 바 있으면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은 절대로 못한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이전에 관한 내용을 미국과 재협상 중에 있다. 국제조약법으로 보나 협상 관행으로 보나 이번 쇠고기 합의의 무효화 또는 재협상이 충분히 가능함이 이미 밝혀졌는데도, 그리고 정부가 주장하는 ‘재협상 불가’의 논거가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 나도 침묵시위에 함께 했다 ㅣ 뷰스앤뉴스 최병성 기자

재협상 불가의 거짓을 폭로하는 더 확실한 근거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글과 인터뷰에서 확실하게 지적하고 있다<프레시안>.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요록”(Agreed Minutes of the Korea - United States Consultation on Beef)은 한미 간의 쇠고기 논의가 ‘조약’(treaty)도 아니고, ‘협약’(convention), ‘협정’(agreement)도 아닌 가축위생 조건규정에 관한 ‘협의’(consultation)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한미 협의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will’ 등을 사용했기 때문에, 농림수산부가 합의를 어기더라도 미국이 한국과 미국 법원, 그리고 WTO에 제소할 수 있는 법적인 쟁송의 소인이 되지 않는다.” “이번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한미 간 행정부를 대표해 양국의 협상대표가 서명한 ‘양해각서’에 불과하다.”

“이 '합의 요록'의 마지막에는 분명히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확정·공포한다'고 명시돼 있다. 자, 일반 국민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국민의 90% 가까이가 이 '협의'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게 '일반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에 협의를 확정·공포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 된다. 그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재협상', '추가 협상' 운운은 난센스다.”

게다가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은 검역 관련 문제다. 통상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애초 '합의 요록'에 나온 대로 국민 여론을 근거로 이번 '협의'를 거부한다고 해서 미국 측에서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니, 그럴 리 없다.”

8시쯤에 서경석 목사의 1인 시위가 아닌 다(多)인 설교 쑈가 끝났다.

 

 

 

 

 

 

 

시청 광장에서 '광장'과 '소통'의 의미를 생각하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서 시청앞 광장으로 향하면서, 요즘 한창 이목이 집중되는 ‘아고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도시에서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집회장으로 쓰인 야외 공간을 말한다.

그리스에서 아고라는 정치적인 광장과 시장을 겸한 독특한 것으로 그 주변에는 관청과 신전(神殿) 등 공공건물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어원은 아고라조(모이다)로서, 사람들의 모임이나 모이는 장소를 의미하였다. 헤로도토스는 아고라의 유무(有無)가 그리스인과 비그리스인을 구별한다고 하였다.

폴리스의 시민은 집 밖의 공공생활을 즐겼으며 하루의 대부분을 아고라에 모여 정치와 사상 등을 토론하는 등 아고라는 일상생활의 중심이었다. 로마에도 포룸(forum)이라고 부르는 아고라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

아고라는 우리말로 마당이라는 말과 의미가 통한다. “마당”은 우리 문화 속에서 독특한 공간영역으로서 우리의 생활 속에 일터, 쉼터, 놀이터로써 이용되었을 뿐 아니라 사색과 명상의 장소로서 혹은 추억의 장소로서 우리 한국인에게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왔다.

또한 그리스어에서 γείρω(egeiro)는 죽은 사람이 다시 일어나는 부활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봉기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γείρω(egeiro)의 어원이 γορά(agora)인데, ‘사람의 기능을 모은다.’는 뜻이다. 사람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힘을 모아서 부조리한 현실을 변화시키는 곳이 광장이다.

광장의 정치, 광장의 문화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광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약간의 긴장과 흥분이 밀려온다. 그 단어 속에는 만과 북으로 분단되고, 분단을 자기의 권력유지를 위해서 최대한 활용하려는 남과 북의 현실을 포함해서 우리의 현대사가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청 앞 광장에 서서 촛불의 무리에 끼어 앉아서 최인훈의 <광장>이라는 소설이 생각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명준은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이유로 경찰서에 드나들면서 ‘밀실만 충만하고 광장은 죽어버린’ 남한에 심한 구토를 느끼고 월북한다.

그러나 ‘끝없이 복창만 강요하는’ 북한 역시 진정한 광장은 없고 퇴색한 구호와 관료제도만 있을 뿐 그가 기댈 곳이 없다. 그래서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 인도로 가는 도중 배 위에서 투신자살을 한다.

우리 국민들은 광장을 찾아서 지금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피를 흘릴 때에도 정치권력을 쥔 사람과 국민이 서로 말이 통하는 광장을, 통일운동이 한창일 때에도 남과 북이 서로 어우러지는 해방의 광장을, 미군 장갑차에 살해당한 미선이 효순이의 넋을 위로하며 촛불을 들고 모일 때에는 평등과 평화의 광장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면서 성숙한 국민들의 의식과 아직도 예전의 냉전과 분단의 이데올로기 망녕에 사로잡힌 이명박 정권과의 소통을 향한 광장을 찾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뻔뻔한 폭력에 경고함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 할아버지’로 유명한 이관복 선생님을 만나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청계로 소라광장과 시청앞 광장에서 소통과 막힘을 화두로 하여 생각했다. 컨테이너를 쌓아서 소통을 거부하고 관변과 측근들로 분열과 막힘을 조장하는 이명박 정권의 뻔뻔함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국민들을 속이는 이명박 정권의 행동이 겉으로는 당당하게 보이지만, 근거 없기 때문에 당당함이 아니라 뻔뻔함이다. 거짓에 근거하고 거짓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뻔뻔함은 타인을 향한 폭력이다.

이명박 정권과 공권력은 뻔뻔함이 아니라 진정으로 당당하게 국민을 대해야 한다. 광장으로 나온 국민들의 열망을 뒤로한 채 밀실에 숨어서 이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지 말라. 지금 잠시 소강상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으로 촛불이 꺼질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다치리라.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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