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있는 쥐들과 역사적인 협상이 이루어진 더아모 곳간 앞.

나는 쥐들이 더아모의 곳간 틈새를 이용해 더아모의 거실과 부엌을 오가며 마구 노략질 해가는 것 때문에 곳간 틈새를 막아 못 들어오게 했다. 그랬더니 쥐들이 이제는 마구 다니며 여기저기를 뚫으려고 샌드위치 판넬의 틈새를 찾아 갉아먹고 소리 내고 난리였다. 사실상 데모를 한 것이다.

내가 전에 쥐구멍을 막을 때도 아내에게 “여보, 여기를 막으면 쥐들이 아마도 다른 데를 뚫으려고 난리를 칠 걸요. 쥐들이 음식 맛을 보았으니 틀림없을 거요.”라고 말했지만, 아내는 “설마 그러려고요. 그래도 좋으니 당장 구멍을 막아주세요.”라는 일이 새삼 상기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수를 쓰지 않으면 온 집을 다 뚫으려고 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측에서 협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허술한 데를 쥐가 못 드나들게 샌드위치 판넬 유바로 막아놓았다.

2005년 12월 26일 성탄절 다음 날에 더아모의 곳간 앞에서 쥐 대표 2명과 내가 드디어 역사적인 협상을 하게 되었다. 서로의 텔레파시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측 주장은 “우리가 우리 돈 들여서 지은 집이다. 그런데 왜 남의 집에 와서 먹을 걸 가져가느냐. 먹을 걸 가져가면 다 가져 가지도 않고 남겨 놓으면 우리가 치워야 된다. 그리고 어느 음식에 입을 대었는지 모르니 우리는 찝찝하다. 또한 너희들이 나와서 설쳐대기 때문에 우리 측 여성들(나의 아내와 딸)이 기겁을 하고 놀랜다. 정신적으로 피해가 크다. 보상할 수 있느냐. 밤에 너희들이 돌아다니면 수면 방해도 하는 것 아니냐. 이래저래 우리는 너희들 때문에 못 살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쥐 측의 주장은 “너희들이 돈 들여서 집짓기 전에도 우리는 여기서 조상대대로 살았다. 그리고 사실 인간 너희들이 돈을 주고 땅을 사고팔지만 이 땅이 원래 인간 너희들 거냐. 원래 조물주의 것이요. 우리 모두의 것이지 않느냐. 사고팔아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있느냐. 하여튼 우리도 너희들이 지은 집을 반쯤 용인하고 사니까 이정도로 참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너희들 집에 들어가서 좀 나눠먹으려고 한 것뿐이다. 한 겨울이니 먹을 것이 별로 없어서 우리도 힘들다. 우리가 너희들이 집을 짓는 것에 대해서 묵인해줬으니 너희들도 우리가 음식을 조금 들고 가고 먹는 것을 묵인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우리의 생존을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 온통 집을 들쑤셔 놓을 수밖에 없다. 이건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니 어쩔 수 없다.”

▲합의된 대로 장비를 써서 철거작업을 하다.

서로 양보하기 힘든 사안이니만큼 협상은 팽팽했다. 쥐들의 대표로 나온 쥐 중에 한 젊은 쥐가 너무 거칠고 강하게 나오고 우리 가족 대표로 나선 내가 대응하는 바람에 한동안 경직된 분위기도 연출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나름대로 중재 안을 내놓자 극적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 타결된 내용은 이렇다.

‘일단 원래 쥐들이 다니던 곳간 앞 구멍을 틔어 준다. 그래서 쥐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막아 놓았던 돌과 판넬 엘바는 송상호가 장비를 들여 철거해 준다. 그 대신 쥐들은 밤에만 살짝 나와서 활동할 것이며, 사람들을 놀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여기를 뚫어 주는 대신 다른 데를 뚫거나 집적거려서는 안 된다. 만약 이 약속을 어기면 다시 여기의 구멍을 막는다. 그리고 다른 구멍이나 구멍이 날 소지가 있는 것도 원천 봉쇄하도록 힘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에처럼 쥐약을 놓아서 소탕 작전에 들어갈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송상호는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정주부인 송상호의 아내는 쥐약을 놓아서라도 소탕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것까지는 송상호도 어쩔 수 없다.’ 앞에 서와 같은 선에서 협상을 타결짓고 쌍방의 대표가 사인과 함께 악수를 나눈 후 사진 찍고 마쳤다. 숨 막히는 순간들이었다.

▲약속대로 쥐 구멍이 뚫렸다. 이제는 서로 약속을 지킬일 만 남았다.

그러고 나서 약속대로 나는 드라이버를 가지고 판넬 엘바를 풀고 막아 놓았던 돌을 꺼내고 흩어져 있는 스티로폼 알갱이들을 치워냈다. 우리 측에서도 만만찮은 작업인데다가 쥐들이 약속을 지킬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큰 모험에 속하는 일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서로가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서로가 약속을 잘 지켜서 평화로운 더아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아모의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상호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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