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Happy Christ!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찾아왔다. 여기저기서 캐롤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어찌되었든 간에 즐거워한다.(물론 대다수는 성탄절이 주일이라는 사실에 대해 매우 애석해하고 있다.) 사실 우리를 심판의 자리에서 구원의 자리로 옮기신 예수님의 탄생은 충분히 즐거워할 만하다. 그런데 나는 이번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은 과연 이 땅에 오시고 싶으셨을까?’

(혹,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미리 밝히지만 이것은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하셨던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추호의 의심도 허용하거나 의도하지 않는다. 단지 유한한 인간인 내가 무한하신 하나님의 역사(役事)를 추적하다가, 무한과 유한의 간극을 넘지 못하고 미끄러지면서 발발하게 되는 지극히 인간적인 기호(嗜好)에 기반을 둔 호기심의 문제이다.)

나는 능히 전능하신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하실 수 있는 분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실 때의 심정이 어떠하셨을지 궁금하였다. 성탄이 분명히 우리에게는 기쁨이다. 그러나 주님도 그러실까?

따지고 보면 사람도 태어날 때 울면서 나오지, 웃는 경우는 없다. 더군다나 하나님께서 인간의 태에서 미끄러져 나오실 때의 심정은??? 놀이동산의 X-train처럼 짜릿하셨을까? 왜 이런 황당한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밀어 볼까 한다. 
“예수님, Merry Christmas입니까?”

1.

가만 따져보니 이 문제는 성육신(Incarnation)의 신비에 속한 것이다. 초대교회에는 예수님의 성육신을 제멋대로 설명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용감하지 않는가? 그들이 주장하는 성육신은 빙의현상(憑依現象:Possession)같은 것이었다.

예수님이 진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것이 아니라 잠시 인간의 몸을 빌린 정도로 생각했다. 그들은 그것이 예수님의 신성이나 거룩함을 손상시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이 인간과 똑같은 몸을 입으셨다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이 되시겠다고 하는데, 인간은 하나님이 인간이 되실 수는 없다고 우기는 것이다.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셔야겠다고 하니, 제자들 대다수가 만류했으며 심지어 베드로는 예수님의 멱살잡이(마태복음 8:32에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을 ‘붙들고 간(諫)’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얼핏 보면 제자 베드로가 스승 예수님께 간청드린 것처럼 보이나 이는 우리성경이 대단히 점잖은 표현을 사용해서 그렇다. 영어 성경에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을 ‘rebuke’ 즉, 비난하거나 꾸짖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헬라어 성경에 따르면 격분한 베드로가 예수님을 ‘proslambano’바싹 잡아당겨서는 ‘epitimao’꾸짖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베드로가 예수께서 부활하시기 전까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몰랐던 것으로 여겨지며 예수님을 통해서 자신의 권력에의 의지를 드러냈던 인물로 그리고 있습니다.)를 하면서까지 그러실 수는 없다고 우겼다. 그게 인간인가보다(사실 나도 무지하게 우기는 편이다).

그러나 성경이 증언하는 예수님은 참(original) 인간이셨다(빌 2:6-8 참조). 하나님이 진짜 인간이 되신 것이다. 그것도 채찍에 맞고, 조롱을 받으며, 고난의 십자가를 지신 인간이 되신 것이다. 그게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성육신의 신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이런 비천한 인간이 되신 일이 어떻게 우리 예수님께 즐거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것이 나의 의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일 누가 우리보고 인간이 아닌 짐승이 되라고 한다면 우린 과연 기쁠 것인가? 과연 그 누가 기꺼이 그렇게 하겠는가? 그렇다면 우리 주님은?

이런 식으로는 결론이 뻔하다. 주님은 이 땅에 오신 일이 전혀 즐겁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왠지 인위적인 냄새가 난다. 허탈하고 무언가 대단히 결핍되어 보인다. 이는 마치 하나님을 우리의 손바닥 안에 가두어 놓고 생각하려는 교만한 수작처럼 보인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 주님이 인간이시기 전에 하나님이셨다는 사실에 대해 전이해(前理解)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독하게 인간적인 생각이다. 하나님의 존재는 신비다. 그 신비의 열쇠를 찾기 전에는 우리는 다이달로스(Daedalus)의 미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날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인간적인 생각 가운데서도 미련이 남는 것은, “라빰빰빠~” 노래가 울러 퍼지는 축제 속에 십자가의 형상은 이상하게 서글프다는 것이다. 마냥 들뜰 수만은 없는 성탄절 아닌가? 머리 속이 뒤엉킨다.  

2.

이제 다른 차원에서 시도해보자. 불가능한 일이지만 하나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애써본다. 신학적으로 예수님의 성육신 사건은 존재의 강등이 아닌 하나님의 ‘자기 비움’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다르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서 ‘기꺼이’ 자기를 비우시기로 하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잘 이해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성품일 것이다. 성경은 예수님은 기꺼이 낮아지시고, 기꺼이 비우시고, 기꺼이 자신을 버리셨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겠거니 수긍해보지만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떻게 그러신다는 말인가? 정글 속의 인간의 눈엔 불가능(impossible)하다.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말이 딱이다. 남의 일이라고 끄덕거리는 척할 수가 없다. 실존이 개입되지 않으면 말은 늘 가벼우나 그 안에 담고 있는 존재는 무겁다. 말만 쉽다. 잔인하리만치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성육신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러셨을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것으로 입히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다. 자기를 채우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를 비우고 자녀들을 채운다. 이런 부모님의 사랑이 예수님께 조금은 근접해 있지 않을까? 심지어 어떤 부모들은 자식을 살리기 위해 불구덩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된 황우석 박사의 2번 줄기세포를 실제 제공한 12살난 소년이 있다. 그 아버지는 감리교 목사다. 그 분은 그 아들이 사고로 척수장애를 당했을 때 몇 몇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을 고칠 수 있다면 난 뭐든지 하겠다.”

그런게 아버지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을 살리기를 원하고, 바로 그 자녀를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본인에게 닥친 고통이 아무리 커도 그 웃음을 막을 수 없다. 이것이 부모의 기쁨이다.  (그런 면에서 부모님의 은혜를 모르는 것들은 정말 많이 혼나야 한다.)

예수님을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우리를 자녀 삼으시기 위해서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녀 될 우리를 위해서 성육신의 신비를 웃으면서 여신 것이 아닐까? 나중에 예수님 만나면 꼭 여쭤보아야 할 질문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자기 비움이 절박함에서 출발하여서 기쁨으로 귀결되었다고 보면 비약일까? (한꺼번에 여쭤봐야겠다.) 

종국에 가서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이 주님에게도 기쁨이 되었다고 말하면 너무 작위적인가? 아닐 것이다. 분명히 아니다. 그렇다면 예수님 Merry Christmas입니다요~.

3.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주님의 기쁨이 일회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기쁨 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워지고 있고, 주님이 원하시는 길을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성탄은 도화선이다. 연쇄적인 사랑의 폭발이 이어진다.

늘 그렇지 않은가? 불꽃놀이를 보면서 단지 웃고 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꽃을 만들기 위해서 수고하고 묵묵히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성탄절에도 그냥 웃고 떠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예배 가운데 자신을 불태우는 사람이 있는 것일게다. 난 어디에 있을까?

사실 요즘 슬럼프다.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한다고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의 영적인 평화와 성숙의 환희를 잊었다. 작살을 치켜들고 내 안의 거짓과 시대의 어둠을 응시할 여유도 충분하지 않으며, 사역에 익숙해지면서 편안해지려는 매너리즘에 빠져, 처음 부름 받은 순간의 엄중한 초심 앞에 비켜서 있어 보인다. 어떻게 할까 싶을 때 나는 아주 좋은 시를 하나 소개받았다. 오늘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나도 한번 불 태워 보려고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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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김진혁  torch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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