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교회 밖에서 교회를 보다

아무개(감리교희망연대 홈페이지)

이 글은 감리교희망연대 홈페이지에 익명으로 기고된 글이다. 한국 기독교에 대한 교회 밖의 시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져 필자의 이해를 구하고 익명 그대로 옮겨싣는다. 참고로 필자는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며, 이 글은 한국 종교에 대한 글 가운데 기독교 부분만을 소개한 것이다.[편집자주]

20세기 인류(人類)는 1, 2차 세계대전(世界大戰)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패권주의(覇權主義)와 전체주의(全體主義) 전쟁을 통해서 스스로의 광기(狂氣)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에 참여했거나 방관했던 서구(西歐)의 종교(宗敎)와 지성(知性)은 인류 정신사를 선도(先導)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그 어떤 존재(存在)도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확인하고, 신(神) 존재의 부재(不在)를 체험하게 된 것이다.‘고아(孤兒)’가 된 인간은 비종교적(非宗敎的) 허무주의(虛無主義)의 나락에 빠졌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학(神學), 종교학(宗敎學) 등은 인간학(人間學)으로 대체되어갔다. 문학(文學)과 예술(藝術)에서도 인간실존(人間實存)의 허무와 부조리(不條理)를 드러내던 시대였다. 대표적 물음은“인간이란 무엇인가?”였다.

21세기에 들어서, 인류는 과학기술(科學技術)의 발전에 힘입어 정보화(情報化)와 세계화(世界化)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상품화(商品化), 빈부격차(貧富隔差), 종교전쟁(宗敎戰爭), 생명과학(生命科學) 발전에 따른 갈등, 지구환경(地久環境)의 위기(危機) 등을 수반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불투명한 가운데, 문제의 질(質)이 계속 바뀌고, 심각해졌다. 방치하면 망한다는 위기의식(危機意識)은‘지속가능(持續可能)한 발전(發展)’이란 개념을 파생시켰다. 현실은“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할 한가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제 대표적 물음은“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가능한가?”하는 것이다.

종교(宗敎)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가? 종교가 인류를 위해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오늘날 종교는 상품화되었다. 사람들은 종교백화점(宗敎百貨店)에서 자신에 맞는 상품을 고르듯 종교를 선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기준은 가장 용하다는 스승과 가르침을 찾는 것이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싫증이 나면 곧 색다른 대체물을 찾을 수도 있다. 이른바 성직자들의 종교수행에서도 가장 적게 지불하고 가장 많이 가지려 하는 시장경제 소비성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미 종교기관(宗敎機關)은 철저하게 시장원리(市場原理)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종교사업계(宗敎事業界)’의 일차적 관심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영업기술, 교인관리기술, 돈 많이 내게 하는 기술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적응하는 초대형 사찰과 교회는 번성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영세한 중소 규모 교회와 사찰(포교당)은 도태되고 있다. 길을 찾지 못하는 적지 않은 수의 가난한 성직자들은 자살하기도 한다.

또한 세속(世俗)의 정부(政府)와 기업(企業)은 권위주의(權威主義)를 청산하고 민주화(民主化)와 투명성(透明性) 높은 사회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종교기관의 기득권층은 이른바‘조폭(組暴)’과 다를 바 없는 권력체제와 불투명(不透明)한 회계처리(會計處理) 등 과거의 악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목사(牧師), 신부(神父), 승려 등 종교인들은 스승이 살았던 삶을 회피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기복신앙 안에 감금하였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스승을 팔아 그저 믿기만 하면 값없이 복(구원)을 준다며 혹세무민(惑世誣民)하며 면죄부로 축재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종교인(宗敎人)이란 말은 기득권세력(旣得權勢力), 부패세력(腐敗勢力), 시정잡배(市井雜輩) 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구촌 인구의 절반 이상이 종교적 세계관(世界觀)에서 떠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교회에서 예수 떠나신지 오래고, 사찰에서 부처님 떠나신지 오래전이 아닐까. 그분들은 풍찬노숙(風餐露宿)하시며, 종교를 걱정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이쯤 되면 희망 만들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인류의 희망을 만드는데 걸림돌은 아닌가?

오늘의 교회를 살펴보자. 르네상스와 계몽주의(啓蒙主義) 이래로, 교회는 세력을 잃고 소멸(消滅)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2003년 EU 헌장에서 기독교에 대한 대목이 삭제되었다. 유럽 인구 절반은 스스로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1999년 조사에서 미국은 10년여 만에 기독교인의 비율이 86%에서 77%로 하락하였다.

경제성장과 함께 80년대까지 고도성장을 거듭했던 한국교회는 이제 노인들의 경로당(敬老堂)으로, 로또 복권 당첨을 갈구하는 기복(祈福)신앙의 터로 변모하였다. 한국 인구 중 비종교인은 52%이며, 그중 75%는 한번 이상 교회에 다녀본 적이 있다고 답하고 있는데, 뜻있는 지성들과 젊은이들이 현저하게 교회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이유는 첫째, 성서무오설(聖書無誤說), 처녀탄생설(處女誕生說), 육체(肉體) 부활(復活), 예수 재림(再臨) 등 시대착오적 교설(敎說) 때문이다. 둘째, 옥황상제(玉皇上帝)에서 하느님과 예수로 이름만 바꾼 기복신앙(祈福信仰)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셋째,‘예수천당 불신지옥’식의 배타적(排他的)이고 호전적(好戰的)인 신앙 행태 등에 대한 거부감(拒否感) 때문이다. 넷째, 목사직(牧師職) 세습(世習)과 불투명한 교회재정관리(敎會財政管理) 등 교회지도층의 부정부패(不正腐敗)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제국주의(帝國主義)의 선무부대(先務部隊)로 이 땅에 들어온 근본주의(根本主義) 기독교 선교사(宣敎師) 전통(傳統)이 주류(主流)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에게 전통적 교설은 일점일획(一點一劃)도 변해서는 아니 되는 영역이며, 이를 침범하면 중세식 마녀사냥과 종교재판을 재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해방신학(解放神學)과 민중신학(民衆神學) 등이 일어나고, 토착화(土着化)와 민중교회(民衆敎會)의 전통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있으나, 자립(自立) 모델 창출에 실패하면서 소수파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가 교회개혁을 포기하고 광야에서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며 농사를 짓는 등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교회는 지도부(指導府)의 범죄(犯罪), 그릇된 관행(慣行), 오류(誤謬)와 독선(獨善) 등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自淨能力)을 상실(喪失)하고 있다. 개혁을 주도할 이렇다할 세력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그 기반이 밑으로부터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문제제기나 위기의식도 활발하지 않다. 개혁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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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감리교희망연대 홈페이지(http://kmchope.com)에 실렸습니다.

편집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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